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아이 맡길 곳 마땅치 않아”
“보육·교육비 부담에 둘째 계획 접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신혜미씨(37세·가명) 부부는 올해 결혼 11차를 맞이했다. 맞벌이를 하며 초등학생 2학년생인 아들을 키우고 있다.
둘째 계획은 없다. 처음엔 경제적인 이유로 미뤘지만 막상 다시 아이를 낳아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빠듯한 데다 애를 봐줄 사람도 없다. 나이가 있는 만큼 경력단절로 인해 어디 취업하기도 쉽지 않다. 지금은 아이 하나만 잘 키우자는 생각이 굳어졌다.
Q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다가 공립초등학교로 옮겼다고 들었다
“경제적인 이유가 컸다. 사립초는 원어민이 영어 수입을 하고 다양한 특별활동이 많다. 공립초에 비해 하교시간이 훨씬 늦고 방과 후 활동과 돌봄 교실 신청도 가능해 저학년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에겐 최적의 시스템을 갖췄다.
하지만 사립초는 모든 게 돈이다. 연간 학비가 1000만원에 달하고 방과 후 활동, 돌봄 교실, 셔틀비 등까지 하면 월에 100만원 이상 들어간다.
3학년부터 사교육을 시작해야 한단 점도 영향을 줬다. 한국에 살려면 결국 수능 위주의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학교에서 하는 듣기·말하기와는 다른 영역이다. 어차피 사교육을 해야 하는 건데 돈을 이중으로 낼 필요는 없었다.
또한 아이가 일찍 일어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집부터 사립초까지 거리가 있다 보니 아이가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야 했다. 동네 친구가 없단 점도 힘들어한 요인이다.”
Q 자녀가 하교 이후 다양한 활동을 하던데 이유가 있나
“수학·영어학원은 기본이고 아이스하키와 축구교실, 태권도, 피아노 등을 추가로 보낸다. 특히 태권도와 피아노는 배우는 개념도 있지만 보육의 개념이 크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애들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주 5일 보내는 데 그만한 가성비가 없다.“
Q 맞벌이 수입에서 아이에게 투입되는 교육비의 비중은 얼마나 되나
“교육비 비중이 점점 늘고 있다. 맞벌이 기준 수입의 30~40%를 아이 교육에 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가르쳐야 할 것도 많고 방학 특강도 늘어 돈 들어갈 일투성이다.
특히 사교육 시장이 내가 학교 다닐 때와 너무 달라졌다. 전 과목 통합학원을 찾기 힘들다. 한 과목씩 체계적으로 배우는 분위기다. 수학은 수학, 영어는 영어, 국어는 국어 각 단과학원으로 보내는 식이다. 돈이 2~3배로 더 드는 구조인 셈이다.“
Q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건 없나
“전혀 없다. 아동수당이 월 10만원씩 들어오는 데 아이 간식값도 안 된다. 이마저도 만 7세까지 지원이라 다음 달이면 끝난다.“
Q 부부만의 시간은 없는 건가
“나는 오전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한다. 학원이 가깝다면 아이 혼자 오고 나는 저녁 준비를 한다. 멀면 내가 데리러 가는 편이고, 늦거나 야근을 하면 남편이 간다. 애가 아프기라도 하면 서로 회사에 싫은 소리 해야 하고 정말 애 키우기 쉽지 않다. 그래서 주변에 결혼은 찬성하지만 아이는 많이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Q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
“아이를 편하게 맡길 수 있는 시터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지원금을 늘려줬으면 한다. 사교육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공교육만으로 따라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보육과 교육에서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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