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소득 많으면 많은 만큼 양육비 더 나가는 사회 구조 및 분위기”
”안 할 수 없어 일단 시키게 되지만 그 열매는 갈수록 과거만 못해”
“둘째는 포기···해외에서 키울 방법 없을지도 고려 중”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두살배기 딸을 둔 약사 최아무개씨(40)는 둘째를 갖고 싶었지만 최근 그 꿈을 접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배우자와 맞벌이를 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그는 외동을 키우는 현재에 만족한다고 했다.
사교육비가 둘째를 포기한 이유다. 비교적 수입이 많은 전문직 맞벌이 부부에게도 사교육은 부담이다. 아이와 함께 취미를 즐기며 사는 방법은 둘째를 포기하는 길 뿐이라고 판단했다. 아이에게는 과중한 입시 부담으로 인한 압박이, 부모에게는 사교육비 부담이 한국을 아이 낳기 어려운 국가로 만들었다.
Q. 아이를 낳은 것에 만족하나
“너무 만족한다. 운동이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취미생활이 많아 내 시간을 뺏기는 것 자체를 싫어했는데 아이와 함께 무엇을 하는 시간이 이제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 아이와 따로 한달 간 여행을 가는 것도 생각 중이다”
Q. 그럼 한 명 더 낳으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이에게도 형제가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한 명 더 낳고 싶었지만 생각을 접었다”
Q. 맞벌이하며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명 더 낳는 것을 주저한 이유는
“우선 한국사회에서 아이를 낳으면 얼마를 벌든 간에 수입의 상당부분을 아이에 쏟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돈을 많이 벌어도 영어유치원 등 월 수 백만 원씩 들어가는 교육기관에 넣으려 경쟁해야 한다. 이후 초중고를 거치면서 사교육 여정은 계속 이어진다. 두 명이면 여기에 ‘곱하기2’가 되는 것이다. 교육비가 이런 상황이니 여행까지 다니며 불편함없이 더 즐겁게 살려면 한 명 더 낳는 것이 부담스럽다”
Q. 비싼 교육을 안 시키고 키우면 되는 것 아닌가
“한국에서 ‘비싼 교육’이라는 것이 사실 무슨 대단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영어와 입시공부다. 그 중 하나인 영어를 보자면 영어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나중에 아이에게 여러가지로 큰 기회가 된다. 안 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에선 그렇게공부 하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이 든다. 어쩔 수가 없이 그 돈을 쓰는 것이다. 영어를 공교육으로 가르쳐 모국어처럼 할 수 있게끔 하는 나라들도 있다는데 왜 우린 그걸 안 하는지 의문이다.
나중에 입시교육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나만 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입시도 답이 되는 세상이 아닌 것 같아서 외국으로 나가서 키우는 것이 정답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부유층은 입시경쟁도 안 한다고 들었다. 주변 지인도 해외로 나갈 준비를 있다고 한다. 늦지 않게 방법을 강구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Q.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 스스로도 한국사회에서 빈손으로 노력해서 이뤄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정신적 만족감에 대해 불신하기 시작한 것 같다. 돈과 노력을 들이는 것 대비 그 결과물은 별게 없어 보인다. 예전엔 사회적으로 스스로 노력해서 뭔가를 이루면 연봉과 삶 등이 보장됐던 것 같다. 우리 윗세대들은 그랬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게 아닌 것 같다. 교육으로 인생을 바꾸는 세상은 이제 없다.
세금정책 등 각종 정책 등등을 보면 갈수록 중산층들은 점점 더 배제된다. 대출, 부동산 구입 등에 있어 혜택 같은 것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야 모두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펼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점점 더 이런 분위기들은 강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입시든 뭐든 목을 매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행동일지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살아야 하는가’라고 아이가 묻는다면 이제 답하기가 어렵다”
Q.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입시에 성공하면 좋은 대학가고 더 열심히 해서 궁극적으로 대기업에 가면 연봉 1억, 월 650만원이고 미국에선 중소기업에 가도 그 정도 받기도 하고 더 성공하면 훨씬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연봉 1억이면 온갖 정책적 혜택에서 배제된다.
‘성과급 잔치’, '억대연봉' 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대기업 종사자들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다. 가십성 폭력적 영상 만드는 사람들도 수억원씩 번다는 세상에 말이다. 공부가 창출해주는 효율이 과거보다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소리다. 여기에 출산율도 낮아 훗날 힘들어질 것을 생각하면 다른 국가에서 기회를 갖게 해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하게 된다. 한국 최고의 입시교육 업체가 이민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겠나”
Q. 둘째를 낳고 한국에서 계속 행복하게 살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줬으면 하나
“당장의 어려움부터 이야기하면 맞벌이의 경우 현실적으로 육아와 관련한 부분에서 나라에서 어느정도 해결을 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도 돈이 드는데 그게 또 월 몇백 단위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출산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맞지 않아 보인다. 나랏돈을 뿌려 해결하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부모들이 맘놓고 돈을 벌게끔 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돈을 써줬으면 한다.
나눠줄 예산 있으면 그 돈으로 사실상 모든 아이들이 영어유치원을 안보내도 될 만큼 외국어 교육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게 어떨까. 아니면 다들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경쟁하는데 기본적인 국민 육아 환경을 상향평준화 해 누가나 누릴 수 있도록 투자하면 어떨까. 애를 키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Q.. 맞벌이 부부에게 필요한 정책은
“맞벌이 직장인의 경우 육아휴직이 승진과 연계되는 문제도 걸림돌이다. 육아휴직 제도 있는 건 다 안다. 그러나 아내는 회사 내 승진을 위해 직장에 곧 복귀해야 헸고 결국 양가 부모님이 번갈아 가며 육아를 도와 주셨다. 복귀 이유가 승진이라는 것은 승진과 휴직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나라에서 추구하는 방향은 아닐 것이다. 출산 직원을 보는 기업 문화도 달라져야 겠지만 정부도 기업이 인력 휴직으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끝으로 장기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을 말하자면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할지 모르는 이 상황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내 아이가 입시경쟁에서 성공한다 해도 그간 들인 돈과 시간,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열매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괜한 고생만 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안 시킬 수 없으니 그렇게들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당장 정부가 어떻게 해결해주기는 너무 어려운 사회구조, 국민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