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신용등급 양호 등 여건 적극 활용한 듯
차입의존도 작년 3분기 8.5%에서 올 1분기 25.6%로 급증
美 정책 대응력 강화 관건 “증설 후 안정화에 만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공장.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공장.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미국법인이 최근 현지 공장을 증설하는 과정에서 한국타이어 해외법인 중 사상 최대 규모의 차입을 단행했다. 미국 공장 증설 후 조기 안정화가 한국타이어 재무 건전성의 개선 관건으로 꼽힌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이사회는 전날 테네시 생산법인의 8210억원 규모 차입에 대한 채무 보증을 의결했다.

테네시 법인의 이번 차입액은 같은날 한국타이어가 보증하고 있는 테네시 법인 차입금 4105억원의 2배에 달한다. 한국타이어는 이번에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을, 내년 생산 확대를 목표로 현재 진행 중인 미국 테네시 소재 타이어 생산 공장 증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2년 하반기 테네시 공장 증설을 개시해 생산 능력을 기존 550만본의 2배인 1100만본으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 2017년 글로벌 8번째 생산시설인 테네시 공장을 설립한 후 북미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증설을 결정했다.

미국은 현재 한국타이어가 사업을 영위하는 단일 국가 중 최고 매출을 거두고 있는 시장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달 초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타이어에 품목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정책을 이달 초 시행함에 따라 한국타이어의 증설 명분이 더욱 커졌다.

경기 성남시 판교 소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테크노플렉스.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경기 성남시 판교 소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테크노플렉스.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 환율 하락세에 달러 적극 조달···한온시스템 인수 후 부채율 상승

한국타이어 테네시 법인은 공장 증설 자금을 그간 영업수익으로 조달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차입을 실시했다. 한국타이어가 최근 미국 경제 불확실성 심화로 인한 원화 환율 하락세를 고려해 달러를 적극 조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한국타이어가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한 3363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주춤한 점도 이번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타이어는 작년 연결 기준 역대 최고 영업이익(1조762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1월 1조8159억원을 들여 한온시스템 지분 54.8%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차량의 공조, 열관리 분야 전문 기업인 한온시스템과 사업 시너지를 일으키기 위해 내린 결단이다.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인수로 지난 1분기 말 기준 자산 규모(24조1546억원)를 전년동기 대비 1.5배 넘게 확대했지만 부채도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타이어 부채율은 41.6%에서 99.3%로 급등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업황 기복으로 인해 누적된 한온시스템 부채를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영업실적 감소, 부채율 상승은 기업의 대외 신인도 하락 뿐 아니라 향후 자금 조달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기관은 한국타이어의 수익 창출 흐름, 차입금 변동폭 등을 고려해 신용 등급을 조정한단 방침이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차입 금리가 높아지거나 사채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타이어 입장에선 ‘AA/안정적’의 양호한 신용등급이 유지되고 환율 하락세가 이어진 현재 차입을 시도할 적기라고 판단할 만한 상황이다.

기말 연결 기준 한국타이어의 차입금 및 차입금 의존도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기말 연결 기준 한국타이어의 차입금 및 차입금 의존도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 차입금 의존도 심화는 숙제, 美 공장 증설 후 안정화가 관건

다만 한국타이어가 이번에 대규모 늘린 차입이 자산 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점은 해소해나가야할 과제로 분석된다. 한국타이어의 총 자산 대비 총 차입금의 비율을 의미하는 차입금의존도는 작년 3분기말 기준 8.5%에서 지난 1분기말 25.6%로 급격히 늘었다.

보유 시설이나 이익잉여금이 대폭 확대되지 않는 한, 이번 차입으로 인한 한국타이어 차입금의존도가 일정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지면 신용등급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추후 한국타이어의 자금 조달이 더욱 제한될 수 있다.

한온시스템이 성장 둔화한 전기차 업황 속에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한국타이어도 미국 관세 정책 등 변수에 직면한 가운데 사업 여건이 악화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타이어의 테네시 공장 가동 안정화 여부가 성장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는 주요 시장인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손실 방어와 공장 증설 완료 후 성과 확대에 사업 주안점을 뒀다. 모그룹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조현범 회장이 이달 미국 타이어 소매업체 관계자들을 한국에 초청해 국내 시설을 직접 소개하고, 테네시 공장 증설 전후 판매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테네시 공장 증설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4분기 초도 물량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이번 차입은 한국타이어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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