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올 반기 매출 164억원···지난해 연간 매출보다 큰 규모
뷰노, 미국 진출 청신호···‘뷰노메드 딥브레인’ FDA 인증
제이엘케이, 뇌경색 진단 AI 솔루션 매출 상승 기대감
"의료 AI 시장 이제 막 형성 단계, 규제 많고 정책적 지원 부족"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을 늘리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외형성장과 함께 수익성까지 개선되면서 흑자전환 가능성도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 뷰노 등 국내 주요 의료 AI 기업들이 해외 사업 강화해 나섰다.
루닛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약 16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매출이 약 139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반기 만에 작년 매출을 뛰어넘었다. 올해 연매출은 약 3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루닛은 2019년 약 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뒤, 외형이 확대되며 매출 증가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루닛에 따르면 이 같은 매출 급증은 해외 실적이 기반이 됐다. 올해 상반기 루닛의 해외 매출은 약 14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85.5%에 달한다. 의료 AI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루닛 스코프'가 의미있는 성과를 올린 것이 주효했다. 회사는 아시아 및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해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곤 2025년 흑자전환을 목표하고 있다.
루닛 관계자는 “현재 회사는 해외 사업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며 “의료 AI 시장 크기 자체가 해외가 크다 보니 국내보다 해외 위주로 공급망을 넓힌 것이 매출 확대에 크게 도움됐다”고 설명했다.
뷰노는 최근 미국 진출 소식을 알렸다. AI 기반 뇌 영상 분석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브레인’가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하면서다. 미국 AI 진단 시장은 국내보다 규모가 크고 규제 부담이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뷰노는 뷰노메드 딥브레인을 통해 퇴행성 뇌질환 조기 진단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전 세계 퇴행성 뇌질환 진단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4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뷰노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네 배 이상 증가했다. 내년 흑자전환 가능성에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101억원을 기록했다. 뷰노는 내년 FDA 허가 제품을 확대해 미국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까지 3개 의료기기(솔루션)에 대한 FDA 품목허가를 목표 중이다.
또 올해 하반기 일본에서의 성과도 본격화되고 있다. AI 기반 흉부 CT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인 ‘뷰노메드 흉부 CT AI’에 대한 일본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업으로 시장 침투력을 강화하고 있다. 뷰노 관계자는 “FDA 허가 받은 제품 기반으로 내년부터 미국 매출이 발생할 수 있도록 현지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이엘케이는 뇌경색 진단 AI 솔루션 ‘JBS-01K’에 대해 이달부터 비급여 과금이 시작돼,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 뇌졸중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따르면 국내 뇌졸중 환자 수는 2018년 59만1945명에서 2022년 63만4177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진료비도 2018년 1조8953억원에서, 2022년 2조4457억원으로 늘었다.
제이엘케이는 국내 대비 가격대가 높은 미국 AI 의료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제이엘케이는 최근 3년간 86억원, 74억원, 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매출 신장을 통해 내년 흑자전환을 목표 중이다. 업계는 제이엘케이의 올 4분기 매출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 뇌출혈 분석 AI 솔루션인 ‘JBS-04K’와 대뇌혈관폐색 분석 솔루션 ‘JBS-LVO’, 뇌경색조기 분석 솔루션 ‘JBS-05K’ 등이 비급여 보험수가를 받기 위해 심평원 신청에 들어간 상태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비급여 수가가 적용되는 제품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매출도 뛸 것”이라며 “내년엔 미국과 일본에서 보험수가 적용을 시도해, 뇌졸중 솔루션 매출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딥노이드는 매출은 2020년 10억원, 2021년 9억원, 지난해 32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매출보다 영업손실 규모가 크다. 다만 내년부터 해외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AI 기반 뇌동맥류 영상 진단 솔루션 ‘딥뉴로’(DEEP:NEURO)의 혁신의료기술 선정과 고시 발령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회사는 딥뉴로 외에도 척추 촬영 데이터를 진단 및 분석하는 ‘딥 스파인’, 폐 진단 ‘딥 렁’, 흉부 진단 ‘딥 체스트’ 등 AI 기술을 갖고 있다.
의료 AI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초기 산업이라 별도의 규정이 마련된 상황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기업체들의 영업활동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보수적인 의료진들으로부터 AI 솔루션에 대한 신뢰 확보는 오로지 기업의 몫이다.
한 의료 AI 분야 종사자는 “최근 정부에서 의료 AI에 대한 의료보험 등재 관련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매우 고무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의사들과 의료 AI 솔루션 역할에서 비롯되는 이슈들에 대해 사회, 정책적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