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경쟁사회 겪은 90년대생···아이 낳아야하는지 의문”
“결혼, 시간·노력 들일 만큼 매력적인 선택지 아냐”
“임신·출산에 있어서 여자가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 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30대 초반 남녀의 미혼 비율이 절반을 넘기면서 ‘결혼 적령기’란 말이 무색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19~34세 가운데 미혼 비중은 2000년엔 54.5%였으나 2020년에는 81.5%까지 뛰었다.
2020년 기준 평균 혼인 연령은 남자 33.2살, 여자 30.8살이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30~34세의 미혼율은 56.3%에 달한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었음에도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는 셈이다. 나날이 높아지는 미혼율은 현재의 초저출산 현상과도 직결된다.
30대 초반 직장인인 김지현 씨(가명, 30세)도 결혼 적령기에 해당하는 나이다.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가지만 그에게는 남 일처럼 느껴진다. 결혼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생각에서다.
Q. 혼인·출산 적령기인 90년대생에 해당하는데 90년대생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90년대생들의 인구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왜 희망이라고 말하는지는 이해가 가지만 지나친 경쟁사회를 겪어온 90년대생들이 아이를 낳을지가 의문이라 회의적인 생각이다.”
Q. 저출산이 국가적 위기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가적 위기라는 것에는 동의하나 환경 측면에서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가적 위기가 무슨 소용인가.”
Q. 환경문제도 출산을 꺼리게 되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인가
“그렇다. 현재도 이상기후 현상 등 기후위기가 체감되는 상황에서 자녀를 낳게 되면 아이도 이런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기후위기로 초래되는 피해가 지금보다 더 심해질 텐데 내 자식이 그런 걸 겪게 하고 싶지 않다.”
Q. 출산 이전에 결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인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할 생각은 없다. 많은 불편을 감수하고 딱히 결혼을 해야겠다는 이유가 없어 현재 상태를 유지할 예정이다.”
Q. 어떤 불편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가
“타인과 밀접한 관계가 돼서 생활의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하나하나 조율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 또 결혼은 둘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끼리의 결합이다. 시댁도 챙겨야 하는 부담을 생각하면 결혼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만큼의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연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Q. 경제적 여건이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 여러 가지 여건이 뒷받침된다면 결혼 또는 출산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는가
“경제적 여건과 워라밸이 충족되더라도 출산할 생각이 없다.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여자가 짊어져야 하는 신체적 리스크가 큰데 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도 경제적 문제나 워라밸 등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여건이 뒷받침돼도 결혼을 굳이 하고 싶지는 않다.”
Q.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주된 이유에는 어떤 게 있나
“내 몸 망가져 가며 낳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가장 크다. 또한 여성에게 치우쳐있는 육아 부담도 겪고 싶지 않다. 옛날과 비교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 여자가 짊어져야 하고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더 많다고 느낀다. 이런 모든 과정에 따르는 고통을 감내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이상적으로 혹은 평범하게 자란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출산에 대한 거부감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Q. 현 상황에서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면 어떤 대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워라밸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노동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생활에 여유가 없다.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긴 탓에 개인의 삶이 없는 생활에서 어떻게 자녀를 낳고 육아를 하며 가정을 꾸릴 수 있겠나. 경제적 문제보다도 워라밸을 보장하는 게 출산율 반등에 있어서 우선순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