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아이오닉9·EV9 현지 생산량 3000여대로 ‘쑥’
가격 동결·소폭 인상···생산량 조기 확대가 성과 관건

지난달 미국산 아이오닉9을 처음 인도받은 미국 조지아주 고객이 차량 옆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미국법인
지난달 미국산 아이오닉9을 처음 인도받은 미국 조지아주 고객이 차량 옆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미국법인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가 지난달 미국에서 전기차를 본격 양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산 신차가 기존 한국산 수출 모델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받는 가운데 시장 입지를 강화할지에 시장 관심이 모인다.

20일 현대차, 기아에 따르면 지난달 각사 미국 공장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9, EV9, GV70 전동화 모델 등 전기차 생산대수가 기존 대비 크게 증가했다.

현대차∙기아 전기차 미국 생산 추이. / 자료=각 사
현대차∙기아 전기차 미국 생산 추이. / 자료=각 사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위치한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5 6292대, 아이오닉9 3800대를 각각 생산했다. 앨라배마주에서 가동중인 기존 공장에선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을 385대 생산했다.

현대차는 앞서 1~4월 HMGMA에서 한자리수 규모로 거의 생산하지 않던 아이오닉9을 지난달 전격 생산 확대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들기 시작한 GV70 전동화 모델을 지난달 가장 많이 생산했다. 같은 기간 기아도 조지아 공장에서 EV9을 소량 시범 생산하다 지난달 생산대수를 급격히 늘렸다.

다만 모든 모델의 생산량이 판매량으로 직결되진 않았다. 지난달 아이오닉5 3898대, 아이오닉9 302대씩 판매됐고 EV9은 미출시 상태다. 아이오닉5는 올해 들어 월 평균 3180대 수준을 유지했고, 아이오닉9도 지난달 중순부터 고객 인도를 개시돼 판매실적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정책 철회 가능성에 대비해 신차 재고를 비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조지아주 소재 현대자동차 신공장 HMGMA의 직원이 양산된 아이오닉9을 검수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미국 조지아주 소재 현대자동차 신공장 HMGMA의 직원이 양산된 아이오닉9을 검수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판매량 직결 안돼, 출시 전 재고 비축하는 듯

양사는 현지 생산 개시한 전기차들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판매 확대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5는 기존 한국산 모델에 비해 트림별로 800달러(약 110만원) 가량 인상됐다. 현대차그룹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ccNC, 전방주차거리경고, 북미충전표준(NACS) 포트 등 일부 사양이 추가로 기본 탑재됐고 배터리 용량이 확대됐다.

이와 함께 기본 트림(SE)을 제외한 상위 트림에 현대 디지털키2 등 사양이 기본화했고, 앰비언트 라이트도 일부 트림에 기본 적용됐다. 상품성이 전반적으로 강화하고 현지 표준에 맞춰 차량 개조가 이뤄진 동시에, 차량 부품 공급망이 전면 조정된 점을 고려하면 인상폭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5월 30일(현지시간) 기아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EV9 양산 기념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기아 미국법인
지난해 5월 30일(현지시간) 기아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EV9 양산 기념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기아 미국법인

기아는 미국산 EV9의 트림별 가격을 한국산과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인하했다. 기본(엔트리) 트림과 사륜구동(윈드) 트림의 가격이 각각 5만4900달러, 6만3900달러로 같다. 롱레인지 모델은 5만9900달러에서 5만7900달러로 2000달러(약 275만원) 인하했다.

전 모델의 1열 센터콘솔 슬라이딩 커버가 배제되고 스티어링 휠, 시트의 소재가 일반 인조가죽에서 신텍스(Syntex) 소재로 변경되는 등 소소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외 사양은 대부분 동일하다. 기아는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운반비 등 수출 비용을 절감한 덕분에 물가 상승 등 EV9 가격 인상 요인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현지 생산을 비롯해 배터리 핵심광물 원산지 등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의 적용 요건을 충족해 최고 7500달러의 소비자 금전 혜택을 확보했다. 양사는 그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구매 시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세액공제 적용이 예외적으로 가능한 리스 고객의 비중을 늘리는데 집중해왔다. 이날 현재 양사의 현지 생산 전기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세액공제를 누릴 수 있다.

미국 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판매량 대비 생산량 비중. / 사진=한국신용평가 보고서 캡처
미국 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판매량 대비 생산량 비중. / 사진=한국신용평가 보고서 캡처

◇ 업계 “증산 목표 도달 전까진 관세 위협 여전”

양사는 이번 성과를 통해 전기차 시장 입지를 공고히 다질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지 생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뿐 아니라, 향후 신규 출시할 현지 생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과 세액공제 혜택을 더욱 손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 목적으로 IRA에 의거한 전기차 세제혜택 제도를 철회하려는 점은 또 다른 변수로 지목된다. 현지 생산 차종과 물량을 조기 확대하는 것이 업황 대응 성과의 관건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86억달러를 투자해 HMGMA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강화하고, 현대차와 기아의 기존 공장 설비를 현대화할 계획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차그룹은 경쟁사 대비 미국 생산 비중이 낮기 때문에 행정부 정책에 따른 관세 부담이 더 크게 따를 것”이라면서도 “현지 생산 확대를 진행하는 과정에선 관세 위협에 상당 비중 노출되겠지만 증산 작업이 완료되면 관세 영향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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