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여성, 경력 단절 불안함 크다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일하는 여성은 출산이 두렵다. 출산 이후 업무 복귀 여부가 걱정이다. 내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단 우려가 현실이 되는 사례는 종종 눈에 띈다. 육아휴직 후 선배들이 승진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육아는 나와는 먼 애기가 돼 버린다. 

서울 여의도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이하린(가명, 33세) 씨는 6년 차 직장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결혼했다. 이 씨와 남편 모두 직장이 여의도다. 자연스럽게 여의도에 첫 전셋집을 구했다.

부부는 현 생활에 만족한다. 지난해엔 코로나19 당시라 가지 못했던 신혼여행지인 하와이에 다녀왔다. 맞벌이로 현 생활에 어려움은 없다. 특별히 지출하는 곳이 없어 부부끼리,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넉넉하게 지낸다. 하지만 아이 양육과 내 집 마련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당장 출산 후 업무에 복귀가 가능할지도 불안하다. 

Q. 자녀계획이 있나

“자녀계획은 있지만 향후 2~3년 내로는 아니다. 자녀계획을 미룬 이유는 일단 업무에 복귀했을 때 자리가 남아있을지 불안하다. 근무하고 있는 부서가 업무가 워낙 많고 바쁜 곳이다보니, 출산이나 육아 휴직 후 복귀했을 때 자리가 남아있을지 불투명하다. 한 사람이 휴직에 들어가면 대체인력을 구해야만 한다. 업무가 많아 그 자리를 비워둘 수 없기 때문이다. 타 부서지만 휴직 후 돌아왔을 때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는 사례를 본 적이 있다.”

Q. 직장 문제가 가장 큰것인가

“그렇다. 기혼 직장인 여성으로서 경력이나 커리어에 육아는 분명히 어려운 점이 있다. 출산 휴가 후 복귀하면 승진 순서도 밀린다. 올해 승진하는 연차인데도 그해에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는데, 출산으로 인한 직장에서의 제도적 혜택은 없다. 오히려 손해다. 그만큼 경력이 뒤처진다. 남성의 군대를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것처럼 출산도 인정해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Q. 직장 외의 현실적 문제도 있을까

“아무래도 경제적 문제이지 않을까. 현재는 맞벌이라 부족함은 없지만, 아이를 기르는 것은 다르지 않나. 자녀도 1명만 낳을 생각이다. 주변에 부부 모두 대기업에 다녀 소득이 넉넉한 지인이 있는데, 두 명을 낳고 싶어도 경제적 문제 때문에 한 명에서 그쳤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부부가 맞벌이면 돌봄 인력을 구해야 하는데, 자녀가 어릴 때는 월 300만원도 들어가니 차라리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고 한다. 또 내 집 마련의 어려움도 크다.”

 

서울 여의도에 거주하는 6년차 직장인 이하린(가명, 33세)씨의 퇴근길. 그는 결혼 4년차임에도 향후 2~3년간은 자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김지원 기자]
서울 여의도에 거주하는 6년차 직장인 이하린(가명, 33세)씨의 퇴근길. 그는 결혼 4년차임에도 향후 2~3년간은 자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김지원 기자]

 

Q. 부동산 문제인 건가

“그렇다. 집값이 너무 올랐다. 남편과 신혼 초에 첫 전셋집에서 집주인이 부럽단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했다. 당시 집주인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갭투자를 했는데 현재 집값이 2배가 넘게 올랐다. 집값이 너무 올라 따라잡을 수 없게 돼버린 느낌이다.”

Q. 직장이나 주거 문제 말고 또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체력이나 건강문제다. 퇴근하고 나면 업무에 지쳐 쓰러지는데, 귀가 후 이 체력으로 아이를 돌보는 것까지 가능할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Q. 자녀를 낳게 된다면 몇 명을 생각하고 있나

“1명. 무조건 1명이다. 두 명은 정말 불가능할 것 같다. 한 명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2명 이상은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

Q.경제적 지원책이 있어도 두 명은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당장 직장과 일이 불안한 게 크다. 또, 우리 부부에게 경제적 어려움이란 사실 내집마련 등 굉장히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맞벌이니 당장 생활비 걱정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내 집 마련, 직장 문제 등 굵직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실 당장 월에 얼마를 지원하고 이런 것은 아이를 더 낳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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