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HL만도, 권역별 공장 시설투자 진행 중
미국 외 권역 증산도 추진···한온시스템은 통폐합 구상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자동차 부품 주요 업체들이 최근 미국 관세 정책을 비롯한 글로벌 업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생산 현황을 재편한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고, 효율 낮은 생산거점의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내달 3일부터 수입산 자동차 부품에 25% 상호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한국산 품목 중 호스, 파이프, 엔진, 축전지 등 222개 품목이 부과 대상이다. 미국 관세 정책은 앞서 이어진 국산 자동차 부품 수출 감소세를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3월 자동차 부품 수출 규모는 전년동기(55억5400만달러) 대비 7.9% 감소한 51억1700만달러(약 7조27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2022년 신차 수요 증가세에 힘입어 미국, 유럽 등지에 한국산 부품을 적극 공급했다. 하지만 이후 전기차를 비롯한 신차 수요의 기복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인한 부품 공급난이 수시로 발생해 수출에 악영향을 끼쳤다.
현대모비스, HL만도, 한온시스템 등 국내 주요 부품 3사는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 상황 속에서 최근 3년간 수출 실적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모비스는 작년 연결 기준 해외 사업 매출 29조4443억원을 기록해 국내 매출(27조7927억원)을 넘어섰다. HL만도 해외 매출 비중(내부거래 및 연결조정 합산)은 작년 62.5%로 최근 3년간 상승했다. 한온시스템의 미주, 유럽 매출 비중은 작년 80%를 넘어섰다.
하지만 부품사들이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한 방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해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생산 확대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차량 출고가 온전히 이뤄지기까지 부품업체들과 함께 준비할 기간이 필요하다. 해당 기간 실적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역성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 현대모비스, 올해 2조4000억여원 시설투자···HL만도, 수요확대 호재 만나
부품 3사는 해외 공장 생산능력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업황에 대응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생산, 연구개발(R&D) 등 분야별 2조4254억원 규모의 시설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최근 5년 중 최고 액수다. 이 일환으로 스페인 나바라주(州) 소재 EV 배터리 공장,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전동화 공장 등 전기차(EV) 신규 거점에 9910억원을 투자하는 등 해외 생산 확대에 힘쓰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게재한 2024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해외 물류거점에 의한 현지 밀착형 부품공급체계를 구축해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의 생산·판매 목표를 근접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거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L만도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 물류창고를 증설하고, 멕시코 코아우일라 공장에 부품 생산 시설을 확장했다. 조지아 공장에서 조향장치 랙타입 조향장치(R-EPS)를 양산하고 있고, 코아우일라 신규 공장에선 통합형 전자식 제동장치(IDB-2)를 생산한다. 모두 북미 완성차 고객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시설이다. 미국 행정부가 최근 캐나다, 멕시코와 맺은 자유무역협정(USMCA)을 준수한 자동차 부품엔 상호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점은 HL만도에 호재로 여겨진다.
HL만도는 신흥 전기차 시장인 인도에서 관련 부품 생산 확대를 위해 현지 기업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지난 2021년 인도 아난드 그룹과 합작 설립한 전기차 부품 합작사 아난드 만도 이모빌리티(AMeM)에 작년 3억여원 추가 출자했다. AMeM은 전기차용 모터, 컨트롤러의 개발과 생산을 수행하고 있다.
HL만도 관계자는 “관세 정책 변화를 주시하면서 관련 영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한온시스템, 구조조정 추진···‘현대차그룹 공급’ 테네시 공장 설립은 지속
한온시스템은 해외 생산시설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작년 영업이익(955억원)이 전년 대비 65.5%나 감소하고, 부채비율이 280%에 육박하는 등 경영실적, 재무 흐름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은 앞서 작년 연간 수십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중국 충칭, 후베이 법인을 영업 중단했고 러시아 법인도 청산했다.
한온시스템은 다만 미국 테네시주에 2200억원(1억7000만달러) 투자해 신규 설립 중인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생산 공장 가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신규 생산 거점인 조지아주 소재 HMGMA에 공급할 물량을 생산하는 시설로 운영된다. 현대차그룹은 업황을 고려해 HMGMA의 전기차 생산 비중을 당초보다 낮췄지만 추후 가동 확대할 계획이다. 한온시스템도 고객사 현황에 발맞춰 가동실적을 개선한단 전략이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17일 “관세정책 등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고 사업 운영을 효율화 하기 위해 국내외 공장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이에 대한 세부사항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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