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 갈등은 옛말, 육아로 장서 갈등 시대 열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아이가 태어나면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다. 물론 육아를 하며 힘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정도인지는 몰랐다. 부모 세대와 우리 부부의 키우는 방식에 차이가 있어, 가족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사위이자 한 아이의 아빠 입장에서는 장모님과의 관계가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 후로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첫 딸을 얻은 최병혁(가명·37)씨의 말이다. 고부 갈등은 옛말이 됐고, 이제는 장서 갈등의 시대다. 장서 갈등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처갓집의 도움 없이 육아와 맞벌이가 힘들어지면서 생긴 풍조다. 최씨처럼 젊은 부부 사이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는 경우가 많다.
장서 갈등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인 고부 갈등의 반대 관계로 장모와 사위 사이의 갈등을 일컫는다. 육아 과정에서 이들 간에 마찰이 빚어지면서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은 무색해졌다.
장모가 자녀 육아와 계획, 가정 경제, 가사 등에 개입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사위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현상이다. 시집살이를 가리키는 ‘시월드’에 이어 ‘처월드’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는 시대다.
최씨는 “주위에서 육아 과정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얘기를 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특히 근처에 사는 장모님과 아이를 키우는 집안 환경 등에 관해 언쟁이 자주 벌어지면서 장서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Q. 장모님과 육아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진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아내와 아이가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처음 올 때부터 이슈가 발생했다. 조리원에서 나온 시기가 초가을이어서 보일러를 틀어놓지 않고 있었는데, 아이를 너무 춥게 키운다며 장모님과 약간의 말싸움을 했다. 조리원에서 아이가 태열이 있다고 말했고, 초가을이라 기온이 약간 더운 시기였음에도 이불로 아기를 꽁꽁 싸매기만 하셨기 때문이다.”
Q. 아이가 태어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현재는 어떤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장모님과 육아에 대해서는 자주 부딪힌다. 최근에는 어린이집 문제로 다퉜다. 아내가 복직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0세반에 아이가 입학했는데, 10월생이어서 같은 반에서도 가장 어린 것이 문제가 됐다. 다른 아이들의 경우 걷거나 최소한 스스로 앉을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우리 아이는 보조의자 없이 앉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그러나 2학기에 해당하는 9월에 중도 입학하기는 어려워 3월부터 보낸 것인데 장모님은 걷지도 앉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냈다며 크게 화를 내셨다.”
Q. 아내의 입장은 어떤가
“장모님과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하자 아내도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중재자’ 입장에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다. 이 과정에서 둘째 아이 생각은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을 정도다. 본인도 산후 관리를 해야 하는 시기였는데, 장서 갈등 심화에 둘 사이를 말리느라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Q. 육아와 관련해 장모님과 부딪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장모님이 자녀를 키우던 30여년 전과 현재는 아이를 키우는 주위 환경이나 시스템 등이 달라졌다. 그런데 우리 장모님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른 장모님들이나 어머님들도 요즘 방식이 아닌 예전 스타일을 대부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성인 자녀를 두고 있는 만큼 본인의 육아 방식에 자부심을 갖고 있어서라고 판단한다.”
Q. 타협점을 찾을 노력을 해봤는가
“아이가 태열이 있어 집안을 조금 서늘하게 해야 한다고 장모님과 대화해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불에 돌돌 말리게 된다. 장모님이 오실 때는 체념한 상태로 있다가, 댁에 가시면 다시 집안 온도를 조절하거나 이불을 걷는다. 사위된 입장에서 아이 육아를 도와주시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다. 괜히 분란을 일으키면 나는 물론 아내, 아이에게도 좋지 않기에 장모님이 계실 때는 따르기로 마음 먹었다.”
Q. 사위와 장모 등 가족간 갈등이 저출산으로 이어진다고 보는가
“아내가 말한 것처럼 나 역시 장모님과의 갈등 등으로 둘째 생각이 사라졌다.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벅차 어른들의 도움을 얻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가끔 장모님이 원망스럽기는 하다.”
Q. 장서 등 육아와 관련해 세대간 갈등을 해결할 방안에 대해 생각한게 있을까
“우리 집뿐만 아니라 많은 영유아 가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는 것으로 안다. 부모님과 자녀의 육아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서로 배려하는 가치관 변화가 중요한 시점이다. 주양육자인 아이의 엄마 의견을 따르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본다. 어른들의 과거 경험에서 우러난 양육 스타일도 물론 존중할 만하지만 지금은 아내의 입장을 따르는 것이 맞다. 정부의 지원 만큼이나 가정 내에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가 어느 때보다 많아져야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