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는 재고평가이익 확대…장기적으로는 셰일가스 등 대체제품 생산 늘려 악재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내년 역시 고유가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유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론 재고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영업이익 감소 등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은 유가 상승으로 반사 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점도 업체들로선 좋은 기회다.
◇정유·화학업계, 고유가로 단기 이익 전망…장기적으론 악재 가능성 높아
OPEC은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9시간 회의를 마치고 하루 석유 최대 생산량을 이전보다 120만배럴(3.3%) 줄인 3250만배럴로 합의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로 유가가 주저앉자 하루 평균 150만 배럴을 감산한 이후 8년 만이다.
지난 10일에는 OPEC에 가입하지 않은 러시아 등 11개 산유국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고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을 55만8000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OPEC은 이번 감산 합의로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감산에 들어간다. 감산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OPEC은 2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초부터 감산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경쟁적인 원유 증산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어져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감산 합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풀이된다.
OPEC 회원국 및 비 OPEC 산유국이 감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하자, 유가는 급등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11일 밤부터 12일 오전 중 한 때 배럴 당 57.89달러까지 치솟아 지난해 7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유(WTI) 역시 배럴당 54.51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브렌트유와 WTI 가격은 이후 각각 56.62달러와 53.95달러로 떨어졌지만 10일 감산합의 전과 비교해 4% 이상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51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8월 11일(50.59달러)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배럴당 원유가격이 내년에 최대 7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자, 국내 정유·화학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 상승은 국내 정유·화학업체들에게 단기적으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재고평가이익이다. 싼 가격에 사뒀던 원유를 정제하는 사이 가격이 오르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들을 현재 시세에 맞게 비싼 가격으로 내다파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분기 국내 정유 4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당시 국제유가가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재고평가이익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
원유를 정제해 화학제품을 만드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도 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고평가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이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미국, 중국 등에서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유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OPEC 감산으로 유가가 올라도,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계속 유가가 오르면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어 오히려 유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석유화학 업계의 경우,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 등의 가격이 올라 제품 마진이 나빠질 수 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이란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공정에 투입했을 때 공급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마진을 의미한다. 정제마진은 국내 정유사가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들여오는 가격과 소비국이 정유사로부터 석유 제품을 사 가는 가격 간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의 경우, 산유국에서 원유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파는 구조이기 때문에 유가의 급등락보다는 안정을 선호한다. 여기에 유가가 오르면서 제품 가격이 올라, 수요가 이전보다 감소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ECC(에탄분해설비)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 가격도 자연스레 올라게 된다.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나프타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NCC(나프타분해설비)를 갖추고 있다. 반면 미국 등은 ECC가 주를 이루고 있다.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미국 등 해외 ECC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이다.
◇고유가에 웃는 신재생에너지 업계
OPEC의 감산 합의로 국제 유가가 연일 오름세를 보이면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감산이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큰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점도 업체들로선 좋은 기회다.
올해 초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때만 해도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신재생에너지를 찾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가가 오르면서 대체 에너지에 대한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신재생 활성화 대책까지 더해져 산업에 대한 낙관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가정에서의 태양광 설치비용을 위한 보조금과 지급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보조금 비율이 25%에서 최대 50%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가정에서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때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기존 800만원에서 400만원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판매시장에 장기 고정가격 계약 제도를 도입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익 안정성을 확보했다. 수익 안정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기업과 금융투자자들의 사업 참여가 늘어나면 신재생 발전 설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의 전 세계 평균 발전 단가가 최근 4년 새 절반가량으로 줄면서 빠른 속도로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태양광발전이 2020년 이후 가장 경쟁력 있는 발전원으로 부상하고, 2025년경에는 석탄발전보다 더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12년부터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와 발전 설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2.3%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RPS는 500MW 이상의 시설을 보유한 발전 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에서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해당 비율은 매년 증가해 2024년 이후로는 1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신재생에너지 수요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 등으로 인해 10%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성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중이 가장 큰 산업 부문의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배출권거래제, 목표관리제 등 다양한 온실가스 저감정책에 따라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건물 부문의 경우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 제도 등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수송 부문은 SUV를 비롯한 경유차 판매 증가로 수송용 경유 소비가 늘며 바이오디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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