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수회담서 의료개혁·연금개혁 공감대···이재명, 거부권 남용 문제점 지적
윤 대통령, 전국민지원금에 난색···재생에너지·김건희·채상병 문제도 논의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영수회담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야당이 주장했던 전 국민 대상 민생지원금에 대해 윤 대통령은 물가와 재정 상황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제를 따로 정하지 않은 자유 회담을 진행했다. 두 사람의 회담은 현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이날 회담에선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및 대통령 거부권 자제, 의료대란 문제 등 정책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도운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민생경제와 의료개혁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의료개혁 문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 결단으로 시작한 의료 개혁 정말 중요한 국가적 과제인데 의정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될 것 같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그리고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며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과 이대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이 불가피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민생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란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다만, 구체적인 민생 개선안에 대해선 정책적 이견을 노출했다. 

이 대표는 그간 민생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필요성을 주장해온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물가, 금리, 재정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지금 상황에선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이 수석은 또 “소상공인 지원과 서민금융 확대 부분은 정부가 큰 규모로 지원하고 잇고, 민주당이 제기하는 부분은 추가로 지원을 요청하는 부분이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필요시 야당이 제기한 부분에 대해 여야 협의를 통해 시행여부를 논의하잔 취지로 논의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도 의제로 다뤄졌다. 야권은 그간 양곡관리법 등 국회 통과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 왔다. 총선 결과엔 거부권 자제가 담겨있단 평가가 나오지만, 22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을 무력화할 의석을 확보한 야권을 견제할 정부여당 수단이라곤 대통령 거부권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고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며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한 과도한 거부권 행사는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이란 점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연금개혁을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보고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치잔 의견도 개진했다. 그는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로 하는 개혁안을 마련했다”며 “대통령님께서 정부 여당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 주시기를 바라고,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충분하고 많은 데이터를 이미 제출했다고 호응했다. 이에 향후 양측간 협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 등 윤 대통령 처가 관련 의혹과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등 여야가 대치하는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나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며 “채 해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회담이 정부여당과 야당간 협치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야당 협조 없이 남은 3년간 국정운영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 대표로서도 야권이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의석엔 미치지 못하기에 국회 입법 성과를 내려면 윤 대통령의 협조가 필요하다. 

여권 관계자는 “증원 규모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의료개혁은 폭넓은 국민지지를 받고 있어 야당이 이걸 반대하긴 쉽지 않다. 초당적인 의료개혁지지,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대한 공감 수준의 합의는 가능하다”며 “전국민 25만원 지원금의 경우 다른 형태의 민생패키지로 합의가 이뤄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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