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증권 인수·수수료 업계 3위···KB·한투에 밀려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대우가 채권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기자본 규모에서는 절반 수준인 증권사들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미래에셋대우로 합병되기 전 대우증권 시절 채권 시장에서 선두 경쟁을 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시사저널이코노미가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시가총액 100위권 안에 포함되는 8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채무증권 인수·주관 실적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수수료를 챙긴 곳은 KB증권으로 집계됐다. KB증권은 지난해 351억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2위는 324억원의 수수료를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이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301억원 가량을 받으면서 3위에 그쳤다.

KB증권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채무증권과 관련해서는 장기간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증권사다. 지난 2017년 실적을 기준으로 해도 KB증권은 300억원 가량의 수수료를 기록하면서 선두에 섰다. 이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이 각각 227억원과 216억원을 거둬들이면서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대우는 186억원으로 4위였다. 2017년 성적을 감안하면 2018년 성적도 크게 이상할 것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미래에셋대우가 채권 시장에서는 업계를 선도하는 하우스가 아니라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을 틀렸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6년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탄생한 법인이기 때문이다.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미래에셋증권이 채권 인수 부분에서 업계 수위 증권사로 떠오른 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우증권은 그렇지 않다. 대우증권은 매각되기 전인 2013년과 2014년경에는 채권 시장에서 선두 경쟁을 하던 하우스다. KB증권 역시 오래 전부터 채권 분야에서 이름 높은 하우스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래에셋대우 역시 대우증권의 DNA를 이어받은 하우스라면 네임밸류에서 밀릴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최근 수년간 증권사 자기자본 확충 규모를 감안하면 KB증권은 미래에셋대우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6년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합병한 뒤 연말 기준 자기자본 6조6389억원 증권사가 됐다. 이후 2017년 말에는 자기자본을 7조3845억원까지 늘렸고 2018년에도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12월말 기준 8조3524억원까지 덩치가 커졌다. 

덩치만 놓고보면 KB증권을 압도해야 할 미래에셋대우는 한국투자증권에게도 밀리며 3위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비해서는 22억5000만원 가량 뒤쳐졌다. 4위 메리츠종금증권과의 차이는 16억5000만원으로 금액만 놓고 보면 한국투자증권보다는 4위인 메리츠종금증권과의 거리가 더 가깝다. KB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4조3770억원이며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각각 4조4537억원, 3조4731억원으로 미래에셋대우의 절반 수준이다. 

주관실적을 놓고보면 미래에셋대우의 순위는 더욱 하락한다. 선두가 KB증권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KB증권은 54조5088억원 규모의 거래를 주관했다. 이가운데 인수 실적은 34조7523억원이다. 미래에셋대우는 18조6589억원 가량의 거래를 주관하면서 5위에 위치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32조360억원, 25조3308억원을 주관하며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공채와 금융채, 회사채 등 채무증권과 관련한 수수료는 박하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해당 분야 업계 1위 KB증권이 받은 수수료를 전체 인수실적으로 단순 계산한 수수료율은 0.1010%에 불과하다. 분석대상 8개 증권사의 평균 수수료율도 0.1146%로 큰 차이는 없다. 인수·주관에 들인 노력에 비해 실적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소리가 나올만하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수년전부터 투자은행(IB)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수조원의 자기자본을 확보한 초대형 증권사들 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를 포함한 모든 증권사들이 IB 사업 강화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채권 시장의 수수료가 박하다고 하지만 해당 거래를 통해 파생되는 딜 기회를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즈 리그테이블 기준 지난해  전세계 IB업계 종합 1위를 차지한 JP모간은 채권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기업공개 등 지분증권 관련 거래 주관 수수료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