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부담 덜어낸 큐리언트
R&D 기술력 보여줄 때가 왔다
자본 확충, 확실한 쩐주 확보
동구바이오제약과 시너지 기대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큐리언트의 지난해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극복하고 재무적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냈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과 동구바이오제약으로부터 1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받으면서다. 큐리언트는 본업인 신약 개발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 시장에서 입지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큐리언트는 지난해 관리종목 지정 사유인 법인세비용차감전사업손실(이하 법차손)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252억원 규모 주주우선공모 유증을 완료했다. 또 35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2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증을 통해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면서 자본을 확충했다.

큐리언트는 총 312억원을 확보하면서 법차손 비율을 50% 이하(44%)로 끌어내릴 수 있게 됐다. 앞서 큐리언트의 법차손 비율은 2021년 44%, 2022년 77%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법차손 비율이 86.3%까지 높아지면서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법차손 비율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자기자본의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큐리언트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다양한 연구기관과 협력해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등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면역항암제 Q702와 항암제 Q901,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Q301 등이 있다. 독일 자회사 QLi5테라퓨틱스를 통해 프로테아좀 저해제 ADC(항체약물접합체) 치료제 후보물질도 발굴하고 있다.

큐리언트 신약 R&D 파이프라인./ 표=김은실 디자이너
큐리언트 신약 R&D 파이프라인./ 표=김은실 디자이너

◇ 동구바이오제약과 SI 파트너십

큐리언트에 따르면 지난 15일 운영자금(연구개발비) 조달을 위해 동구바이오제약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동구바이오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큐리언트에 총 100억원을 투자한다. 동구바이오제약이 내달 17일 100억원을 납입하면 큐리언트의 지분 8.0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동구바이오제약은 R&D 부문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큐리언트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됐다. 동구바이오제약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인 만큼, 이번 유증 참여는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다. 다만 새로운 피부질환 신약후보물질 도입을 고민하던 중, 큐리언트의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 ‘Q301’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동구바이오는 ‘피부과 처방약제 매출 1위’라는 타이틀을 가진 만큼, 피부·비뇨기질환 의약품 사업에 강점을 가진 강소 제약사다. 아쉬운 점은 사업 방향이 의약품 제조와 판매, CMO(위탁생산) 쪽에 치우쳐 있어, 신약 R&D 부분에서는 보강이 필요했다. 동구바이오가 전문 신약 개발사인 큐리언트에 전략적(SI) 투자를 결정한 이유다.

동구바이오는 큐리언트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중소제약사의 한계를 벗어나 ‘신약 개발’에서 중장기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기대다. 큐리언트의 신약후보물질 공동개발, 상업화에 따른 판매 로열티뿐만 아니라 동구바이오의 강점인 아토피 외용제 관련 사업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또 큐리언트의 항암 파이프라인 개발에 재무적 협력을 강화하고자, 점진적으로 지분율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구바이오 관계자는 “큐리언트가 연구개발에 강한 회사인 만큼, 기초연구 역량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신약 초기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구바이오와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 Q901은 기술이전, Q301은 동구바이오와 협력

큐리언트의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보면, 성장을 이끌 핵심 파이프라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항암제로 CDK7 저해제 표적항암제로 개발 중인 ‘Q901’과 항염제로 개발 중인 ‘Q301’이다. Q901은 현재 유방암, 췌장암, 소세포성 폐암, 진행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 1·2상이 진행되고 있다.

Q901은 CDK7을 표적하는 인산화 효소 저해제다. 큐리언트는 Q901의 안전성과 효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임상 최저용량에서부터 췌장암 환자로부터 약효에 대한 효능이 확인된 바 있다.

유창연 큐리언트 부사장는 “Q901 임상 1상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임상 1상은 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효능을 관찰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최저용량으로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큐리언트가 그간 재무적 이슈로 사업의 존속 불확실성이 대두됐던 만큼 본업인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 기술력 입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큐리언트 역시 Q901 기술이전을 모색해 파트너사와 함께 상업화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Q301은 임상 2b상을 완료한 만큼 대규모 3상만 남겨둔 상황이다. 최소 수년이 걸리는 임상 3상은 동구바이오와 협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3상을 주도하기엔 자금 여력에 한계가 명확해, 파트너사의 지원이 절실하다. 동구바이오도 처음부터 큐리언트의 Q301에 관심을 두고 전략적 투자를 결정하게 된 만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Q301 개발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창연 큐리언트 부사장은 “Q301의 경우 동구바이오제약과 협업이 기대되는 파이프라인”이라며 “확실한 최대주주를 얻은 만큼, Q901 기술이전을 성사시켜 더 좋은 후보물질을 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구바이오 관계자는 “동구바이오가 취약했던 신약 기초연구 역량을 큐리언트를 통해 확보하고, Q301부터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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