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아빠 40대 회사원 안모씨 “둘 낳아도 지원 없어”
"안심하고 편하게 아이 맡길 수 있는 곳 운영했으면"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5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40대 초반 대기업 직장인 안아무개씨는 7살, 5살 배기 딸을 둔 ‘두 아이 아빠’다. 외벌이에 양육비가 만만치 않지만 아이 두 명을 키우는 기쁨과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다만 두 자녀는 물론, 다자녀에 대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없는 현재 상황에선 사라져가는 인구수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고 사실상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Q. 둘을 낳으면 좋은 점은
“키우기 힘든 점이 분명 있지만 커가면서 달라졌다. 아이 둘이서 함께 놀기 때문에 부모입장에서 아이가 노는 동안 일을 할 수가 있다. 어린 아이 혼자서 장난감을 갖고 놀면 길어야 10~20분 정도면 집중력이 바닥나고 부모가 붙어줘야 하는데 둘이 놀면 1~2시간은 금방 간다. 또 아이들의 사회화형성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Q. 각종 출산지원책들이 많다고 하던데 둘 이상 아이가 있으면 나라에서 더 챙겨주는 것들이 있나
“만 8세 전까지 나오는 육아수당 10만원 밖에 없다. 이건 아이 한명이라도 주는 것이라 사실상 애가 2명이 됐으니 추가된 것일 뿐이지 두 명을 낳았다고 해서 특별히 더 챙겨주는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 출산장려책은 계단식 정책이 필요한데 그런 게 약하다.”
Q.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결혼했을 때, 애를 1명 낳았을 때, 2명, 3명 낳았을 때 등등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메리트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의 근본적 시작은 사실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것이다. 결혼을 늦게 하다보니 애초에 출산하기에 늦은 나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결혼하면 경제적으로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주고, 이후 아이 1명을 낳으면 그에 맞는 지원을 하고 2명을 낳으면 단순히 1 곱하기 2 혜택이 아닌 그에 맞는 지원을 또 새로 해야 한다. 3명이면 더 주고 이런 식으로 출산을 유도해야 한다.”
Q. 각종 정부 저출산 지원책이 있다고 하는데 왜 와닿지 않을까
“애를 낳게 하려면 즉각적이고 확실한 지원이 필요한데 그런 게 없다. 애를 많이 낳으면 그냥 그 자체로 확실하게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이것저것 따지거나 미미하다. 세 자녀 친구이야기를 들어보니 카니발 살 때 취득세 면제해준다고 하더라. 애 셋 낳으면 자동차를 한 대 공짜로 줘도 더 안 낳을 상황인데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또 애 셋이 있으면 분양 받을 때 특별청약을 해준다고 하지만 그것도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말고는 메리트가 없다. 심지어 주택을 1번이라도 소유한적 있으면 제외된다고 한다. 지인은 예전에 지방에 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가졌던 적이 있다고 특별청약이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은 그것들 대로 가고 출산장려책은 그것들 대로 가야 하는데 결국 또 그냥 무주택자 혜택정책이다.
다자녀 대학 등록금 면제 같은 정책도 결국 20년 후 주겠다는 것인데 너무 먼 미래 얘기다. 양육수당 등등 한달에 10만원, 몇 십 만원 잠시 주고 이런 것 말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한번에 즉시, 많이 줘야한다. 솔직히 말하면 사실 과감하게 지원해도 이제 인구가 획기적으로 늘 순 없다고 본다.”
Q. 왜 그렇게 생각하나
“출산이란 게 평생 중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적령기란 것이 있다. 그런데 지금 인구 구조를 보면 92년생 이후로 인구가 확 준다고 한다. 92년생이면 30대 초반에서 중반 넘어가기 전 정도의 나이로 한창 아이를 낳아야 할 시기다. 이러다 몇 년 지나 나이를 많이 먹게 되면 아이를 안 낳거나 못 낳게 될 것이다. 그런데 92년생 이후 출생자들은 그 숫자 자체가 적다. 이들이 지원책으로 애를 낳는다고 해봤자 모수가 적으니 인구가 크게 늘기 어렵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대규모 귀화까지 받아들일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 정책들을 보면 여전히 너무 한가하다.”
Q. 저출산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들을 이야기하는데 객관적으로 더 어려웠던 우리 부모님들은 왜 아이를 많이 낳았을까
“한국 저출산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에 안 낳는다’고 쉽게 이야기하기엔 복잡한 이유들이 있는 것 같다. 일례로 옛날엔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점점 좋아지고 발전할 것이란 관념이 있었는데 지금 우리가 예전보다 다들 더 잘 살지만 미래가 희망이 있냐는 측면에선 부정적이다. 여러모로 더 나라가 힘들어지고 좋아질 일이 없다고 생각 하니 안 낳는 것이다. 또 오래전엔 아이가 노동력이고 경제적 자산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이제는 소비재라고 생각하니 낳기를 꺼리는 것 같다.”
Q. 끝으로 지금 당장 본인에게 현실적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실생활 정책이 있다면
“아무 때나, 언제든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을 정책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부모가 모든 곳을 다 데리고 다닐 순 없다. 어린이집 같은 시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말해 PC방 이용하는 것처럼 “3시간 끊어주세요” 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하고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보육시설을 국가적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찾으면 어딘가 비슷한 게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런데 두 아이 아빠인 나나 주변 사람들이나 다 모르고 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면 뭔가 부실하거나 무의미한 수준으로 운영되는 것 아닌가. 양가 부모님댁 말고 아무 때나, 급할 때도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을 국가차원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