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60억달러, 전년比 1.9% 감소
화재사고·해외생산 확대 탓 생산량 줄어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한국산 타이어의 상반기 기준 수출액 증가세가 올해 3년 만에 꺾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관세 정책, 글로벌 사업 확대 등 여건 속에서 타이어 업체들의 국내 생산 비중이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산 타이어(HS코드 4011, 4012) 수출액은 전년 동기(61억5618만달러) 대비 1.9% 감소한 60억4139억달러(약 8조43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산 타이어 수출액은 2022년 55억2591만달러를 기록한 후 매년 한자리수 증가율을 기록했다가 작년 다시 감소폭을 보였다. 이에 비해 수출량은 같은 기간 132만347톤에서 132만8660톤으로 소폭(0.6%)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상반기 기준으로 처음 증가폭이 나타났다.
국내 타이어 3개사가 최근 5년 동안 상반기에 타이어 수출량 대비 수출액 상승세를 보이다 작년 주춤한 것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상반기 고무, 카본블랙 등 타이어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작년 동기보다 올랐다. 같은 기간 운송비용(운임)이 등락을 보이며 타이어 공급가에 반영된 점도 수출액 추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기업은 국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기록한 연도별 상반기 국내 생산실적(제조원가)은 2022년 1조697억원에서 매년 감소해 작년 1조원에 못 미친 931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 3월 대전 2공장에서 불이 나 전소한 후 현재 2공장만 가동 중이다. 이후 작년까지 한국타이어 국내 생산량이 감소해왔다. 다만 한국타이어는 지난 1분기 대전 1공장과 금산공장의 생산량을 끌어올려 작년 1분기(4614억원)보다 더 높은 실적 5076억원을 기록했다.
생산실적을 개수로 집계 발표 중인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의 국내 생산 물량 합산치는 2021년 2559만개, 2022년 2675만개, 2023년 2714만개로 매년 오르다 작년 2709만개로 하락했다. 양사의 지난 1분기 총 국내 생산량도 전년동기(1384만개) 대비 2.2% 감소한 1355만개를 기록했다.
◇ 한국·금호·넥센, 비용·현지 업황 등 고려해 해외생산 확대 투자
타이어 3사가 글로벌 업황을 고려해 해외 생산 투자를 최근 확대하고 있는 점도 국내 생산 거점 역할을 위축시키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2년부터 미국 테네시주(洲) 공장을 증설 하기 시작해 내년까지 2조1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올해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현지 제조업 투자 확대를 위해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등 압박하고 있어 한국타이어의 테네시 공장 투자 명분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또한 대전 2공장 전소 후 인도네시아 등 해외 공장에서 물량 공백을 메우고 있어 해외 공장 생산능력 관리가 중시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밖에 유럽 상용차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헝가리 공장에 트럭, 버스용 타이어 생산공정을 증설하고 있다. 작년엔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공장에 수백억원 투자해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시설을 최신화하는 등 현지 공략을 강화하는 중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3월 발생한 광주 2공장 화재 피해를 입은 후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 손실분을 보충해왔다. 금호타이어는 미국 관세 협상이 국가별 순차적으로 체결돼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완화한 가운데, 현지에 납품하는 미국 조지아 공장과 베트남 공장을 전략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또한 금호타이어는 그간 국내 생산분으로 수요를 충족해온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공장 부지를 물색하는 중이다. 금호타이어는 이밖에 대주주 더블스타의 소재지인 중국에서 가동 중인 공장 3곳에 온실가스 저감, 생산능력 확대 등을 위한 투자를 단행해왔다.금호타이어 노사가 2027년 가동 개시를 목표로 함평 빛그린 단지에 신공장을 설립하기로 전날 최종 합의한 점은 국내 업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금호타이어는 함평 신공장에서 연간 530만본 생산 체계를 우선 구축한 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는 다만 기존 수립한 해외 증설 계획을 고려해 국내외 생산 포트폴리오를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
넥센타이어도 주요 시장인 유럽 내 브랜드 위상을 다지기 위해 작년 체코 공장 증설을 완료했다. 중국 공장에서도 최근 현지 고객사 수주 성과를 창출하는 등 현지 실적 확대에 힘쓰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2분기 경영실적 설명(IR) 자료를 통해 “글로벌 통상환경 내 불확실성 확대 및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실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해졌다”며 “ 시장 점유율, 성장성, 수익성 등에 대한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해 한국·중국·유럽 생산거점의 지역별 물량 배분 최적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세계 1위’ 미쉐린도 본거지 공장 닫고, 해외공장엔 추가 투자
타이어 3사는 급변하는 글로벌 업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국내 생산 비중 하락은 지역 경제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세계 1위 타이어 업체인 미쉐린도 본거지인 프랑스의 공장 중 2곳을 내년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한 시점에, 신흥 시장인 인도 내 공장 증설에 투자했다.
문 닫는 프랑스 공장 2곳에서 근무하던 직원 1250여명이 고용에 악영향받는 반면, 인도 공장 증설엔 9조여원이 투입된다. 업계에선 국내 생산 거점의 기능적 중요성과 현지 생산의 효용 등을 고려한 글로벌 생산 전략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국내 타이어 생산기지는 내수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의 수요를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모빌리티 산업 패러다임과 거점별 시장 환경을 반영한 전략적 선택과 수요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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