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도 하강 조짐…해외건설도 악화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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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는 그동안의 성장사를 4개 기간 구간으로 나눈다. 1기는 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이다. 이 시기 경제개발 목적의 국토개발의 수혜로 건설사들은 큰 호황을 누렸다. 


2기는 88올림픽 이후에서 1997년도 IMF 이전까지다. 노후 건축물 정비사업, 소득향상으로 인한 자가주택 소유열풍 속에 건설사들은 광고를 내기만 하면 다음날 분양단지 '완전판매'를 이뤘다. 

3기는 2000년대 중반이다. IMF를 사실상 졸업하면서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의 공공공사가 늘었다. 또한 기술력 축척으로 플랜트를 필두로 해외건설 시장도 황금기를 누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고 일어 나면 건설사 주가가 10% 넘게 뒤던 시기"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4기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다. 2013년 해외건설 대규모 손실로 건설업계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완화로 분양시장이 들끓었다. 그들 말마따나 건설업계는 '봄날'을 겪었다.

그러나 4기를 기점으로 건설업계 실적하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인구감소, 주택시장 경기하강, 해외시장 경쟁력 약화다. 건설업계의 5번째 황금기가 도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공포감도 떠오른다.

◇ 유일한 먹거리 주택시장 하강조짐…내년 미입주 사태 우려

건설업계는 지난 3년 간 분양시장 호황을 누렸다. 2014년부터 정부는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재건축 연한 축소 등으로 주택시장 규제완화를 감행했다. 이는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신·구 주택 등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이어졌다.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을 전담하는 부서를 본부로 확대개편하는 등 주택시장에 대응했다. 이를 통해 해외건설 시장 손실을 매꾸는 걸 넘어 초과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국내 주택시장이 위축될 조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1월 열린 ‘2017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 및 전세가격이 각각 0.8%, 1.0% 동반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 말 대규모 아파트 착공물량의 입주물량 전환, 연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 고점을 연일 갱신하던 부동산 시장은 사그라들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첫째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은 34주 만에 전주 대비 마이너스 변동률로 전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월 넷째주 2년 만에 하락했다. 전국 부동산 시장 경기를 가늠하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매매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잔금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이 골자인 금융규제안도 분양시장에 악재다 

내년 주택시장 키워드는 미입주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36만 9709가구다. 이는 1998년 이후 최대 공급량이다. 주택보급률이 100%에 달하는 상황에서 물량소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간 주택 매매시장 활성화는 가격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기대가 근본적 이유였다. 올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주택시장 경기 위축, 금융규제, 미국 금리인상, 저성장, 실질소득 정체로 신규분양 단지 입주거부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 2008년 미입주 대란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상하는 대목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 미입주에대비해 미입주 대비 팀을 건설사가 만들 수 있다. 그만큼 미입주 사태 대응책을 업계가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구감소가 전망된다. 이에 건설업계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택품질 내실화를 꾀하고 있다. 

 

정부는 제로에너지 빌딩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감축 목적이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 지난달 4일 발효됐다. 한국은 파리협정에서 도출된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전망치(8억5060만톤) 대비 37%를 감축해야 한다​. 37% 감축치에는 건물 부문 감축치 3580만톤도 포함된다. 단열재 강화,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제로에너지 빌딩으로 정부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려 한다. 건설업계 역시 에너지, 마감재 업계와 협업을 통해 제로에너지 빌딩을 육성하려 한다.

 

스마트홈도 건설업계의 관심거리다. 건설사들은 최근 이동통신사와의 협업으로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스마트홈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거 프리미엄, 편의성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 미입주 우려 속에서 건설업계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 해외건설 시장 저유가로 최악의 부진…신규 먹거리, 금융조달책 모색

최근 해외건설 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사우디, 이란 등 산유국의 증산경쟁으로 인한 저유가 기조 때문이다. 중동 공사 발주물량이 축소되고 있다. 중동 국가는 대다수가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한다. 국가재정을 바탕으로 공사를 발주한다. 저유가로 인한 재정손실로 중동 국가들이 플랜트 발주물량 자체를 줄였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3일 기준 올해 누계 해외건설 수주액은 24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 급감했다. 업계는 2006년 이후 7년 만에 해외건설 수주액이 300억 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 유가상승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최근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 OPEC 국가들이 석유감산 합의를 이끌었다. 감산을 통해 유가상승을 유도할 목적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원유 대체재인 셰일오일 채산성 증가로도 이어진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환경오염과 무관하게 셰일오일 개발을 공언했다. 산유국 감산합의가 빛을 바랠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김종인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앞서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외건설 시장 정상화는 4~5년은 걸릴 수 밖에 없다. 단기간 실적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건설업계의 내년 해외시장 키워드는 ‘신규 먹거리’다. 중동을 넘어 건설사들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신흥국 인프라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대규모 인프라 공사를 발주하고 있다. 내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발주물량 확대도 건설업계가 관심을 두는 사안이다.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공언과 더불어 대규모 인프라 발주물량을 건설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신규 먹거리는 엔지니어링 역량강화도 포함된다. 최근 정부는 건설 엔지니어링 역량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대규모 자금동원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건설사들의 추격저지, 해외 선진 건설 대기업과의 경쟁이 이유다.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해외건설 수주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엔지니어링 역량강화를 내년 한해 건설업계가 깊게 고심할 전망이다.

 

금융권과의 협업도 내년 건설업계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 국가들은 종전과 달리 공사발주 시 시공사에 자금조달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 금융권과의 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만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2013년 해외공사 대규모 손실을 이유로 금융조달을 꺼리고 있다. 정부의 수출입은행, 무역보험 등의 국책기관도 사업성을 이유로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 성과로 제시된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에 대한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인건비, 기술력을 넘어 금융조달책이 해외건설의 화두가 되고 있다.

 

앞서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건설사들이 2014년부터 이어진 분양호황으로 막대한 현금을 보유했다. 내년 주택·해외건설 시장 경기 하강이 우려된다. 그래도 이에 대응할 여력이 된다”며 “내년 건설업계는 신규 먹거리 창출을 모색하는 버티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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