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개인자유 침해 논란 속 헌법 위배 판단
패륜행위 등 유류분 박탈 법안 추진 탄력 관측
유류분 확대 기준·유류분 비율 조정 가능성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유류분 제도가 헌법에 위배된단 판단을 받으면서 대체 입법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유류분 박탈 및 확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유류분 비율을 조정하는 법안 논의가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국회 내에서도 입법 속도를 낼 조짐이 보이지만, 21대 임기내 추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류분은 고인이 유언으로 재산을 남기지 않은 가족도 일정 상속분을 보장받는 제도이다.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 손자녀)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부모와 조부모)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유류분은 과거 상속 재산이 주로 호주를 승계한 장남, 아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부인과 딸 등의 생존권도 보호해야 한단 취지로 지난 1977년 도입됐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유류분이 사회변화에 맞지 않고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단 지적이 제기돼 왔다.
모친이 서울 강남구에 주택을 보유한 직장인 여성 A씨는 “연락 한 번 해본 적 없고 엄마도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 전혀 없는 오빠가 있는데 유류분이란 이유로 재산을 나눠 갖는 건 억울하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유류분 대상이 아니란 하급심 판결이 나온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재산을 상속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만,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전날 유류분 제도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에 대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유류분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내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을 인정하고 그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류분 관련 법개정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일단 현행 유류분의 큰 틀은 유지하되 학대 등 유류분을 받지 못하는 사유나 부양 같은 유류분을 늘릴 수 있는 조건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류분 비율을 조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국회엔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대체로 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학대 같은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피상속인 청구·유언에 따라 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소관 법제사법위원회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안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두 의원 모두 22대 국회 입성에도 성공했다. 법사위 관계자는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간 협업, 협조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헌재 결정이 있었던 만큼 우선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논의과정이 순탄치는 않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피상속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했을 때 상속받을 권리를 바로 결격할 것인가,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할지를 두고 견해차가 있었다”며 “결격시키는 방법을 어떻게 할지가 가장 큰 쟁점이었고 지금은 어느정도 협의를 진행했다. 최종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법사위 내에서 법안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 및 통과 명분은 좀 더 확실해졌단 분위기다. 신속처리안건으로 분류해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단 기류도 감지된다. 다만, 일정상 21대 국회 회기내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단 관측이 우세하다.
법안을 발의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만약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 22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