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청첩장 돌리면 출산 계획부터 물어”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초저출산 문제로 국가 위기의식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예산 총 397조8000억원을 저출산 대응에 썼지만 효과가 없자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했다.

정부의 노력에도 청년 10명 중 6명은 자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30세대는 결혼보다는 회사에서 성취감을 찾는다. 출산이 회사생활에 방해가 된단 인식마저 깔려있어 저출산 문제는 다음 세대에서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40대 1800명 중 ‘출산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6.6%였던 반면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63.4%에 달했다.

김아현씨는 30대 중반쯤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김아현씨는 30대 중반쯤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김아현(28세‧여성)씨도 신입사원으로 이제 막 직장에 첫발을 내딛은만큼 결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김씨는 “대학 졸업하고 원하는 곳에 취업하면 20대 후반이 된다”면서 “20대는 결혼보다 취업이 먼저고, 취업하면 회사 적응하고 돈 모으기 급급해 결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Q. 결혼은 언제쯤 생각하고 있나

“비혼은 아니다. 결혼을 긍적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고, 부모님을 보면서 취업하고 자리 잡으면 꼭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주말이면 조카를 돌보러 갈 정도로 아이를 좋아하고 결혼하면 자녀도 낳을 생각이다. 자녀는 1명 이상 낳고 싶다. 다만 현실적으로 30대 초반까지는 결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제 막 취업했고 결혼하려면 최소 수천만원이 필요한데 결혼 자금을 모으고 회사생활에 완벽히 적응, 자리 잡는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30대 중반쯤에서야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

Q. 결혼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경제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취업하고 어렵게 모은 돈을 결혼식, 집값 등에 한 번에 쓰게 된다. 결혼생활에 쓰이는 생활비까지 고려하면 안정적인 수입은 필수다.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싶은데 육아에 지출되는 돈도 상당하다. 일단 30대 중반까지 최소 5000만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Q. 주변 20대 친구들 생각은 다를텐데

“연애만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다.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는 등 사회적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아직 회사에서 여성들은 눈치볼 수밖에 없다. 지금 다니는 회사도 여성 직원들이 결혼한다고 청첩장 돌리면 ‘임신 계획’ 질문부터 받는다. 임신한 직원들도 최대한 임신 소식을 숨기며 일하곤 한다. 같은 여성으로 비혼을 결심하는 친구들 심정도 십분 이해된다.”

Q. 취업한 이후에도 출산 생각이 변함 없었나

“결혼하면 아이는 무조건 낳고 싶다. 그 마음은 변함없다. 그러나 회사에서 육아휴직하고 돌아온 여성 선배들을 보거나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소식을 듣게 되면 주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 졸업하고 원하는 회사에 어렵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회사를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낳고싶은 마음은 없다. 지금 회사 생활이 만족스럽고 회사에서 성과도 내고 싶다. 일단 결혼 전까지 회사 생활에 전념하고 싶다.”

김아현씨는 주말마다 조카를 돌보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김아현씨는 주말마다 조카를 돌보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Q. 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키울 생각인가

“현실적으로 외벌이로는 아이 키우기 어렵다. 맞벌이는 필수다. 요즘 신조어 ‘개근거지(학교를 빠지지 않고 개근하는 학생)’가 이슈였다. 육아하는 것도 다른 집과 경쟁하게 되는데 결국 돈이 뒷받침돼야 아이가 부족함 없이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말마다 조카를 돌보며 간접적으로 육아를 체험하고 있다. 하루 종일 조카를 돌보다 보면 ‘일은 포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맞벌이는 사촌 언니 부부를 보면 항상 피곤해 보인다. 본인의 시간 없이 오로지 아이를 위해 시간과 돈을 쏟고 있지만 행복해 보였다. 모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일상이기도 하다. 맞벌이하면서 육아와 일을 동시에 잡고 싶다.”

Q. 2030세대가 저출산 해결사로 주목받는데

“아무래도 베이비붐 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출생)의 자녀들이 2030세대이기도 하고, 결혼 적령기라 불리는 세대이기도 하지 않나. 요새는 대학 재수하는 경우도 많고 졸업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춰지다보니 결혼도 늦어지는게 사실이다. 정부도 저출산 해결하고자 지원금을 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단순 돈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혼에서 결혼하겠다는 생각으로 바뀔 만한 정부의 정책 마련, 노력이 필요하다.”

Q. 어떤 점이 육아하는데 필수라고 보는지

“정부의 지원금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맞벌이 가정들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돈 좀 생긴다고 육아의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맞벌이 가정은 대부분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데 종종 언론을 통해 보육시설에서의 학대, 관리 미흡 등이 비춰진다. 정부에서 나서서 보육시설 선생님들을 교육, 관리하고 베이비시터를 제공하면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요즘은 난임 사례도 많다. 사촌언니도 여러 차례 시험관 끝에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여건이 안돼서 아이를 못 낳는 경우도 많다. 시험관 시술 한 번 하는데 200만원인데, 회사에서 연차 쓰는 것도 눈치 보인다. 자유롭게 병원에 다니는 환경, 지원금 제공 등도 저출산 극복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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