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진료와 수술 감소로 지방 대형병원 도산 우려···일부 병원, 구조조정 등 허리띠 졸라매기 
진료 감소로 처방전 줄어 문전약국 경영난 심화···15-25% 처방전 감소, 향후 감소율 증가 가능성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두 달을 넘은 전공의 파업이 언제 종료될지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대형병원과 문전약국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향후 의대 교수 사직이 확산되면 대형병원의 경우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되는 현실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을 전후로 개시된 전공의 파업은 종료 시점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다음 주부터 의대 교수 사직이 본격 진행되면 의료공백은 확대돼 일각에서는 의료시스템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분위기다. 이에 사회 각 분야 여파가 감지되지만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대형병원과 문전약국이라는 분석이다.

주 1회 외래진료 휴진을 시작한 26일 대전 충남대병원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대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주 1회 외래진료 휴진을 시작한 26일 대전 충남대병원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대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형병원의 경우 외래진료와 수술이 최대 50% 감소한 상황이다. 이에 대형병원이 발행한 처방전을 토대로 운영되는 문전약국 타격도 심각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의대 교수 사직까지 본격 발생하면 그동안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제약사 타격도 크지만 출입하는 대형병원 관계자들은 이대로 가면 재정이 취약한 지방 대형병원은 위험한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고 호소한다”고 전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붕괴의 첫 번째 사례가 지방 대형병원 줄도산이다. 최근 각종 의료 관련 유튜브는 지방 소재 대형병원 경영난이 우려할 수준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일부 근거를 갖고 있다. 전공의가 사직을 개시한 2월 2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부산대병원의 누적 손실액은 250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병원은 지난 19일 비상 경영체제 3단계에 돌입했다. 

제주대학교병원도 조만간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구체적 계획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 진료과목에 대한 외래진료를 줄이는 방안도 논의하는 단계로 파악된다. 지난해 3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던 제주대병원은 전공의 파업 사태 이후 하루 1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몰려있는 ‘빅5’ 병원도 경영난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하순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2배 늘렸다. 세브란스병원도 의사를 제외한 직원을 대상으로 7일 무급 휴가를 시행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병원에 근무하던 일반 직원들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결정됐다. 병원계 관계자 B씨는 “각 병원 손실액 규모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례가 극소수지만 외래진료와 수술 감소의 직격탄을 맞아 상당히 힘든 상황이 짐작되고 있다”며 “전공의 사직 전까지 재정 상황의 여유 여부가 향후 얼마나 버틸 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25일 청주 충북대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5일 청주 충북대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대형병원 경영난은 상당 부분 인근 문전약국에 그대로 전달된다. 대형병원의 외래진료가 정상 가동돼야 환자들이 처방전을 갖고 문전약국으로 가서 처방의약품을 수령하는 것이 현재 구조인데 외래진료가 줄어 자연스럽게 처방전 발행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전공의 사직 초기에는 15-25% 정도의 처방전 감소 비율이 거론됐지만 이제는 그 비율도 상향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표된 한국아이큐비아의 국내 원외의약품 시장 분석 결과를 보면 올 3월 전공의 사직 영향이 큰 상급종합병원 약국조제내역에서 전년대비 조제건수가 13.3% 하락했다. 이같은 조제건수 하락은 4월이나 5월 이후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요병원 인근 문전약국은 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가라앉은 상황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서울시 소재 약국장 C씨는 “외부에서는 문전약국을 개설한 약사는 경제적 여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그동안 자금 사정에 여유가 없었던 문전약국은 최근 전공의 사직 여파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이 1주일에 하루 휴진을 공식화한 데 이어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이 휴진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주변 문전약국들도 휴진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개국가 관계자 D씨는 “두 달 여 기간 동안 처방전 숫자는 줄었지만 장기처방이 나오면서 어렵게 버틴 문전약국이 있었다”라며 “의대 교수 사직에 이어 휴진까지 진행되면 대형병원에 앞서 문전약국부터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정부와 의료계 대치가 5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다음 달에는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변에 적지 않다”라며 “환자들도 이제는 정부나 의료계 한쪽이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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