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시 이용자차별 심화·소비자 후생 감소 가능성”
“단통법, 통신비 인하·단말기 가격 인하 등 동시 달성 어려워”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신시장의 구조변화와 요금정책의 쟁점’을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신시장의 구조변화와 요금정책의 쟁점’을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윤석열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추진 중인 가운데, 성급한 단통법 폐지는 소비자 차별 확대와 대형 유통망 위주 시장 재편 등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단 지적이 나왔다. 단통법이 단말기 가격 인하, 통신서비스 요금 인하 등을 동시에 달성하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제도의 목적을 단일화할 필요가 있단 설명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신시장의 구조변화와 요금정책의 쟁점’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단통법이 시행 10년을 맞았지만, 이용자 피해 해소 등 당초 도입 취지 달성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막는 등 수명을 다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통신3사가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면서 가계통신비 부담만 늘었단 판단도 작용했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통법 폐지보다 개선이 필요하단 점을 강조했다. 단통법 폐지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간 마케팅 경쟁이 심화할 경우, 사업자의 자원 소진으로 요금 경쟁이나 품질 경쟁이 어려워져 결국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단통법을 당장 폐지하는 것은 여러 우려가 있어 다소 시기상조다. 예컨대 단통법 폐지 시 가입자별 지원금의 편중이 발생해 대규모 양판점 위주로 유통 시장이 재편될 수 있는데, 이 경우 골목 상권인 대리점이 위축될 수 있어 소비자의 편의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단통법은 저렴한 단말기를 쓰는 소비자, 장기 가입자에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후생 증진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법의 본래 기능이 약화해 폐지 논의는 일정부분 필요하다”며 “다만 단통법의 순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법부당한 판매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없이 단통법을 폐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단통법만으로는 요금 인하와 단말기 가격 인하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조사의 독점력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단말기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 인하를 직접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단통법이 단말기 가격 인하, 요금 인하, 가계통신비 경감 등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예컨대 단통법을 통해 이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 요금이 인하되면 가계통신비가 일부 경감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독점력을 유지하고 있는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늘어난 수요로 인해 단말기 가격을 낮출 유인이 없어지며 오히려 과거의 독점 단말기 가격을 유지하고 늘어나는 수요를 통해 더 큰 이윤을 내게 된다. 이 경우 가계통신비 경감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의 목적을 단일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 현재 이통사의 독점력이 완화되고 서비스 시장의 요금 경쟁이 제고되는 효과가 나타나 가계통신비 경감이라는 목적은 달성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사의 독점력이 유지되는 한 단말기 가격의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의 인하를 직접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신시장의 구조변화와 요금정책의 쟁점’을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신시장의 구조변화와 요금정책의 쟁점’을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이날 세미나에선 통신 시장의 성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제4이동통신 사업자가 요금 경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결국 서비스 차별화와 충분한 투자자금 확보, 망 도매대가 관련 정부의 정책 지원 수준 등에 따라 제4이통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제4이통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는 내년 상반기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28㎓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리얼5G‘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통신3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 오는 2028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 및 흑자전환을 달성하겠단 게 회사의 목표다. 다만 시장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충분한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스테이지엑스가 기존 이통사와 차별화되는 리얼5G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원가 상승 요인 발생으로 요금 인하 여력이 낮아 요금 경쟁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며 “현재 통신시장의 성장이 둔화한 점을 고려할 때, 요금 경쟁은 사업자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오히려 요금 인하는 어렵다. 결국 도매대가 및 로밍 대가가 얼마나 낮아질 수 있는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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