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가 나의 인생 계획에 영향을 주지는 않아”
“남녀 임금 격차 등 문제 해결 필요해”
“출산율 반등만을 바라기보다는 인구절벽 대응 방안 고민해야”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 세대인 ‘에코붐세대(1991~1996년생)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 혼인 건수는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657건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3년(32만2807건)과 비교하면 40.0% 감소한 수준이다.
방송국 피디로 재직 중인 송다영(31세·가명)씨 역시 결혼 적령기에 해당하는 나이지만 여전히 결혼과 출산이 남 일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부터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Q. 어릴 때부터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결혼을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부모님의 결혼 생활이 행복해보이지 않았고, 결혼하지 않았다면 엄마도 아빠도 다른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Q. 작년 합계 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낮은 출산율이 체감되는지
“체감된다. 나는 강아지를 키우는데 강아지 산책을 나가면 공원과 길가에 강아지가 아이들보다 훨신 많다. 주변 친구들 중에 결혼한 친구는 조금 있지만 아이가 있는 친구는 아예 없고 아이 계획이 있는 친구도 거의 없다.”
Q. 소위 혼인·출산 적령기인 90년대생에 해당하는데 90년대생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회적 현상으로는 동의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 90년대생이 많으니 90년대생의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으면 인구절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Q. 저출산이 국가적 위기라는 시각이 있다
“국가적 위기란 시각에는 동의하지만 저출산 문제가 나의 인생 계획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아이를 낳게 된다면 직장에서의 삶과 나의 삶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 변화의 방향이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겨 출산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한 이런 생각은 크게 변화가 없지 않을까 싶다.”
Q. 만약 여러 가지 여건이 뒷받침된다면 결혼 또는 출산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는가
“개인으로서는 경제적 상황이나 사회적 여건이 어느 정도 개선된다고 해도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지 않단 생각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사회적 차원에서 봤을 때는 남녀 임금 격차 등 낮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소득은 상위권에 속하지만 남녀 임금 격차는 1위다. 이런 상황이 저출산이 낮은 원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Q.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주된 이유에는 어떤 게 있나
“앞서 말했듯 남녀 임금 격차가 1위라는 건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더라도 출산 이후 육아 등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다 키운 후 사회에 복귀하더라도 이전에 받던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이런 게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결혼과 출산하기 너무 좋은 환경이 된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런 획기적인 변화가 어려워 보인다. 차라리 출산율을 높이는 문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인구절벽에 대응하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출산율이 반등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나
“출산율 반등만을 바라기엔 상황이 이미 너무 많이 악화된 것 같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되 인구절벽에 대응하는 방안도 함께 생각하는 게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