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4일·유연근무제 정착, 소득지원 필요”
“결혼해야 출산 인식 변화, 정부 역할 중요”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딩크족’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란 지적이다. 

직장인 박세나(38·여성)씨는 원래 ‘딩크족’이었다. 양육 부담을 오롯이 감당하기 어렵단 판단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이혼의 아픔을 겪은 뒤 생각이 바뀌었다. 소득과 근로시간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갖춰진다면 재혼 시 자녀 계획을 가질 의향이 있다고 한다. 

박 씨는 “일단 주3일제나 주4일제가 확립되거나 유연근무가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완전히 정착해야 한다”며 “금전적으로 한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를 결혼제도 틀 안에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박 씨는 “혼인 연령이 올라가는 기혼 부부만 바라보지 말고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결혼이란 틀 안에 묶여있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경우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했다.

직장인 박세나(38·여성)씨는 여가시간에 주로 골프와 수영 등 운동을 즐겨한다. / 사진=시사저널e
직장인 박세나(38·여성)씨는 여가시간에 주로 골프와 수영 등 운동을 즐겨한다. / 사진=시사저널e

 

Q. 딩크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애를 낳고 가르치기 힘들단 생각이 제일 컸다.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양육 책임이 부모한테 있다. 아이가 잘못해도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데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단 생각이 안 들었다”

Q. 책임져야 하는 도리가 무엇인가 

“일단 공교육이 잘 이뤄져야겠지만, 거기에만 모든 걸 맡길 순 없고 부모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어렵다. 직장을 다니면서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까지 힘들다. 자식을 돌보는 시간 여유와 경제적인 면까지 모두 갖추는 것이 힘든 일이라 생각했다”

Q. 딩크족에 대한 주변 생각은

“출산이 늦어지는 분위기는 용인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이를 하나 정도는 낳아야 한단 얘기를 많이 들었다” 

Q. 부모세대들은 안 좋게 생각하지 않나

“딩크로 사는걸 왜 시댁과 친정 허락을 받아야 하나. 아이를 낳는 건 오롯이 부부가 결정해야 할 몫이다. 결혼은 둘이 너무 좋아 제도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합의해 결혼한건데 계속 책무가 주어지는 게 버거워 딩크를 결정한 것이다” 

Q. 딩크족으로 생활하면서 느꼈던 점은

“부부간의 관계만 고민하고 몰두하면 된단 점이 좋았다. 자식을 키우는 즐거움을 영원히 느낄 수 없단 점은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재는 돌싱이라고 들었다

“서로에게 집중하고 싶어 딩크를 결정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성향이 달랐다.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굉장히 힘들다”

Q. 지금은 일 외에 남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주로 취미생활을 한다. 골프나 수영 같은 운동을 하거나 야구장 관람도 자주한다.” 

Q. 다시 결혼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을 생각인가

“요즘엔 아이를 굉장히 낳고 싶다. 원래 아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생각이 바뀌더라” 

Q. 생각이 바뀐 이유는

“궁금했다. 인생을 바쳐 양육하는게 그렇게 의미가 있는지. 안 해본 것에 대한 동경이다. 그리고 지금은 집도 장만하고 돈도 어느 정도 벌어 큰 경제적 부담이 없다” 

Q. 우리 사회가 자녀를 둔 여성이 살아가기 어렵다고 보는가

“그렇다. 양육은 부부 공동의 책임이지만, 생각보다 여자들이 해야 할 몫이 많다. 맞벌이라도 여자가 신경쓸 게 더 많다. 양육의 주체가 아직까진 엄마인 것 같다”

Q. 저출생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불만족스럽다. 정부 정책을 보면 아이를 낳을 수가 없다. 일단 주 3일제나 주 4일제가 확립되거나 유연근무가 완벽히 제도화돼야 한다. 금전적으론 한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10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아이를 낳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소득이 일정 수준 보장돼야 아이를 키울 수 있다. 가임 여성 연령이 높아지다 보니 난임 시술비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Q.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혼인 연령이 올라가는 기혼 부부만 바라보지 말고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Q. 시야를 넓힌다는게 어떤 의미인가. 

“관점을 바꿔야 한단 얘기다. 결혼해야 아이를 낳는단 전제를 벗어나야 한다. 혼전임신을 권장하란 의미가 아니다. 결혼이란 제도가 부담스러워 그 틀에 묶여있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경우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고딩엄빠’란 프로그램도 있지 않나. 이런 부분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Q. 우리 사회 통념상 쉽지 않을 것 같다.

“해외에선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도 당당하게 지낸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건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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