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개인 맞춤형 의료 시대 맞물려"
국내 의료 AI 기업들 전 세계 솔루션 공급 광폭 행보
루닛·뷰노·제이엘케이, 내년 흑자 전환 가능성에 주목
각 사별로 특화 분야 집중···전문성 강화해 시장 확대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업황이 좋지 못했던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에서 유일하게 투자자들의 환대가 쏟아진 분야가 있다. 의료 인공지능(AI) 산업이 그 주인공이다.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는 국내 의료 AI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은 적극적인 글로벌 공략으로 국내 의료시장의 제도적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산업에서 AI 활용이 다각화되고 있다. 국내에선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가 의료 AI 솔루션에 대한 공급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점해나가고 있다. 특히 자체 원천기술로 개발한 고도화된 솔루션은 의료진의 진료 편의성뿐만 아니라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료 AI는 진단, 치료, 결과 등을 포함해 환자의 지원해 질병을 개선할 목적으로 머신러닝, 자연어처리(NLP), 딥러닝 등의 AI 지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루닛을 비롯해 뷰노, 제이엘케이는 사업적 광폭 행보를 보이며 눈에 띄는 외형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들은 국내 의료시장의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자체 솔루션의 수출 중심 사업 전략으로 시장 확대에 집중했다. 특히 암, 심정지, 뇌질환 등 각 사별 특화 분야에 전문성을 강화해 시장 침투력을 높이는 모양새다. 글로벌 의료 AI 시장은 초기 단계에서 산업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화된 시장을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루닛은 지난해 11월 의료 AI 업계에선 최초로 국가 암 진단 운영 사업자로 공식 채택됐다. 주요 제품은 암 진단을 위한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와 암 치료를 위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Lunit SCOPE)’가 있다. 이중 암 진단 관련 영상 보조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는 유방암과 폐암 진단을 보조한다. 전 세계 40개국, 3000개 이상 의료기관에 공급되고 있다.
루닛은 2013년에 설립됐다. 글로벌 1세대 의료 인공지능 기업이다. 설립 당시부터 해외 시장을 정조준해 사업을 전개해왔다. 실제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등 글로벌 시장이 주무대다. 특히 루닛 인사이트로 유방암 검진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국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루닛은 3차원(3D)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전 허가(510(k) Clearance)를 받았다. 이로써 루닛은 세계 최대 의약품 및 의료기기 시장인 미국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 또 이달엔 AI 플랫폼 기업인 뉴질랜드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Volpara)를 1억 9307만달러(약 2525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볼파라는 2009년 뉴질랜드 웰링턴에 설립된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AI 플랫폼 기업이다. 호주 기반의 기업이지만, 전체 매출의 96.5%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루닛의 이번 볼파라 인수는 아직 기반이 약한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루닛 관계자는 “내년에도 루닛 인사이트와 루닛 스코프 제품군을 중심으로 전 세계 대상으로 시장을 넓혀갈 예정”이라며 “해외 매출이 90%에 육박하는 만큼 올해처럼 해외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뷰노는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솔루션 ‘흉부 CT AI’, 뇌 정량화 솔루션 ‘딥브레인’, 심정지 예측 솔루션 ‘딥카스’ 등을 국내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이중 딥카스는 회사의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대표 제품이다. 딥카스는 환자의 24시간 내 심정지를 예측해주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이다.
뷰노에 따르면 회사 설립 초기부터 심정지 예측 솔루션 개발에 집중해 왔다. 미국 진출도 앞두고 있는데 딥브레인, 흉부 CT AI, 딥카스 등에 대한 현지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딥카스의 경우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 의료기관과 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해당 제품 관련 핵심 기술에 대한 미국 특허 등록을 마쳤다. 최근엔 딥브레인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뷰노 관계자는 “올해는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의 성과가 두드러졌다”며 “내년 3분기에는 미국 FDA 인허가를 획득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뷰노메드 흉부 CT AI는 일본에서 70개 이상 병원에서 도입 및 계약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내년에도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주력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제이엘케이는 뇌졸증 등 뇌질환 의료AI 솔루션 고도화에 주력해 시장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제이엘케이의 뇌경색 유형 분류 AI 솔루션 ‘JBS-01K’는 지난달 5만4300원의 수가를 부여받아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올해 국내 3차 병원 373개소 중 200개의 병원에 도입됐다. 또 해외 진출을 앞두고 미국 FDA에 CT 기반 뇌출혈·뇌경색 진단 솔루션(JBS-LVO, JBS-04K)에 대한 인허가 작업이 시작됐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JBS-01K 외에도 나머지 제품들에 대한 보험제도 진입을 추진 중”이라며 “특히 내년엔 미국 매출 발생을 목표로 뇌출혈 솔루션인 JBS-04K와 대뇌혈관폐색조기검출 솔루션 JBS-LVO에 대해 FDA 인허가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루닛과 뷰노의 올 3분기 별도재무제표를 보면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 매출이 신장했다.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적자 규모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국내 의료 AI 분야의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괄목할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다만 이들이 모두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인 만큼 수익성 개선은 별도의 과제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의료 AI 기업들이 외형을 키우는 해였다면 내년엔 흑자 달성이 가능할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 증가와 같은 양적인 성장이 주목받았다면 앞으로는 적자 규모를 줄이고 질적인 성장 전환에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