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되면 재무 건정성 악화 불가피…금리인상도 시련 안겨
국내 보험사들에게 내년은 자본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2021년 1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돼 지금부터 준비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이번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자본 변동성이 확대되고 보험수익이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리 인상까지 예고돼 자본확충에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 부채 평가 방법이 달라진다. IFRS17 핵심은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보험 부채를 원가로 평가했다. 보험 부채(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 평가 방식을 계약 시점 기준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의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공정가치)로 평가한다는 게 IFRS17의 골자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현재 저금리 탓에 금융사가 미래에 가입자에게 지급 할 보험금이 앞으로는 막대한 부채로 잡히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도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100% 아래로 떨어질 보험사가 9곳이나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난 11월 16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부채로 분류하려던 '장래 이익'을 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보험사들은 RBC비율을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돼 대규모 자본 확충 부담은 덜게 됐다. 하지만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게 중심인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는 부채 평가액이 급증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재무 건정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보험사가 지금부터 자본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일단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 △자사주 매각 △내부 유보금 확대 등을 이용할 계획이다. 다만 보험업계는 유상증자에 대해선 현실성이 없다는 시각이 크다. 수천억원 신주 발행 시 오너 일가가 대규모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주주 지위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보험사의 지배구조 고려시 극단적인 유상증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저금리 제도에 허덕이는 보험사의 10조~20조원의 유상증자를 국내 주식시 장이 받아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내 보험사들은 유상증자보다는 후순위채 발행이나 내부 유보금 확대 등으로 자본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후순위채란 채권 발행기관이 파산했을 경우 일반 다른 채권자 부채가 모두 청산된 다음에 원리금을 상환 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후순위채에 투자한 돈을 다른 빚을 모두 갚은 뒤에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우선주나 보통주보다 그 변제 순위가 앞서지만 일반 채권보다는 후순위다.
이에 보험업계는 이미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 모양새다. 흥국생명, 롯데손보, 농협생명 등은 후순위채나 영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흥국생명이 3년 만에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다. 앞으로 최대 1500억원 규모의 10년물 후순위채를 발행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 규모를 1500억원 이내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이자율은 국고채 10년에 2% 내외를 합한 수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NH농협 손해보험도 지난 9월 후순위채 1000억원을 발행했다. 10월엔 흥국화재가 그룹 계열 재단인 세화예술문화재단에 후순위채 200억원을 발행했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중국 안방그룹을 대상으로 6246억원을 유상증자했다. 한화생명은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 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시기는 내년 1월이 될 예정이다. 신종자본 증권은 만기가 매우 길다.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자본확충도 버거운데 금리인상까지 '악재'
설상가상으로 보험사들은 내년에 금리인상이라는 시련까지 떠안게될 처지다. 당장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한국은행 금리 인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 지급여력(RBC)비율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새 회계기준 도입 예정으로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RBC비율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 이런 와중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보험사 자본감소에 따른 RBC비율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 채권금리는 지난 달부터 치솟고 있다. 11월 초 1.8% 초반에서 움직이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3%까지 올랐다. 국 내 금리도 올랐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11월 초 1.7% 수준에서 12월 초 2%를 넘어섰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평가이익이 줄어든다. 내년에는 이 같은 악재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빅3 보험사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 보험사는 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매도가능채권 규모는 108조원이다. 반면 만기보유채권은 3800억원에 불과하다. 그간 보험사들은 '만기 보유증권' 계정에 쌓아뒀던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 . 금리하락에 따른 시가평가이익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가치 하락에 따라 채권평가이익도 감소한다. 이는 보험사 자기자본 축소로 이어진다. 곧 보험사 RBC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RBC비율이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RBC비율이 100%이면 모든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채권평가이익 감소로 자기자본이 줄어들면서 RBC비율이 악회되는 영향은 즉시 반영된다"며 "(보험사에) 상당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금리가 0.01% 상승할 때 보험사 RBC비율은 2.4~8.2% 하락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RBC하락은 다시 IFRS17 변경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으로 이어진다. 여러모로 내년부터 보험사에 자본확충과 관련한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는 게 보험업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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