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에이블리에 ‘1000억원대’ 투자 제안
에이블리 “여러곳에서 제안 받아, 알리도 그 중 한곳”
일각에선 알리와 에이블리, 서로 ‘윈윈’ 될지 반신반의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장악에 나섰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법인의 자본금을 300억원 이상 확충하면서 K-패션 플랫폼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에이블리에 1000억원대 투자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에이블리가 알리익스프레스의 손을 잡을지 주목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한국 법인의 자본금 300억원 이상을 확충했다.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은 지난해 8월 법인 설립 이후 2월 40억원, 이달 334억원 규모의 자본금 증자를 단행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일명 ‘C-커머스’로 한국 시장에서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늘어난 운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본금을 확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그간의 가품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K-패션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은 무신사, W컨셉,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국내 주요 패션 플랫폼에 투자를 제안했다. 외부 투자를 받게되면 투자사의 요청에 따라 거래액은 물론 주요 입점 브랜드 정보, 고객 주문 정보 등을 포함한 KPI(핵심성과지표)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에이블리를 제외한 다른 패션 플랫폼사들은 알리바바그룹의 투자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K-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패션 플랫폼사다. 지난 2018년 동대문 패션몰을 기반으로 성장한 에이블리는 창업 6년 만에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현재 에이블리는 시장 투자자들로부터 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에이블리는 현재 캐나다 온타리오교원연기금(OTPP), 글로벌 투자기업 퍼미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과 투자 유치를 협의하고 있다. 투자 유치 기업 중에는 중국 알리바바그룹도 있다.
알리바바는 에이블리에 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에이블리의 밸류에이션에 대해 구주 기준 5000억원에 새로 발행하는 신주 기준 2조원을 더해 최종 기업가치 9000억원 수준에서 1000억원대를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계약이 성사되면 알리바바는 최소 10%대의 에이블리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알리바바는 에이블리뿐 아니라 11번가, W컨셉 등 국내 이커머스와 패션 플랫폼들에 대한 투자를 눈여겨 봤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이번 시리즈C 라운드를 통해 2조원 벨류를 인정받았다”면서 “현재 알리바바를 포함한 다수의 잠재 투자 기관까지 여러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에이블리는 월 이용자수 812만명으로 쿠팡에 이은 2위고, 지난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이었다”면서 “자체 개발한 AI 추천 기술과 같은 기술력, 일본 시장 진출 등이 높게 평가 받아 알리익스프레스 측이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에이블리는 ‘계획된 적자’를 끝낸 기업으로 ‘쿠팡 모델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2595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연간 영업이익은 2022년 744억원의 영업손실을 극복하고 흑자 전환했다.
특히 에이블리는 패션뿐 아니라 비패션(뷰티·디지털·라이프·푸드 등 패션 외 영역) 카테고리에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에이블리는 이용자수, 앱 사용량, 글로벌을 포함한 신사업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알리바바그룹 입장에서도 C-커머스로 국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젊은 세대의 유입이 필요했다는 판단하에 에이블리를 점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블리는 이미 상당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패션 외 카테고리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테무와 쉬인이 가성비 좋은 의류를 판매하면서 국내 MZ 소비자들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알리바바그룹이 K-패션 플랫폼에 투자를 단행하려는 것이란 시선도 존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그룹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한국 기업과 손잡고 싶을 것”이라며 “에이블리로서도 알리바바그룹의 투자 제안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에이블리가 알리바바그룹과 손을 잡을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로선 에이블리가 흑자 전환엔 성공했지만 불안정한 재무상황으로 투자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사업보고서를 보면 에이블리는 2019년부터 지난 2022년까지 지속된 영업적자 탓에 자산총계는 1128억원인 반면 부채총계가 1672억원에 달해 자본잠식 상태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특히 영업이익은 1년 사이 무려 800억원가량 증가했다”면서 “당장 자본이 어렵거나해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