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4만4488대, 전년比 28%↓, GM·VW 상승세
無관세 한국산 재고도 비축했지만, 타사 신차에 수요 뺏겨
“시장 선구자 마케팅 퇴색”···현대차그룹, 신차·가격공세 예고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BEV) 주요 모델을 현지 생산, 판매하고 있지만 판매실적은 작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격화, 모델 노후화, 상품성 개선 전 대기 수요 발생 등이 부진 원인으로 지목된다.
18일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지난 상반기 전기차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6만1825대) 대비 28.0%나 감소한 4만4488대로 집계됐다.
현대차 2만8407대, 기아 1만3631대, 제네시스 2450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53.8%, 24.4%씩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지 전기차 전체 판매량이 59만7834대에서 60만7082대로 1.5%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 부진이 두드러진다. 브랜드별 점유율은 현대차 4.7%, 기아 2.2%, 제네시스 0.4%로 총 7.3%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0.3%) 대비 3.0%p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 브랜드별 실적은 지난 1분기 현대차가 5.1%(1만2843대), 제네시스가 50.8%(1496대) 각각 증가했지만 2분기엔 세 브랜드 모두 감소했다. 2분기 판매가 감소한 것은 4월 완성차, 5월 자동차 부품에 25%씩 순차적으로 부과된 품목 관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행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와 현지 투자 유도를 위해 각종 수입 품목에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이 관세 부과에 앞서 1분기 한국산 전기차 재고를 비축하는 한편, 주요 모델을 현지 생산했지만 수요 확대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준공한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해 앨라배마(현대차), 조지아(기아) 등지에 위치한 기존 공장에서 전기차를 양산하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아이오닉9, 기아 EV6·EV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 5종이 현지에서 만들어져 판매되는 중이다.
지난 상반기 모델별 판매량은 아이오닉5 1만9092대(1.9%), 아이오닉6 6322대(-8.5%), 아이오닉9 1013대(전년동기 생산 실적 없음), EV6 5875대(-46.3%), EV9 4938대(-48.9%), 니로EV 2818대(-68.3%), G80 전동화모델 77대(-45.0%), GV60 1192대(-2.8%), GV70 전동화모델 1181대(-37.0%)로 집계됐다. 아이오닉5 외 모든 모델의 판매량이 감소했다.
◇ GM·VW 신차 호응, 점유율↑···“현대차, 이젠 전방위적 탁월함 요구받아”
현대차그룹이 지난 상반기 무관세 수입 재고와 현지 생산 모델을 확보했지만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이유로 상품 경쟁력 저하가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21년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주력 판매해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에 대한 고객 관심이 줄었단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상품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E-GMP 플랫폼 기반 모델의 성능, 디자인 경쟁력을 미국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소비자들이 후속 출시된 경쟁사 모델로 넘어갔단 관측이다.
이에 비해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상반기 쉐보레 이쿼녹스EV(2만7749대), 캐딜락 리릭(9317대), GMC 허머(7987대) 등 브랜드별 신차로 호응을 얻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 상반기 시장 점유율(12.9%)을 작년 상반기(6.4%)보다 2배 이상 높여 테슬라(44.7%) 다음 2위에 올랐다. 폭스바겐(VW)그룹도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브랜드별 신규 전기차 판매 성과를 늘렸고 지난 상반기 점유율(5.1%)을 전년 동기 대비 0.9%p 높였다. 경쟁사 신차가 주목받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소비자 시선을 고정할 상품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단 지적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포스트의 마이클 애덤스 에디터는 “전기차가 단순히 시장에 일찍 진출하는 것만으로 주목받던 시대는 지났고 성능, 가격,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충성도 등 모든 측면에서 탁월함을 요구받는다”며 “현대차는 이러한 기세를 되찾기 위해 단순히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시장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현대차그룹, 하반기 신차 라인업 확대···“가격·판촉 전략도 유지”
현대차그룹이 치열한 경쟁 구도 속 분투하는 가운데, 3분기 이후 더욱 치열해진 판매 경쟁과 급격한 수요 둔화 추세에 노출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0월 1일부로 전기차 신규 구매시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7500달러 세액공제 혜택 제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내달 1일부터 미국에 수입된 한국산 품목에 상호관세가 부과되는 점도 현대차그룹에 위협적인 요소다. 업체들이 제도 종료 전인 3분기 전기차 판촉 공세를 펼치고, 4분기엔 구매 지원책 없는 여건 속에서 수요 절벽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상반기 연식변경, 부분변경모델 출시를 앞두고 일시적 대기 수요가 발생해 판매 감소를 겪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신모델을 후속 출시해 성장세를 이어간단 전략이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5의 연식변경모델과 아이오닉6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HMGMA에서 본격 양산 개시한 아이오닉9을 하반기 본격 출고해 판매고를 올린단 전략이다.
기아도 지난 4월부터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EV6의 물량을 늘려 관세 영향을 줄일 계획이다. 또한 EV9에 나이트폴 에디션, GT-라인 등 트림을 추가 출시해 고객 선택폭을 넓힐 예정이다.
당초 지난달 2일 종료할 계획이었던 가격 동결 정책도 현재 지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환경차 전문 미디어 일렉트렉(Electrek)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이후 기존 판매 중이던 신차의 판매가를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선 정책, 트렌드 변화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에 맞서 시장 점유율 제고를 지속 추진한단 전략이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법인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녹록지 않은 하반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제품은 항상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 하반기에 아이오닉9이 본격 출시되면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규 기아 미국법인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EV9 나이트폴 에디션, GT-라인이 더해져 (하반기에) 기아 판매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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