고부가 제품에 사활…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강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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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업계는 내년에도 중국발 공급과잉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감산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과잉 상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철근 등 범용 제품에선 중국에 가격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철강업체들은 중국보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철은 모든 산업의 기초 원료다. 그러나 철강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탓이다. 중국 철강설비 능력은 11억~12억 톤에 이른다. 생산량은 8억 톤으로 수요(7억 톤)를 웃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철강과잉생산능력은 약 7억 톤, 그중에 4억 톤이 중국이다. 남는 철강이 헐값으로 수출되면서 세계 철강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도 공급과잉 상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내놓은 2016-2017 철강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철강 수요는 8832만 톤, 공급은 9768만 톤으로 집계됐다. 내년 철강 공급과잉은 936만 톤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는 989만 톤으로 1000만 톤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등은 중국 철강 대해 반덤핑 내지 상계 관세 등을 매겨 보호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 철강 제품에 대해서는 반덤핑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특정 제품이 정상가격 이하로 수입돼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입증되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 상계관세는 수출국 정부가 특정 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인해 자국 산업의 피해가 증명될 경우 부과하는 관세다.

미국은 지난 8월 한국산 열연강판에 최대 58.68%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판정했다. 지난 9월에는 한국산 냉연강판에도 최대 59.72% 관세를 물리겠다고 최종 판정했다. 인도도 지난 8월 한국산 열연강판에 최저 수입가격을 톤당 474달러로 제한하는 예비 판정을 내렸다. 아울러 베트남도 지난 9월 한국산 아연도금강판(GI)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 판정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는 지난 10월 기준 182건으로 올해에만 34건이나 늘었다. 품목별로는 철강·금속이 89건(49%)으로 가장 많았고 국가별로는 인도(32건), 미국(23건) 순이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고로 작업. / 사진=포스코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호무역 조치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한다고 천명하면서 전 세계적 보호무역 기조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중국발 공급과잉이다. 수년 전부터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탓에 몸살을 앓아 왔다. 이미 철근 등 범용 제품과 관련해선 중국에게 가격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값싼 범용 제품은 막을 방법이 없다”며 “범용 제품의 경우, 품질 차이가 크지 않기에 가격이 중요하다. 중국산 제품은 도전히 따라기 힘들 정도로 싸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 WP제품과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등이 있다.

포스코는 ‘월드프리미엄(WP·World Premium)’ 제품을 앞세워 최근 철강업계 불어닥친 위기를 타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4년 권오준 회장 취임부터 “잘 팔리고 수익성 좋은 제품을 만들자”를 모토로 삼고 있다.

월드프리미엄 제품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사 경쟁력을 높여주고 고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제품들을 지칭한다. 월드프리미엄 제품은 기술 중심의 월드퍼스트(World First)와 수익 중심의 월드베스트(World Best), 월드모스트(World Most)로 나뉜다. 우선 월드퍼스트는 포스코 고유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제품 또는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된 세계 유일의 제품을 가리킨다.

월드베스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성과 경제성을 모두 인정받은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월드퍼스트 제품과 월드모스트 제품의 가교 역할을 한다. 월드모스트는 월드퍼스트나 월드베스트에 해당되지 않는 제품 중 고객의 선호도가 높아 최근 1년 동안 영업이익률이 같은 품종 내에서도 일정 비율을 넘는 제품을 말한다.

포스코는 WP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WP 판매비중은 전체의 38.4%에 불과했다. 지난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9만9000톤이 늘어난 403만8000톤을 기록,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로써 포스코의 WP제품 판매 비중은 48.1%가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WP 덕에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높다”며 “WP 비율을 50%까지 늘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컬러강판은 철판에 도료를 입히고 그 위에 프린트 무늬나 필름을 입힌 제품이다. 주로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방화문 및 건축 내외장재로 쓰인다.

동국제강은 국내 컬러강판 생산 1위 기업으로 현재 약 75만톤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은 지난 3분기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동국제강은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잠정)으로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누계 영업이익 2451억원을 달성했다. 이중 냉연 사업(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이 부문별 매출에서 36%를 차지해 봉형강 사업(철근, 형강)이 4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동국제강은 생산능력뿐 아니라 품질면에서도 경쟁사들을 앞서 나가고 있다. 특히 국내 철강사들 중에 유일하게 디자인팀을 보유하고 있다. 철강사에서 디자인팀을 따로 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들다. 동국제강의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도 눈에 뛴다. 지난 2011년 업계 최초로 건재용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Luxteel)을 시장에 선보였다. 이어 2013년에는 가전용 컬러강판 브랜드 앱스틸 (Appsteel)을 내놓고 고품격 컬러강판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내년에도 컬러강판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단 계획이다. 이전에 주력으로 삼았던 후판 등이 조선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컬러강판에 주력하겠단 방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범용제품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범용 제품의 경우, 사실상 중국의 감산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국내업체가 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는 중국이 쉽게 따라 올 수 없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며 “이러한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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