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파라, 美 2000개 의료기관에 유방암 AI 솔루션 공급중···인수통해 시장진입 속도
"볼파라 보유 유방 촬영 데이터 1억장, 연간 2000만장 지속 확보···AI 고도화할 것"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루닛이 유방암 검진 특화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인 '볼파라 헬스케어 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볼파라는 미국 내 2000곳 이상의 의료기관에 AI 솔루션을 공급 중인 기업이다. 이번 인수로 미국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볼파라가 지닌 1억장의 유방촬영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자율 수준까지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14일 서범석 루닛 대표는 서울 강남구 루닛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루닛은 이사회를 열고 볼파라 지분 100%를 1억9307만달러(약 252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루닛의 볼파라 인수는 바이오 헬스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해서다. 볼파라는 유방암 검진 AI 플랫폼 기업이다. 본사는 뉴질랜드 웰링턴이지만, 매출의 96.5%가 미국에서 나온다. 볼파라는 미국 의료기관 2000개 의료기관에 AI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미국 전역에 800개가 넘는 고객사도 갖췄다.
서 대표는 “볼파라는 이미 미국 의료기관 2000곳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브랜드도 잘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볼파라가 보유한 유방 촬영영상 이미지 데이터 1억장의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볼파라는 유방암 진단 등 특화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1억장에 달하는 미국 등 서양인 여성 유방 촬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서 대표는 “루닛이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 규모가 30만 장인데, 이것으로 정확한 AI 데이터를 만들어 베스트인클래스의 성능을 인정받았다”며 “이를 고려할 때 볼파라가 지금까지 보유한 1억장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데이터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 데이터를 확보한 회사는 전세계에 우리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볼파라가 보유한 데이터의 가치만 3000~4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루닛 측 설명이다. 볼파라 인수로 데이터 확보에 드는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는 것이다. 박현성 루닛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영상 촬영에 장당 3000~4000원의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해 단순 계산해도, 볼파라 인수로 3000억~4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직접 1억장 규모의 데이터를 얻으려면 또 수 천 개 기관을 뚫어야 하는데, 이 같은 과정을 거칠 때 드는 확보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볼파라가 제품 개발을 위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동의를 얻는 등 법적 분쟁 가능성을 모두 해소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대표는 “제품 개발을 위한 자유로운 데이터 사용을 구축해 놓은 회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 후 추가로 연간 약 2000만장 이상의 데이터를 지속 확보할 예정이다. 그는 “1억장의 구축된 데이터에 볼파라 인수 후 추가적으로도 연간 2000만장 이상의 데이터를 지속해서 쌓아갈 수 있다”고 했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가 종료되는 시점을 내년 4월로 보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 승인과 볼파라 주주총회에서 주주 75%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남아있다. 루닛 측은 주주총회에서 무난히 안건이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과정 등을 거쳐 인수가 완료되면 루닛은 볼파라의 호주 주식시장 상장을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볼파라 인수자금은 현금과 외부 차입, 투자 유치등을 통해 충당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박 CFO는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2000억원 안에는 이번 인수합병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보유현금, 인수금융, 합이 맞는 기관투자자 투자 유치 등을 균형감 있게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완료 후엔 미국 내 사업은 볼파라가, 미국 외 사업은 루닛이 맡는다. 서 대표는 “미국에서 볼파라의 인지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볼파라 브랜드를 없애진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루닛은 미국 내 볼파라 플랫폼 설치 기관을 대상으로 루닛 AI 솔루션 추가 공급을 추진하고, 볼파라의 데이터를 활용해 정확도를 높인 AI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자율형 AI 구축에도 나선다.
서 대표는 “이번 인수는 루닛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자, 암 조기 진단을 위한 강력한 솔루션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한 2025년엔 양사 모두 흑자 전환할 것이라 자신했다. 볼파라는 현재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매출 구조가 병원과 장기 계약을 통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연간 구독 형태라는 점에서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적자 상태지만, 내년 중에는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파라는 현재 적자 상태다. 서 대표는 “내년엔 30억원의 영업손실이 전망된다”며 “내년 중에는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후년은 루닛과 볼파라를 합쳐 1000억원대 매출이 넘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2년 만에 1000억대 올라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성장동력을 계속해서 찾을 것”이라고 했다.
자율형 AI에 대한 목표도 밝혔다. 그는 “현재 AI의 정확도는 95, 96%정도인데, 이 정도면 자율형 AI라고 보기엔 아직 어렵다”며 “99.9%의 정확도를 이뤄냈을 때, 자율형 AI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율형 AI를 위해 필요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이번 볼파라 인수로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