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모집 정원 최종 승인 보류 요청
"의대 2000명 증원 과학적 근거 내라"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의대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다. 의대생 등이 제기한 정부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을 심리하는 서울고법은 정부 쪽에 증원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요구했다.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정부 측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30일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리에서 정부 쪽에 의대생 2000명 증원과 관련한 대학의 인적·물적 시설 관련 엄밀한 심사 여부를 포함한 과학적 근거자료를 이달 1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달 중순까지 항고심 판단을 결정하겠다”며 “그전까지 의대 모집 정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시행되기 전 엄격한 현장 실사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하며 구체적인 의대 증원 계획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제대로 하고 의대 증원분을 배정한 것인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예산이 있는지 등 현장 실사 자료와 관련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의대생 등에게 집행정지 신청 자격이 없다는 정부 쪽 주장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 신청인들이 모두 원고 적격이 없다면 (의대 증원과 관련한) 정부의 처분을 다툴 수 없게 된다”며 “사법 통제를 못 하는 정부의 결정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의대생과 전공의 등 다양한 주체가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원고의 자격이 없다는 이유(원고 부적격)로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아울러 재판부는 다음달 중순까지 심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 측에 “(법원 결정이 날 때까지)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 계획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통상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5학년도 대학 모집 정원을 심사해 5월 말까지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확정한다. 법원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끔, 그 전까지 결정을 내릴 테니, 그 전까지는 최종 승인하지 말라는 취지다. 이에 교육부는 “복지부와 협의해 재판부가 요구한 자료 등을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