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인, 한국서 첫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오픈
카피 브랜드부터 품질 허술한 제품 선봬 논란

성수동 연무장길에 열린 쉬인 팝업스토어 전경. / 사진=한다원 기자
성수동 연무장길에 열린 쉬인 팝업스토어 전경. / 사진=한다원 기자
쉬인 팝업스토어 내부 중 일부. / 사진=한다원 기자
쉬인 팝업스토어 내부 중 일부. / 사진=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중국 패션 전문 이커머스 쉬인(SHEIN)이 서울 성수동에서 1주일간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선보인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의 C-커머스 공세에 힘입은 쉬인은 한국 패션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쉬인은 팝업스토어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쉬인을 각인시키겠단 각오지만, 경쟁사 대비 곳곳에 허점이 많아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쉬인은 전날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쉬인 팝업스토어 ‘스타일 인 쉬인’을 열었다. 팝업스토어에서 쉬인은 회사의 PB(자체 브랜드) 데이지(DAZY)의 SS(봄·여름) 컬렉션을 비롯해 글로벌 국가에서 인기가 많았던 제품 2000여종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쉬인은 지난 2022년 12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지난해 8월부터 SNS 마케팅을 전개해 왔다. 올해 4월부터 쉬인은 한국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쉬인은 C-커머스 공세에 힘입어 올해 들어 국내 사용자 수가 급증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쉬인의 5월 활성 사용자 수(MAU)는 66만명으로, 전월 대비 10.3% 증가했다. 패션업계가 쉬인이 선보인 팝업스토어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외신에선 쉬인이 지난해 150여개 진출국에서 매출 450억달러(약 62조원), 영업이익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의 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 자라, H&M 등을 제친 규모다.

쉬인 팝업스토어 내부. / 사진=한다원 기자
쉬인 팝업스토어 내부. / 사진=한다원 기자

쉬인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 사이서 반응이 좋을 제품들만 엄선해 팝업스토어에 선보이게 됐다”면서 “매출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쉬인을 알리고자 팝업스토어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와 마찬가지로 쉬인의 강점은 ‘초저가’다.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쉬인 의류는 대부분 1만원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1만원 이하의 제품도 여럿 보였고, 고가의 경우 3만원대에 불과했다.

대학생 이아무개씨는 “성수동에 여러 팝업스토어 둘러보려고 놀러왔다가 쉬인까지 오게 됐다”면서 “가격이 저렴해서 유행하는 제품은 쉬인에서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품 가격이 저렴해서 그런지 질은 웬만한 국내 패션 플랫폼보다도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쉬인 팝업스토어 옷 윗부분 마감 처리가 덜 된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쉬인 팝업스토어 옷 윗부분 마감 처리가 덜 된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쉬인 옷 중에 택(tag)이 미부착된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쉬인 옷 중에 택(tag)이 미부착된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문제는 쉬인이 국내서 경쟁력을 갖출지다. 쉬인 제품 가격은 저렴했지만 일부 상의는 제대로 마감되지 않거나 지퍼가 제대로 박음질 돼 있지 않는 등 품질이 낮은 경우가 많았다. 또 일부 제품의 경우 택(tag)이 옷 내부 하단에 간이로 붙어있는 등 제대로 부착돼 있지 않았다.

곳곳에 허점이 많다 보니 쉬인 오프라인 매장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드물었다. 특히 팝업스토어에선 쉬인 제품을 구매할 경우 가격표에 적힌 가격에서 10%의 부가세를 더해야 했다. 국내 규정상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해 1회당 150달러(미국발 상품은 200달러)까지 관세와 부가세를 면제하는 소액수입 물품 면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쉬인 제품 가격표에는 가격이 명시됨과 동시에 앱 판매 페이지로 연결되는 QR코드가 부착돼 있었다. 따라서 같은 제품이어도 쉬인 앱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했다. 팝업스토어 대신 중국에서 제품을 발송하는 앱 구매를 유도하려는 전략으로도 읽혔다.

기자가 쉬인 팝업스토어 가격표 QR 통해 앱에서 가격을 확인해봤다. / 사진=한다원 기자
기자가 쉬인 팝업스토어 가격표 QR 통해 앱에서 가격을 확인해봤다. / 사진=한다원 기자
쉬인 옷마다 QR코드가 부착된 가격표가 붙어져 있다. 제품을 구매하려면 가격표에 적힌 금액에 10%를 더해야한다. / 사진=한다원 기자
쉬인 옷마다 QR코드가 부착된 가격표가 붙어져 있다. 제품을 구매하려면 가격표에 적힌 금액에 10%를 더해야한다. / 사진=한다원 기자

교환학생인 중국인 리우쉔씨는 “쉬인은 중국에서도 온라인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쉬인 제품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한국에서 쉬인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리우쉔씨는 “성수동에는 패션, 유행을 쫓는 사람들이 많고 한국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은 편”이라며 “솔직히 쉬인이 한국 사람들 마음에 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패션업계에서도 소비자들이 단순 호기심 차원에서 쉬인 팝업스토어에 방문하거나 제품을 구매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짙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가격이 너무 저렴해도 소비자들 의심을 살 만큼, 패션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면서 “쉬인이 선보이는 제품들이 워낙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해 1020대를 타깃하기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 패션템이 국내 패션 플랫폼을 넘어 성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쉬인은 가품 논란, 제품에서 검출되는 유해 물질 등 해결이 시급한 상태다. 최근 서울시에 따르면 쉬인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장화에서 기준치를 680배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돼 논란된 바 있다. 또 쉬인 팝업스토어에서도 미국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의 로고를 모방한 니트를 포함해 타 브랜드를 카피한 의류들이 여럿 발견됐다.

다만 쉬인 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외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구매해서 판매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쉬인은 가품 이슈나 품질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