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현 전 대표 담합 혐의로 구속···대표이사도 사임
대체 감미료 알룰로스 성장세···사업 제동 우려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구속된 최낙현 삼양사 대표가 사임했다. 삼양사 식품 부문은 최 대표 자리를 BU(Business Unit)장에게 맡겨 경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대체 감미료인 알룰로스로 성장 흐름을 탄 상황에서, 삼양사는 리더 공백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구속된 최낙현 삼양사 대표가 사직했다. 최 대표의 사임에 따라 삼양사는 강호성, 최낙현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강호성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앞서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를 받는 김상익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과 최낙현 삼양사 대표 2명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제당 3사(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는 최근 수년간 설탕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담합 규모는 조단위로 추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낙현 전 대표는 삼양사의 식품 사업을 총괄해왔다. 삼양그룹은 크게 식품과 화학을 영위하고 있다. 그룹은 대표이사 아래 식품그룹과 화학1그룹, 화학2그룹을 두고 있다. 각 그룹은 세부적인 BU, PU(Performance Unit) 등 조직으로 구성된다.
최 대표는 2022년 정기 인사에서 식품그룹장으로 임명받았고, 같은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삼양사 각자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3년간 임기를 지나 올 초 열린 주총에서 다시 대표이사로 재선임돼 리더십을 확고히 해왔다.
그러나 삼양사는 최 대표가 사임하면서 식품 부문에서 리더십 공백을 맞게 됐다. 업계 안팎에선 회사가 추진해오던 스페셜티(기능성 소재) 전략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삼양그룹은 식품에선 천연 감미료인 알룰로스, 화학은 친환경 플라스틱, 의약바이오에서 수술용 봉합 원사 등의 소재를 만드는 사업을 영위해 왔다. 그룹은 이를 스페셜티 소재로 부르며 사업을 키워왔다.
삼양사 식품 부문은 회사의 핵심 사업이다. 삼양사 식품 부문은 올 3분기 말 기준 전체 매출의 57.33%를 차지한다. 지난해 삼양사 식품 매출은 1조5863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줄었지만 스페셜티를 중심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해왔다.
삼양사의 대표 브랜드는 큐원과 서브큐, 넥스위트 등이다. 큐원은 설탕과 전분당, 밀가루 등 식품 원료가 되는 소재를 주로 생산한다. 서브큐는 삼양사의 식자재 유통 브랜드로, 외식업체나 급식업체 등에 납품하는 냉동 생지를 주력해 만든다. 넥스위트는 삼양사의 미래 신사업으로서 천연 감미료인 알룰로스를 제조한다.
특히 삼양사는 대체 감미료인 알룰로스에 힘을 싣고 있다. 알룰로스는 무화과, 포도 등에 희소하게 존재하는 당류다. 설탕 대비 70% 정도의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제로인 대체 감미료다.
삼양사는 대체 감미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2012년부터 알룰로스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삼양사는 알룰로스 개발에 필요한 효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대체 감미료 중에서도 비교적 안전성이 높다고 알려진 감미료로 알룰로스가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4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2016년 자체 효소 기술 기반의 액상 알룰로스 개발에 성공했고, 같은해 7월 식약처 인허가 승인을 받았다.
이후 삼양사는 2020년부터 알룰로스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해는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인 알룰로스를 생산하는 스페셜티 공장을 준공했다. 해당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기존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1만3000톤에 달한다.
해외 판로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삼양사는 미국, 일본 등 해외 각국에서 개최되는 식품 관련 전시회에 정기적으로 참가해 판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도 5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IFIA·HFE Japan 2025’, 7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IFT 2025’,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Fine Food Australia 2025’ 등에 참가해 스페셜티 소재를 알렸다.
삼양사에 따르면 알룰로스 실적도 증가하는 추세다. 알룰로스 판매량은 지난해 전년 대비 59.2% 증가했고, 매출은 63.6% 신장했다. 올 상반기에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8%, 매출은 13% 증가했다. 국내외 저당 및 제로 칼로리 제품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생산 규모를 키우고, 해외 각국의 인허가를 선도적으로 추진한 것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유통업계에선 최 전 대표의 부재가 삼양사 식품 부문 사업 추진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리더십 공백과 담합 이슈가 맞물려 삼양사에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회사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양사 관계자는 “현재 식품 그룹장은 각 부문 BU장들 경영 체계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고, 최대한 경영 공백이 없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