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열심히 일해 자리 잡으니 벌써 30대 중반”
“결혼 후 육아 문제로 경력단절 겪는 주변을 보면 두려워”
“결혼해 애 낳으면 다시 직장으로 복귀 못할 것 같아요”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는데 주변 지인들은 하나 둘 결혼하니 조바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30대 초반이지만 현재도 여전히 마음속 큰 고민은 결혼이다.”
송모씨(32세)는 사회에 나와 자리를 잡으려고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어느덧 30대 초반이 됐다. 그는 “자신이 혼기를 놓쳐버린 것이 아닌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결혼은 또 막연한 두려움이다. 주변 지인 중 결혼한 이후 사회경력이 끊어진 사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BBC방송은 ‘어떻게 한국 여성들은 아이를 갖지 않게 됐는가’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BBC에 따르면 송씨처럼 한국 여성들은 육아기간 뒤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지금까지 쌓아온 본인의 사회적 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가 널리 퍼져있는 것이다.
Q. 아직 미혼이다.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전에는 나이가 되면 모두가 자연스럽게 결혼했다. 이제는 결혼 연령대나 시기, 방식에 대한 생각이 개인에 따라 다르다. 개개인의 생각이 뚜렷해지면서 오히려 결혼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게 됐다. 결혼적령기란 단어는 무색해졌다.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과 고민도 다양하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됐다.”
Q.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않나
“물론이다. 주변에서 하나둘 결혼하거나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내가 지금 늦은건가?’란 생각에 조바심이 들 때도 많다.”
Q.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과 본인은 무엇이 다르다고 보는가
“사회적으로 생각하는 결혼적령기 나잇대가 점차 올라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주변지인들은 대부분 30살 전후부터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연애를 해왔던 친구들부터 결혼을 일찍 했고 28~30세에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이 시기에 회사에서 막 실무적으로 깨우치고 업무 성과를 내야하는 시기였다. 일에 치이다 집에 가서 쓰러져 자는 것이 일과였다. 연애조차도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업무와 개인시간의 균형도 이전보다 잘 맞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결혼해서 출산, 양육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는다. 결혼 고민을 회피하기 위해 일에 더 집중하자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Q.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은 없는가
“아직 잘 모르겠다. 아이를 낳게 된다면 경력이 끊길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크다. 주변을 보면 아이를 다 키워놓으면 언제든 사회에 복귀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정작 일터로 복귀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들은 임산과 출산으로 육아 전문가는 됐을지언정 여성이 원하는 일자리의 역량과 자신감과는 멀어졌다.
내 나이도 벌써 30대 초반이다. 몇 년을 육아와 살림에 전념하다 30대 후반이나 40대에 경력을 다시 만들러 사회에 복귀하려고 하더라도 어려울 것 같다.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크다.”
Q. 육아휴직제도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 현실상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아니라면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경우 회사에서 눈치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에서 다니면서 육아휴직을 선택한 사람들도 막상 얘기를 들어보면 육아휴직급여가 낮아 육아휴직을 선뜻 결심하기 어렵다고 한다.”
Q. 결국 저출산 문제를 비용 문제로 봐야 할까
“물론 비용 문제도 있다. 결혼 비용도 많이 들고 집값 역시 만만치 않다. 주변을 살펴보면 현재 월급 대부분을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는 데 쓰고 자녀를 키우면서 친정·시댁 도움으로 겨우 일과 가정을 유지하는 동료 직장인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내 아이를 잘 낳아서 잘 기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궁극적으로는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출산과 양육이란 것을 하기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는데 아직 답을 내리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내가 좀 더 경제적 자유를 얻는 지금의 삶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Q.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육아휴직 후 업무복귀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육아를 책임져줄 사람이 없다. 프리랜서와 자영업자인 부모도 직장인들의 육아휴직처럼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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