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있으면 높아진 기준 충족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
“금전 지원 정책 한계···사회 분위기 바꾸는 노력도 동반돼야”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경기도 평택시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박 모씨(남·34세)는 1990년생으로 이른바 ‘결혼 적령기’다. 2년을 사귄 여자친구도 있지만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다.
그는 “절친한 친구 9명 중 2명만 결혼했고 나머지 친구들과는 결혼 얘기조차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총혼인 건수를 1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일반혼인율은 9.7로 1년 전보다 0.1 감소했다. 2015년 13.8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급격하게 내려간 것이다. 결혼과 출산의 상관관계가 약해지고는 있지만, 결혼은 여전히 출산으로 이어지기 전 단계로 인식된다.
그는 결혼을 생각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으로 높아진 눈높이를 꼽았다. 그는 “행복의 기준이 너무 높아진 것 같다”며 “혼자라면 감당할 수 있겠는데 배우자에 자녀까지 있다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Q. 결혼을 고민할만한 나이로 접어들었는데 결혼 생각은 없나
“비혼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아직까진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결혼이란 무게감이 아직 커서 크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영역이다. 연하인 여자친구 역시 아직은 결혼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내진 않는다.”
Q. 또래도 비슷한 상황인가
“지방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 역시 절반 이상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결혼에 대해 이야기도 잘 하지 않아 친구들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같은 회사에 다니는 한 살 위의 룸메이트는 결혼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고 한다.”
Q. 집값 때문인가
“물론 집값을 무시할 수는 없다. 평택도 반도체 공장 영향에 소득 수준이 높아져서 인기가 높은 지역은 값비싼 아파트들이 많다. 현재 자산과 소득 수준으로는 이 지역 아파트에 살 수 없다. 이미 은퇴하신 부모님 도움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집은 결혼에 있어 고민거리긴 하다.
그러나 인기 지역이 아닌 곳에서 신혼집을 차린다고 하면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집값이 결혼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는 아닌 듯하다.”
Q. 그렇다면 결혼을 미루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인가
“삶의 스탠다드 혹은 행복의 기준이 너무 높아진 것 같다. 요즘 시대에선 마땅히 해야 하거나 갖춰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정기적으로 해외여행도 가야하고 호캉스도 해야 하며 영어유치원도 보내야 한다. 30평대 ‘국평’에 멋드러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는 기본이다. 혼자 살고 있다면 외면할 수 있지만 사회적인 비교가 용이한 현대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을 꾸린 미래에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다. 사회가 규정하는 행복의 기준을 따라가려고 하다 보면 배우자로서, 아빠로서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만약 결혼하더라도 자녀까지는 고민이 될 것 같다.”
Q. 결국 돈의 문제인 것인가. 눈높이를 낮출 수는 없나
“개인 차원에서 보면 돈 문제로 귀결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돈보다는 사회문화적인 문제, 사회 분위기의 문제인 것 같다. 눈높이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혼자만의 눈높이를 낮추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은 것 같다. 사회와 단절되지 않는 한 인간은 사회적인 관계 속에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Q. 정책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출산을 당장 장려하는 금전적인 정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정책도 필요해 보인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사회 분위기를 바꾸거나 새로운 행복론을 세울 수 있게끔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 많은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병폐가 크다고 생각한다. 비교 탓에 행복의 기준이 올라가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니 청소년에 SNS 계정 보유를 금지하는 나라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데 이런 정책들도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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