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적령기요? 경제문제 해결이 먼저 아닌가요?”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대학원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 강주희(가명, 28) 씨는 결혼과 출산이 막연한 꿈처럼 느껴진다. 당장 취업도 어려운데, 취업을 하더라도 결혼 자금을 모으는 과정이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 강 씨는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자립’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기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4년 총 결혼 비용은 평균 3억474만원이었다. 웨딩 비용은 웨딩플레이션(웨딩+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해마다 치솟는다.

강 씨에게 ‘결혼적령기’란 단어는 모호하기만 하다. 20대 끝자락 취준생에게 결혼 시기보다 더 크게 와닿는 개념은 ’결혼=경제적 부담’이다. 가정을 꾸릴 경제적 조건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문턱으로 받아들여진다. 

전공이 공학 계열인 만큼 남성 중심 직장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여성 휴직 제도 사용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강 씨는 결혼과 육아보다 직장에서 능력 발휘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20대를 온전히 전공 공부에 받친 만큼, 결혼보다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게 최우선 순위가 됐다./ 사진=시사저널e
강 씨는 결혼과 육아보다 직장에서 능력 발휘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20대를 온전히 전공 공부에 받친 만큼, 결혼보다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게 최우선 순위가 됐다./ 사진=시사저널e

Q. 결혼에 대한 생각은

“주변에 가정을 꾸리는 친구들이 한두 명 생겼다. 다만 결혼이 내 얘기라고 생각하면 막연하고 두렵다. 두렵단 표현이 적합하다. 독립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출산하게 됐을 때 내 아이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막연한 부담감이 크다. 무엇보다 요새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보니,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Q. 결혼하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안정적인 경제력은 가정을 꾸리는데 있어 핵심이라고 본다. 아기도 키워야 하고, 물가와 집값을 고려하면 경제력이 있어야 결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20대 후반 취준생 입장에서 지금 당장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라, 결혼과 출산이 더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Q. ‘결혼과 육아’ 취업 후, 현실적인 문제들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이 내 전공이다. 즉, 남성 중심의 공학 계열 직장 취업이 불가피하다. 대기업으로 취업한 대학원 선배 중에 자유롭게 육아휴직하고 가정을 위해 휴직했단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직 여성휴직제도에 대해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들었다. 출산, 육아휴직을 쓰면 눈치부터 보게 될 것 같다.”

Q. 공기업 취업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공기업으로 취직하게 되면 대학원 학벌은 살릴 수 없다. 다만 공기업은 육아휴직이 3년이란 점이 메리트로 느껴졌다. 일반 기업들보다 업무에 대한 성과 압박이 덜해, 아이를 낳고 직장생활하기 유리할 것 같았다. 석사 학위가 아깝긴 하지만 공기업이 오래 다니기 좋단 인식이 있어 결혼과 출산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게 됐다.”

Q. 주변에 맞벌이하는 가정들은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힘들어 보인다. 내 미래라고 느껴지니 더 부담된다. 맞벌이하는 친구들을 보면 항상 피곤하다. 다들 힘들다고 말한다. 직장 생활도 쉽지 않은데 퇴근하고 바로 육아 해야 하니 쉴 시간이 전혀 없어 보인다. 맞벌이 가정은 아이들을 거의 위탁기관(어린이집)에 맡기는 분위기다. 아이한테 온전히 사랑을 줄 수 없는 환경들을 보면 안타깝다.”

Q. 그럼에도 맞벌이는 필수라고 보는가

“20대 내내 공부만 했다. 전공에 대한 애정도 있고, 커리어 욕심도 있어서 남들보다 공부를 오래 했다. 전공 분야 공부를 깊게 한 만큼, 직장을 갖게 되면 결혼과 육아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 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20대 공부에 할애한 시간이 너무 아까울 것 같다.

“또 현실적으로 맞벌이하지 않고 결혼생활이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장 집값을 고려하면 외벌이로는 온전한 가정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 같다.”

Q. 딩크, 비혼주의에 대한 생각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희생이 뒤따르지 않는가. 다만 요즘은 이런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내 주변만 봐도 대부분 결혼 생각이 없다. 우리 부모님 역시 희생하는 삶을 살지 말라고 조언하신다. 육아 때문에 커리어 포기하고 자식에게 올인하는 삶에 비관적이다. 가족들 모두 내가 공부한 분야에 능력을 발휘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도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 같다. 이런 주변 분위기도 무시 못한다고 본다. 다들 결혼에 대한 압박감과 위기의식이 없다 보니, 나도 결혼에 대한 고민이 크게 없는 것 같다.

자녀를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결혼하면 당연히 아기를 낳아야 하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은 부부끼리 자유롭게, 여유롭게 사는 것에 대한 선망이 커진 것 같다.”

Q. 결혼 vs 경제적 여유, 선택하라고 하면?

“무조건 경제적 여유를 선택할 것 같다. 결혼 적령기에도 경제적 풍요로움이 먼저 고려될 것 같다. 현실적으로 당장 월세도 부담되는데, 결혼할 집을 구하려면 수도권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육아가 문제 된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오후 8시가 될 텐데 아기는 어떻게 케어하나. 차라리 결혼하지 않고 서울에서 혼자 풍요롭게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Q.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대한 생각은

최근에 육아 지원금이 늘어나고는 있는데, 돈 좀 더 준다고 육아에 대한 근본적인 부담이 해소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육아를 위한 재택근무, 무료 베이비시터 제공 등이 더 현실적인 대안 아닐까. 단순히 육아 급여만으로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유인책이 안 된다고 본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