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과정에서 조퇴·연차 사용 불가피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육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출퇴근 근무 형태가 필요합니다.”

1989년생 정OO씨는 유치원 보육교사다. 아니 보육교사였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기에 육아 부문에서 ‘프로’였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를 키우면서 보육교사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휴직을 선택했다.

그는 자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어머니가 되기를 원했다. 돈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근무형태와 시간 조정만 비교적 자유롭다면 육아휴직보다 더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언제 결혼했나? 결혼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부담이었나

“2017년에 결혼했다. 20대에 결혼했기에 남들보다는 다소 빠른 편이었다. 어린 나이여서 그런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담되는 것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다만 경제적으로 비용은 부담이었다. 혼수와 결혼식 비용 등으로 지출이 적지 않았는데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는 생각에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됐던 것 같다”

서울 마포구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서울 마포구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Q. 자녀는 몇 명인가? 직업이 보육교사니 아이를 키우는데 남들보다 수월했을 듯하다

”자녀는 1명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을 접하는 직업이었기에 출산와 양육에 대한 큰 부담감이 없었던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보육교사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특히 결혼 후 떠나는 신혼여행조차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었고 회사에 상황에 맞춰서 허락과 동의를 구해야 했다.

Q. 보육교사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는 어려웠나

”아이를 낳고 난 후 워킹맘으로 지내다보니 어느 순간 내가 내 아이를 자식이 아닌 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더 신경쓰고 더 케어해주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아이에게 더 소홀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아이가 학교를 가기 전에 휴직하고 아이 옆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다“

Q. 비용적인 측면에서 육아에 가장 큰 부담은 무엇인가

”사교육이다. 우리나라 문화상 교육에 대한 엄마들의 열정이 대단하기에 내 아이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도록 유아기부터 사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사교육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를 시키다 보면 부담이 적지 않다. 유치원도 사립유치원은 나가는 기본비용이 적지 않아 국가에서 지원금을 줘도 추가 지출이 많다. 요새는 사립유치원들도 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도입해 비용 부담이 늘었다“

Q. 워킹맘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나라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출금 이자 지원 등을 높이고 보육시설 운영시간도 늦게까지 늘렸지만 더 필요한 것은 직장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육아에서는 예측하지 못하는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급하게 연차나 월차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현실에서는 아이로 인해 반차, 급한 조퇴 등을 사용할 때 눈치를 봐야 한다. 근무형태가 다소 유연해져 재택근무를 적용하거나 근무시간 조정 등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근무시간 조정 등을 사용하는데 눈치를 보지 않고 직장에서 권유하고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국가가 돈으로 지원하지 않더라도 저출산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아직도 육아휴직은 직장인들이 쓰기 어려운가

”직장인으로서 어려운 일이다. 요즘에 전보다는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현실은 육아휴직 또한 꺼려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반차, 급한 조퇴 등도 여전히 눈치를 보게 된다“

Q. 육아휴직을 쓰자니 경력이 단절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큰 것인가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도 육아를 하면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정부가 개선한다고 해도 정작 현실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극히 드문 회사들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결국 육아휴직보다는 직장에서 유연한 출퇴근이 가능한 근무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우선 해결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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