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2600억원 들여 볼파라 인수
의료 AI 솔루션 미국 시장 확대
이달 CB 발행해 1715억원 조달
나머지 900억원, 자체 현금 활용
내년부터 미국 직접 판매 시작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뉴질랜스 유방암 AI 플랫폼 기업 볼파라 인수를 완료하고 100% 소유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업계는 볼파라 인수를 통한 루닛의 시장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인수합병(M&A) 대상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Volpara Health Technologies)’의 주식 100% 취득을 위한 자금 약 2600억원 중 1715억원을 전환사채(CB)로 조달하기로 했다. 호주 증시에 상장된 볼파라 주식은 내달 4일부터 거래 정지 및 상장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루닛은 지난 25일 공시를 통해 총 1715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알렸다. 이번 전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 전액은 볼파라 증권 취득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볼파라 인수자금은 약 2600억원 수준이다. 인수에 필요한 나머지 약 900억원은 자체 현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루닛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2300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번 자금조달은 운영자금, 채무상환을 위한 목적이 아닌 인수합병을 위한 것”이라며 “자금은 인수 후 사업 확장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루닛의 볼파라 인수는 내달 말 최종 완료된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로 시장 점유율을 높혀 내년 중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볼파라의 미국 유통망을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 의료 AI 진단 서비스 판매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와 3차원(3D)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의 미국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기대다. 루닛은 볼파라의 미국 네트워크를 통해 신규 판매 채널 구축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볼파라는 미국 내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AI 플랫폼 기업으로 지난해 미국 내 유방암 검진 시장점유율 42%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21년 158억원, 2022년 210억원, 2023년 282억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CR)은 63%에 이른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가 완료되면 세일즈 부서 및 판매 품목을 통합하고 미국 내 직접 진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루닛과 볼파라간 기술 시스템 최적화 작업에는 내부 절차들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국 내 직접 판매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볼파라는 의료기관과 장기 계약을 맺고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연간 구독 형태로 매출을 냈고 있다. 루닛은 볼파라의 수익 구조를 활용해 회사의 의료 AI 진단 솔루션들과 매출 시너지를 일으키겠다는 포부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루닛의 매출액은 2021년 66억원, 2022년 139억원, 지난해 251억원이다.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81%에 달한다. 다만 매년 적자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은 한계로 지목됐다. 루닛의 영업손실은 2021년 457억원, 2022년 507억원, 2023년 422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적자 폭을 줄이고는 있지만 자체 영업활동만으로는 단기간 흑자전환에 무리가 있는 만큼, 확실한 성장 모멘텀이 필요했다.
또 국내 의료 AI 시장 선두주자로서 암 진단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는 루닛을 향한 업계의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루닛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키워왔다. 자칫 무리수가 될 수 있는 대규모 M&A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지난달 열린 루닛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볼파라 인수 완료와 2025년 흑자전환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만큼 글로벌 의료AI 시장에서 루닛이 중심 역할을 이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루닛 관계자는 “이번 볼파라 인수로 세계 최대 의료 시장인 미국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볼파라의 판매망을 활용해 내년부터 미국 직접 진출을 통한 비용 절감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