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처음 지분 인수 후 세 차례 추가 출자
채무 우선 상환 후 시설 통폐합·인력 감축 추진
수익성 개선해 영업이익률 매년 1%p씩 상승 노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테크노플렉스’. 자회사인 한온시스템의 기존 서울사무소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 사진=한국앤컴퍼니 홈페이지 갈무리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테크노플렉스’. 자회사인 한온시스템의 기존 서울사무소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 사진=한국앤컴퍼니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2014년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10여년간 한온시스템에 3조3000억원 가량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전기차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주춤하고 있는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에 오른 후, 현재 영업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전날 한온시스템에 3944억원을 출자해 주식 1억5229만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한국타이어는 같은날 한온시스템이 한온시스템은 채무상환, 시설·운영 자금 조달 목적으로 단행한 9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최대주주(54.77%)로서 100%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한온시스템은 기존 주주(구주주)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번 유상증자의 20%(800억원)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임직원에 배분(우리사주)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는 남은 유상증자 비중 80%(7200억원) 가운데, 한온시스템 지분 비율(54.77%)에 해당되는 3944억원을 출자해 청약 비율 100%를 기록했다. 한온시스템의 유상증자 목적 달성을 전면 지원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타이어 출자는 오는 12월 30일 이뤄질 예정이다. 한온시스템은 내년 1월 12일 신주를 상장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한온시스템 출자 내역.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한온시스템 출자 내역.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국타이어는 이번 출자를 포함해, 지난 10년여간 한온시스템에 3조2721억원을 투자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4년 12월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 확장과 사업 시너지를 노려 한온시스템(당시 한라비스테온공조)에 1조617억원을 투입해 지분 19.49%를 확보하고 2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지난해 12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6000억원을 투입하고 한온시스템 지분 비율을 36.68%로 높였다. 이어 지난 1월 1조2159억원을 들여 최대주주였던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의 지분 일부(18.09%p)를 인수해 최대 주주(54.77%)에 올라섰다. 이번 유상증자 후 한국타이어의 지분 비율은 51.07%로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투자자 참여 규모에 따라 한국타이어 보유 지분의 변동폭이 달라질 수 있다.

한온시스템이 계획한 9000억원을 원활히 조달하기 위해선 임직원(우리사주조합)을 비롯한 나머지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전기차 테마 종목으로 꼽히는 배터리 제조사 삼성SDI는 앞서 지난 5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결과 청약률 101.96%를 기록하고 1조6549억원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업계에선 삼성SDI의 거래 기반이 탄탄하고 사업 관련 기술력이 우수한 점을 인정받아 유상증자를 흥행시킬 수 있었단 평가가 나온다. 한온시스템 주주들 사이에선 한온시스템의 주주가치가 희석되거나 경영 기반 약화를 우려하거나, 재무지표 개선과 중장기 성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온시스템 경주공장. / 사진=한온시스템
한온시스템 경주공장. / 사진=한온시스템

◇ 한온시스템, 재무구조 개선 후 수익 확대 로드맵 마련

한온시스템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각종 재무지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엔 업계에서 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온시스템은 당초 계획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부채 비율을 지난 상반기말 기준 257%에서 82%p 낮은 175%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이를 통해 현재 ‘AA-부정적’인 신용등급의 하락을 막아 향후 차입 등을 통한 자금 조달에 차질없도록 한단 방침이다.

한온시스템은 개선된 재무 구조를 기반으로 본연 사업 분야인 전기차 열관리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과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영업이익률을 작년 기준 1%에서 8년 뒤인 2032년 9%까지 매년 1% 수준으로 높이는 목표를 수립했다.

한온시스템의 중장기 사업 목표.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온시스템의 중장기 사업 목표.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오는 2028년까지 4년간 운영 효율과 재무 안정성을 높여 지속가능 성장 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다. 운영 효율 제고를 위해 공장, 창고 등 시설을 통폐합하거나 재배치하고 글로벌 인력의 20%를 감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매출액 대비 운영비, 인건비 비중을 2~3%p 가량 낮출 예정이다. 한온시스템은 또한 원가 절감, 판가 조정 비율 확대 등을 통해 수익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재무 안전성 확보를 위해선 채무 상환, 투자비용 관리 강화 등을 실시해 잉여 현금 흐름 창출 구조로 지속 전환할 예정이다. 한온시스템은 이후 4년간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해 성장을 가속한단 전략이다.

한국타이어는 전날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한온시스템의 열관리 사업 부문에서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충한단 목표를 담았다. 또한 양사 합산 실적 목표로 올해 20조여원으로 추산되는 매출액을 2031년 30조원 가까이 끌어올리는 것을 제시했다. 총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10% 이상 높이는 것을 추진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일환으로 수립한 한온시스템 합산 경영실적 목표를 나타낸 도표.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일환으로 수립한 한온시스템 합산 경영실적 목표를 나타낸 도표.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 한신평 “실적 추이 지켜봐야”

다만 증권업계에선 한온시스템 재무구조, 실적의 개선 추이에 따라 자금 조달의 효용을 최종 평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신용평가 산업2실은 전날 배포한 보고서를 통해 “한온시스템이 (현재) 자체적인 노력으로 차입금 축소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무역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친환경 정책의 후퇴가능성 등 비우호적인 업황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유의미한 현금창출력 회복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향후 실적과 이에 따른 현금흐름 개선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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