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자금 마련 어려운 것 현실
출산 후 여성, 경력 단절 겪어
미디어 속 육아 모습 부정적 인식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마음 맞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할 의향이 있지만 아이는 낳지 않을 생각이다. 결혼도 하지 않는다면 여성 쉐어하우스나 미혼 메이트를 구할 예정이다.”

최근 결혼 자금으로 7000만원을 모으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고 싶단 취지의 글이 화제다. 해당 글을 작성한 20대 중반 여성 A씨는 “31세까지 7000만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라며 결혼 자금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미루거나 단념하는 20대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4000건으로 1년 전보다 1%(2000건)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남성의 경우 30대 초반(36.3%)이 가장 많았고 30대 후반(19.2%), 20대 후반(17.9%) 순이었다. 여성 역시 30대 초반(35.1%)의 혼인이 가장 많았고 20대 후반(28.8%), 30대 후반(13.2%) 순으로 집계됐다.

대학생 배혜민씨. / 사진=시사저널e
대학생 배혜민씨. / 사진=시사저널e

대학생 배혜민(21세)씨는 결혼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아직 취업 준비생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주변 친구들은 연애에도 관심이 없고, 자연스레 비혼인 경우가 많다. 배씨는 현재 결혼 생각이 있지만 친구들 영향을 받아 점차 ‘결혼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기울고 있다.

Q.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음 맞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할 의향은 있다. 아직 취업 전이지만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어서 매달 지출되는 비용이 꽤 된다. 직장인이 돼도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 때문에 돈을 모으기 힘들 것 같다. 지금은 결혼 자금을 모으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결혼은 먼 일로 느껴진다.”

Q. 결혼하게 된다면 아이는 낳고 싶은지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다. 정확히는 아이를 낳지 못할 것 같다. 육아휴직 제도가 회사에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자녀가 있으면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집을 구하고 출산과 양육을 하면서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봤을 때 아이 키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왜 출산에 대한 생각이 없나

“어머니 나이대 중년 여성들 영향이 컸다. 어머니 친구들이나 주변 친구들 어머니들 상황도 비슷하다. 대학도 직장도 잘 다녔는데 출산하고 육아에 매진하게 되면서 지금 거의 전업주부로 산다. 아이들이 크고 일하는 분도 있지만 경력 단절 때문에 직장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경우를 많이 봤다. 일을 하게 돼도 단기 업무에 불과하다. 자연스럽게 아이를 갖게 되면 경력 단절이 오겠단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어머니로 살기보단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출산 생각은 없다.”

Q. 출산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으로 바뀐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유튜브나 TV에서 비춰진 육아하는 모습 때문인 것 같다. 대부분 육아하면서 힘든 모습이 비춰지는데 무의식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부정적’이란 인식이 자리 잡혔다고 본다. 유튜브나 TV뿐 아니라 사촌언니나 커뮤니티 사례들을 봐도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아이와 지낼 수 있는 주거환경, 경제적, 시간적 요소가 갖춰지지 않으면 출산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생 배혜민씨는 결혼보다 출산에 대해 더 부정적이다. / 사진=시사저널e
대학생 배혜민씨는 결혼보다 출산에 대해 더 부정적이다. / 사진=시사저널e

Q. 주변 20대 친구들 생각은 어떤가

“또래 친구들과 종종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고하게 비혼인 친구들보다는 연애나 결혼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누군가를 만날 이유와 의지가 없기 때문에 ‘비혼’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친구들은 아이를 낳고 싶다고 한다. 부모님 역시 결혼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하신다. 부모님은 오히려 비혼, 딩크 등 모두 지지해주신다.”

Q. 결혼하게 된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면 맞벌이로 살면서 아이 없이 노후를 준비하고 싶다. 만약 결혼을 안 하게 된다면 여성 쉐어하우스나 미혼 메이트를 구하려고 한다. 사실 여성 쉐어하우스나 미혼 메이트를 구하는 것은 고등학생 때부터 생각했다. 지금은 남자친구가 있기 때문에 결혼, 출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Q. 출산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높은 집값은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찾기 못하게 하고,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한다. 대다수 직장인들의 근로 시간이 긴 것도 문제다. 아이를 낳으면 둘 중 한 명은 경력 단절이 되거나 육아와 일을 겨우겨우 병행해야 한다. 특히 여성들은 출산과 양육을 본인의 직업, 커리어와 맞바꿔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노 키즈존이 많아지는 것도 출산을 꺼리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부모나 아이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 결혼하게 될 나이, 즉 10년 후에도 지금과 한국 사회가 비슷하다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생각은 앞으로도 바뀌기 어려울 것 같다.

정부에서 직장인 부부를 위해 오후 10시까지 아이를 케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전혀 문제의 포인트를 잡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모가 아이를 오후 10시까지 남에게 맡기고 싶을까 싶다. 육아휴직이 지켜지지 않거나 지켜져도 돌아올 자리가 없는 회사도 많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한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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