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상승·하락 요인 혼재…달러 강세 속 금값 하락 전망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놓였던 구리, 아연 등 산업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치고 상승 국면을 맞았다. 올해초 배럴당 30달러선이던 유가는 이달들어 5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공급 과잉이 해소됨과 동시에 제조업 수요 발생과 맞닿은 것으로 글로벌 경제 생산 활동이 그만큼 활발해 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3분기까지 급등했던 금 값은 달러 강세 영향에 다시 하락세로 들어섰다.

내년 원자재 시장도 비슷한 상황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산업 원자재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확장적 정책에 따라 수요가 이끄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가격은 원유 공급 과잉을 해결하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셰일 산업의 줄다리기로 박스권에 갇힐 것으로 보인다. 금 값은 달러 강세 지속 여하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 수요가 이끄는 원자재 가격 상승


산업용 원자재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리 선물 가격은 이달 13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 상품 거래소(COMEX)에서 1파운드당 259.65로 지난달 7일 파운드당 230.95달러에서 12.4% 증가했다. 같은 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아연 현물은 톤당 2732달러로 지난달 7일 2468달러보다 10.6% 상승했다. 니켈 역시 같은 기간 5.2% 오른 톤당 1만141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올해 말과 마찬가지로 경기 회복기로 여겨졌던 3년전 12월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크지 않다. 원자재 가격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블룸버그 상품지수는 이달 7일 176.79이지만 3년전인 2013년 12월 6일에는 252.42였다. 비철 금속 가격을 포함하는 로이터 상품가격 지수도 이달 7일 191.9으로 나타났지만 3년전 12월 6일 279.23에 미치지 못한다.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는 여력이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당시 달러가 약세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3년전 수준까지 원자재가가 오르기에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원자재 상승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제 생산 활동이 회복되고 있다는 조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 원자재 최대 수입국인 중국 제조업이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일 발표된 중국 11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7이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 51을 뛰어 넘은 것으로 2년 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2월 제조업PMI가 49였던 것을 감안하면 제조업 경기가 회복세가 뚜렷하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의미하고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더불어 미국 제조업도 살아나고 있다. 1일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11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월스트리트저널(WSJ) 예상치 52.5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생산과 신규 주문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내년이 되면 미국 제조업 경기는 더 살아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잦았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은 달러 강세 속에서도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경기 회복 신호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는 뜻”이라며 “지금 원자재 가격 수준은 지난 3년전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향후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 국제 유가 상승 요인과 제한 요인 팽팽 맞서

내년 유가 수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유가가 오를 것이란 주장에는 OPEC이 중심에 있다. 지난달 30일 OPEC 회원국들은 내년 1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12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덜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여기에 지난 10일 러시아와 멕시코 등 OPEC 비회원 산유국들도 하루 산유량을 55만8000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영향 속에 원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OPEC과 비OPEC이 계획대로 감산을 진행한다면 6개월 뒤 OPEC이 감축하기로 한 3억배럴 원유재고 중 46%가 제거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합의가 완전히 준수되면 하루 기준 OPEC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약 40만배럴 적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OPEC 목표치인 배럴당 60달러 수준에는 쉽게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 바클레이즈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보고서를 내고 내년 상반기 배럴 당 60달러까지 오르는데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지속적인 유가 상승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감산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특히 미국이 셰일 업체들이 오일 생산량을 늘릴 경우 유가는 예상밖으로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원유 시장에서도 이러한 우려 탓에 유가 상승폭이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이미 미국에선 셰일 오일 생산이 늘어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유전 정보 서비스업체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셰일오일 시추 장비인 리그(rig)의 사용 기수는 지난달 753기로 올해 10월 700기보다 53기 늘었다. 지난해 11월 리그 938기에는 못미치지만 시추 장비가 늘고 있는 추세고 기술력 발달로 대당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셰일 생산량은 현재 870만배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황병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지금과 같은 유가 흐름은 지속 되겠지만 단 하나의 국가라도 합의를 깨게 된다면 도미노처럼 다시 공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더불어 미국 원유 생산량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인데 미국 셰일오일 생산 증가에 대한 우려는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기제가 될 것”이라 밝혔다.

◇ 달러 강세 속 금 값 약세 전망

다른 원자재와는 반대로 금 값은 하락세가 예상된다. 달러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는 까닭이다. 국제 시장에서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일반적으로 금리가 올라 달러 가치가 오르면 상품인 금 가격은 반대로 하락한다. 더불어 경기회복과 맞물려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옅어지고 있는 것도 금에 대한 수요 축소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경제 불확실성 탓에 올해 1월 4일 온스당 1075.75달러였지만 8월 2일 1372.60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시작됐던 10월부터는 하락세를 맞기 시작했다. 이달 14일에는 온스당 1161.80달러까지 떨어졌다. 미국이 기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경우 달러 강세 현상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금 값 역시 하락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더불어 글로벌 증시에 위험선호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 역시 안전자산인 금 값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 증시는 12월들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상승 흐름이 보이고 있다. 유럽증시 역시 이달 들어 6%가량 오름세다. 반대로 안전자산인 채권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였다.

뉴욕의 금융중개업체 인터내셔널(INTL)FC스톤의 에드워드 미어 애널리스트는 13일 보고서를 통해 “정책금리가 오르게 되면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정책 금리 상승, 달러 강세로 인해 앞으로도 금 매도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라 밝혔다.

 

내년 금 값은 달러강세와 위험자산 선호 현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뉴스1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