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테스트 최첨단 시설 도입 “업계 최초”
美 관세 대응할 품질·비용 경쟁력 확보에 박차
넥센타이어 “테크 기업 이미지 강화도 추진”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에 위치한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더 넥센 유니버시티. / 사진=최동훈 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에 위치한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더 넥센 유니버시티. / 사진=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넥센타이어가 최근 국내 기관투자자를 연구개발(R&D) 시설로 초청해 기술력과 개발 역량을 새삼 강조했다. 미국 관세 정책, 시장 경쟁 격화 등 업계 변수에 직면해 사업 경쟁력을 어필하려는 취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넥센타이어는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마곡동)에 위치한 중앙연구소 ‘더 넥센 유니버시티’에 기관투자자를 초청해 시찰 행사를 진행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18일 시찰 현장에서 최근 도입한 가상 주행 장비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비롯한 R&D 인프라와 함께 최근 성과 등을 공개했다. 투자자들이 R&D 현황을 더욱 잘 이해하도록 도우려는 것이 이번 시찰의 목적이다.

넥센타이어가 최근 도입한 가상 주행 장비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 사진=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가 최근 도입한 가상 주행 장비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 사진=넥센타이어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국내 업계 최초로 넥센타이어가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최첨단 장비다. 타이어를 장착할 차량의 제원, 설정 값 등을 장비에 입력하면 가상 공간 안에서 주행성능을 구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원하는 타이어 제품 특성을 도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타이어 개발의 효율, 성과, 친환경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 넥센타이어는 앞으로 인공지능(AI), 유한요소해석(FEM) 등 신기술을 접목해 가상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모든 테스트를 가상 공간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넥센타이어는 그간 R&D 성과도 창출해왔다. 작년 1~11월 기간 차량 주행 중 타이어 블록에 가해지는 힘(포스)을 예측하는 방법과 시스템을 개발해 제품의 소음·진동·불편함(NVH) 차단 성능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또한 지난 4월까지 2년 3개월간 현대자동차,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등과 협력해 타이어 노면 마찰 계수의 자동 산출 기술을 개발하고 자율주행차 적용 가능성을 연구했다.

넥센타이어는 R&D 투자도 적극 단행했다. 이 일환으로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상반기 R&D에 매출액의 2.9% 수준인 463억원을 지출했다. 2023년 404억원, 작년 415억원에 이어 꾸준히 늘었다.

국내 타이어 3사의 연도별 상반기 R&D 지출 및 매출액 대비 비중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국내 타이어 3사의 연도별 상반기 R&D 지출 및 매출액 대비 비중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같은 기간 R&D 지출액의 매출액 대비 비중은 연도별로 3.0%, 2.9%, 2.9%에 달했다. 넥센타이어는 2022년 영업손실 543억원을 기록하고, 작년엔 전년 대비 8.0% 감소한 영업이익(1721억원)을 기록했지만 매출액에 비례해 R&D에 투자했다.

넥센타이어는 연구직 인원도 최근 늘렸다. 지난해말 기준 연구직 인력은 468명으로 2022년 458명에서 2023년 444명으로 14명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했다. 지난달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도입에 발맞춰 장비 운영을 비롯한 버추얼 연구개발 기술 지원을 담당할 신입, 경력직을 채용하기도 했다.

넥센타이어가 지난해 1월 미국 뉴욕 매디스 스퀘어 가든의 시설물을 통해 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 사진=넥센타이어 미국법인
넥센타이어가 지난해 1월 미국 뉴욕 매디스 스퀘어 가든의 시설물을 통해 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 사진=넥센타이어 미국법인

◇ 美서 가격 올리고 비용 분담 시도···기술력으로 협상력 강화

넥센타이어는 최근 각종 시장 변수로 인해 불확실한 업황 속에서 사업 경쟁력을 강조할 수단으로 R&D에 공들이고 있다. 미국이 지난 5월부터 타이어를 비롯한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25% 품목 관세를 매기기 시작한 후 넥센타이어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유럽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넥센타이어 진출 시장이다.

증권업계에선 지난 2분기 넥센타이어가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한 추가 지출액을 50억원으로 추산됐다. 넥센타이어는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지 않은데다, 미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나 매출 1위 시장인 유럽에서 각각 생산한 물량을 대미 수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넥센타이어는 단기간 미국 관세 영향에 노출돼 수익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서 최근 추산한 올해 3분기 넥센타이어 영업이익은 392억원으로, 전년동기(523억원) 대비 25.0%나 적다.

넥센타이어는 미국 실적 저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북미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관세 인상분을 분담한단 방침이다. 넥센타이어가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납득시키고 한편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 경쟁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넥센타이어가 지난 5월 17일 더 넥센 유니버시티에 글로벌 기업가 네트워크 EO의 소속 회원들을 초청해 시설 투어 및 교류 행사를 가진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사진=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가 지난 5월 17일 더 넥센 유니버시티에 글로벌 기업가 네트워크 EO의 소속 회원들을 초청해 시설 투어 및 교류 행사를 가진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사진=넥센타이어

경쟁사들이 저마다 R&D 역량을 강조하며 ‘기술 기업’ 입지를 다지고 있어 넥센타이어의 R&D 역량 어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작년 넥센타이어의 3배 넘는 R&D 비용(1430억원)을 지출했고, 전기차 전용 제품 아이온의 라인업을 확장하는 등 입지를 넓히고 있다. 금호타이어도 연구소 출신 정일택 사장을 필두로 R&D에 힘써 수주 성과 확대, 미래차용 타이어 공동 개발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첨단 장비와 관련 인력,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글로벌 고객사들과 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이번 연구소 시찰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 동략을 준비하고 있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진행됐다”며 “넥센타이어는 기술력 측면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군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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