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감정·체력으로 내 삶을 살 것”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유례없는 저출산에 경제 활력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단 평가다. 정부는 저출산을 극복하고자 청년층을 대상으로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하면서 저출산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을 기록했다. 8년 연속 하락해 역대 최저로 떨어진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저출산으로 국내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오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출산·양육 지원금 1억원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미혼남녀 10명 중 4명은 앞으로도 결혼할 생각이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대부분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중 90%는 ‘지금까지의 저출산 정책은 효과가 없다’고 느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여성은 가사와 출산·양육 등 역할 수행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대학생 강예은씨가 시사저널e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강씨 제공
대학생 강예은씨가 시사저널e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강씨 제공

대학생 강예은(21세·여성)씨는 결혼 이후 상대적으로 희생이 뒤따르는 여성들을 보면서 비혼을 다짐했다. 강씨는 “현재 결혼보다 취업이 더 우선”이라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들을 존경하지만 같은 길을 걷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Q. 결혼, 출산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비혼을 희망한다. 아직 대학생이기 때문에 나중에 생각이 바뀔 수는 있다. 비혼이라고 해서 결혼한 사람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존경한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남자들이 육아하는 사례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종종 비춰진다. 부모로서 아이를 돌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남자가 육아하면 칭찬받는 사회가 이해가 되지 않고 불편하다. 만약 결혼하게 된다해도 출산은 하지 않을 것 같다.”

Q, 비혼을 결심하게된 계기가 있다면

“유년 시절을 떠올려 보면 육아나 집안일은 오로지 어머니 몫이었다. 아버지 홀로 직장생활을 하며 두 자매의 교육비와 가정 생활비를 충당했기 때문에 생활이 여유롭지 않았다. 가정 형편이 부유하지 않거나 부모님 둘 중 한 분의 희생이 있지 않다면 아이를 기르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 같다.

재정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다면 맞벌이는 필수다. 맞벌이 가정들은 아이가 조부모님 밑에서 자라거나 교육 시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또한 비용 지출이 만만치 않다. 아이가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보내게 되는 경우, 한편으론 아이를 낳고 학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시대가 변해도 여성들은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희생이 뒤따른다는 점은 변하지 않고 있는데 굳이 결혼하고 출산해야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Q.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어떤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보나

“출산 후 여성들의 자유로운 복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머니 세대 때는 임신하면 퇴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회사마다 임신했다고 해서 눈치를 주지 않지만 육아휴직 후 복직하지 못하는 사례는 많다. 여성들은 아이를 낳으면 일정 기간 육아휴직을 거치는데 회사나 개인 사정으로 복직을 못하게 된다면 상대적 박탈감이 심할 것 같다. 결국 경력 단절로 이어져 아르바이트로 전전긍긍해야 한다.

가정주부로서 사는 삶도 물론 의미는 있겠지만 오히려 아이를 낳고 후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과 비교하게 되고 돈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아이마저 제대로 양육하지 못할 것 같다.”

Q. 친구들 생각도 비슷한지

“중·고등학생 때만 해도 친구들과 대화해보면 대학교 졸업 후 취업, 결혼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일부는 부잣집에 시집가겠다고 했고, 일부는 결혼하면 아이만 키우겠다고 했다. 아이를 2~3명 낳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데 대학교에 입학하고서는 현실적으로 취업난이 지속되고 취업 장벽이 높다보니 비혼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는 듯하다. 어렵게 취업했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 않아서다. 오히려 대학생이 된 이후 친구들 영향을 받아 비혼을 굳히게 된 것 같다.”

Q, 아이를 낳으면 1억원을 준다해도 비혼인가

“정부에서 아무리 많은 지원금을 준다 해도 비혼이다. 지금도 사촌언니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 지원금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는 문제없다고 하더라. 육아를 하려면 감정 노동, 체력, 희생되는 부모의 삶이 뒤따르는데 저출산 지원금이 이를 해결해 줄 수 없다.”

Q, 결혼 대신 택한 삶은 어떨 것 같은지

“집에 갇혀서 아이만 키운다거나 퇴근하고 아이를 돌보는 삶은 상상도 하기 싫다. 오히려 꿈을 꾸며 도전하고 독립적으로 사는 것을 희망한다.

요즘은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졌다. 사회적 분위기도 혼자서도 충분히 생활 가능한 ‘독신’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 부모님도 저의 생각을 지지해주신다. 가부장적 가족 분위기와 시집살이, 높은 자녀의 사교육비를 감당하며 살기보다는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며 살고 싶다. 직장 생활하면서 여행, 액티비티 활동을 자주 하고 싶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3D나 일러스트 작업도 병행해 N잡으로 바쁘게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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