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등 주요병원 의대 교수 사직은 파악 안돼···단계적 사직서 제출과 진료 일정 등 원인
시간 경과될수록 사직과 휴진으로 의료공백 예상···서울대와 연대는 30일 동시 휴진
복지부 “2025년 제외하면 어떤 논의도 가능”···25일 출범 의개특위 “의대 정원 논의 계획 없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의료계가 예고해왔던 의대 교수 사직이 예정대로 시작됐다. 일단 사직 첫날에는 우려했던 사태가 없었지만 향후 시간이 경과되면 사직 여파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정부는 2025년 의대 정원을 제외하면 어떤 논의도 가능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은 지난 3월 25일 이후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들이 수리 여부와 관계 없이 사직하겠디고 밝혔던 첫날이다. 관련 법 규정에 따라 사직서 제출 후 30일이 경과되면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 그동안 의료계 주장의 골자였다.

25일 대전시 중구 대사동 충남대학교병원에서 한 병원 관계자가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5일 대전시 중구 대사동 충남대학교병원에서 한 병원 관계자가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에서 일단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에 소속된 의대 교수 사직 사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상황을 전반적으로 체크했는데 나타난 것이 없다”며 “교수가 사직할 경우 수술이나 외래진료 일정을 조정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파악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단 이날 의대 교수 사직이 발생하지 않은 원인은 3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지난달 25일 이후 단계적으로 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이 진행됐기 때문에 30일 경과 시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 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일률적으로 교수 사직서를 보관한 사례가 파악되고 있어 해당 대학이나 병원에 전달한 시점은 지난달 25일 이후로 판단된다.

둘째 당초 공식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 숫자가 적었을 가능성이다. 의료계 일각은 그동안 전국 총 1만 1500여명으로 추산되는 의대 교수 중 적지 않은 사직 비중을 거론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전체 교수들 30% 가량이 냈다는 수치를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주변에서는 전날 기준 80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면서 주목 받았다. 단, 800명 수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실제 연대 의대 비대위가 전체 교수의 약 절반인 629명 사직서를 지난달 25일 의대 학장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이와 비교하면 전날 기준 800명 사직 수치가 틀린 관측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셋째 30일 경과 효력이 발생했지만 기존 외래진료와 수술 일정 등을 감안, 교수들이 자체적으로 사직을 늦춘 사례도 알려졌다. 사직은 하지만 중요한 수술과 외래진료는 본인이 마무리하고 떠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담당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연계하는 절차도 필요한 상황이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사직은 결정했지만 기존 환자들을 위해 며칠 정도 늦추는 사례가 주변에 있다”고 전했다. 필수의료분야 담당이거나 다른 병원 연계가 쉽지 않은 환자를 맡은 의대 교수들은 더 늦게 ‘사직 희망일’을 잡은 사례가 알려졌다.

하지만 향후 시간이 경과될수록 실제 사직하는 의대 교수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주 1회 휴진까지 진행되면 의료공백은 예측할 수 없는 수준까지 확대된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연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전날 회의에서 오는 30일 하루 외래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 의대와 동일한 날 휴진을 선택한 것이다. 

노연홍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5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보건복지부
노연홍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5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보건복지부

이처럼 향후 의대 교수 사직이 늘고 주 1회 휴진 시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복지부는 이날 구체적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현실적으로 의대 교수를 대체할만한 전문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에 복지부는 내부적으로 의료계와 대화할 수 있는 타협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협안 내용은 현재 작업을 진행 중인 2025년 의대 정원은 수정이 어렵고 이후 의대 정원은 의료계와 논의를 토대로 결정하는 방안으로 전해졌다.

이날 복지부는 “의료계가 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에 따라 통일된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누차 밝힌 바 있다”며 “일정상 조정이 불가능한 2025년 정원을 제외하면 어떤 논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의료계 관계자 C씨는 “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에 따라 통일된 안을 전제조건으로 했지만 2026년 이후 의대 정원은 사실상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1차 회의를 진행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의대 정원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일정 거리를 뒀다. 노연홍 특위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위는 의료체계와 제도 개혁을 더 큰 틀에서 논의하는 기구”라며 “의료인력 수급 조정 기전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눌 수 있지만 구체적 의대 정원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기구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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