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높이려면 일과 육아 양자택일 문제 해소해야”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일과 육아가 양자택일인 이상 우리나라 출산율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친정·시댁 찬스도 현실적으로 쓰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돌봄 공백을 메워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방 출신이자 간호사인 여성 김 모씨(36세)는 육아를 위해 일을 포기해야 했던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두 자녀를 기쁜 마음으로 낳았지만 돌봄 공백의 현실 앞에서 개인 커리어를 중단해야만 했다. 점점 경제적인 부담은 커지는데 맞벌이는 언감생심이다. 그는 출산 전 친정·시댁이 근처에 사는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야 그 진의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모씨의 사례처럼 실제 육아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는 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15∼54세 기혼 여성(794만3000명) 중 경력단절 여성은 134만9000명으로 조사 대상자의 16.9%를 차지했다. 이들이 일을 그만둔 사유로는 ‘육아’(42%)가 가장 많았다. 경력단절 여성 10명 중 4명이 육아 때문에 직장에서 나온 것이다.

Q.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게 됐다는데 계획된 것이었나

“당초 계획은 근무하던 병원에 복직해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것이었다. 2020년에 아이를 출산하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썼고 중간에 아이가 또 생겨 육아휴직을 1년 더 쓰게 됐다. 병원에서도 이를 배려해줘 연속적으로 쉴 수 있게 해줬다. 지방에서 올라와 힘들게 적응했던 곳이라 일을 계속할 의지가 컸다.”

Q. 일은 그만두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친정어머니가 지방에서 올라와 도와주실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병환으로 올라올 수 없었다. 시댁도 지방에 있는데 모두 일을 하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 등원과 하원을 남편과 나눠서 하는 방식으로 복직했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지속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남편이 출장을 간다거나 아이들이 전염 가능성이 큰 병에 걸려 등원을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해 곤란한 상황을 여러 차례 겪었다. 일반 직장도 마찬가지겠지만 병원의 경우 즉흥적으로 휴가를 쓰기가 쉽지 않다. 지방에서 친정어머니가 잠시 올라오거나 다른 도시에 사는 언니에게 자녀를 맡기면서 버텼으나 끝내 일을 그만두게 됐다. 복직 6개월 후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 사후지급금도 포기했다.”

맞벌이 부부에게 자녀의 입원은 큰 변수다. 아이는 생각보다 자주 아프다. / 사진=취재원 제공.
맞벌이 부부에게 자녀의 입원은 큰 변수다. 아이는 생각보다 자주 아프다. / 사진=취재원 제공.

Q.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주위를 둘러보면 경제적인 사정이 여유로운 사람들은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고 나머지는 비용이 덜 드는 등·하원 도우미에 손을 내민다. 우리의 경우 이들을 고용했을 때 드는 비용과 직장을 다니면서 받을 월급을 생각하면 수지가 맞지 않았다. 몇십만원을 더 벌자고 자녀와의 유대감이나 정서적인 부분을 놓치기에도 아쉬웠다. 그나마 등·하원 도우미가 형편에 맞았는데 자녀가 둘이다 보니 잘 구해지지도 않았다.”

남편의 육아휴직도 생각해봤다. 이 역시도 지속 가능성을 생각했을 땐 현실적이지 않았다. 육아휴직 후 복직한다면 모든 것이 원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편의 직장은 육아휴직에 있어 여전히 보수적인 편이다.”

Q.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아직은 외벌이로 살림이 되지만 선배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이 자랄수록 경제적인 부담은 더 커진다고 한다. 이미 주거비용을 감안하면 빠듯한 상황이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 학교에 스스로 갈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때 다시 맞벌이를 할 계획이다.” 

Q. 육아공백 우려가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나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외벌이면 경제적으로 충분하게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게 됐다. 외벌이가 되면 가구당 평균 소득에서 한참 멀어진다. 한 개인의 자아실현 측면에서도 일은 중요한 부분이 됐다. 조력자가 없는 이상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일을 포기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처음 병원에 임신 소식을 알렸을 때 주변에 친정이나 시댁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당시엔 육아 난이도를 낮춰줄 수 있는 조력자가 있는지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받아들였다. 지나고 보니 복직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질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Q. 보완법은 무엇이 있을까

“일이나 육아를 택했을 때 불리해지는 것을 중심으로 보완이 됐으면 좋겠다. 예컨대 커리어를 이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녀의 등하원을 가능하게 하는 유연한 출퇴근 시간이 필요하겠다. 유연근무제가 있지만 확산을 위해 법인세 감면과 같은 적극적인 인센티브가 나와야 한다. 부득이하게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녀가 일부 성장할 때까지 양육비 지원을 높여 경력 단절에 따른 경제적인 걱정을 덜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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