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2사 합산 판매에 밀려, 제품군·고객 충성도 열위
출시가 인하·저금리 할부로 장벽 낮춰, R&D 조직 재편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제네시스의 국내 판매 실적이 올해 BMW, 벤츠의 공세에 직면해 다시 뒤처진 것으로 파악됐다. 제네시스는 내수 성과 개선을 위해 각종 마케팅 전략을 통한 고객층 다변화를 추진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지난 1~8월 국내 신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8만8820대) 11.4% 감소한 7만8652대로 집계됐다.

제네시스와 BMW벤츠의 내수 실적을 비교한 도표. / 자료=현대자동차,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제네시스와 BMW·벤츠의 내수 실적을 비교한 도표. / 자료=현대자동차,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독일차 2사가 올해 BMW 5만1228대, 벤츠 4만1379대 등 8만5771대로 전년 동기(6만9658대) 대비 23.1%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제네시스는 작년 1~8월 8만8820대를 기록해 독일차 2사 합산 실적 8만7056대에 반짝 앞섰지만 올해 다시 밀려났다. 제네시스 실적은 독일차 2사보다 작년 1~8월 1756대 더 많았지만, 올해 1~8월엔 1만3955대나 적었다.

제네시스가 작년에 비해 올해 부진한 것은 G80, GV80 등 차종별 인기 대형 모델의 판매가 감소한 탓이다. 지난 1~8월 G80 2만7813대(-10.2%), GV80 2만1289대(-26.1%)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자리수 비율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BMW와 벤츠는 각각 5시리즈, E-클래스 등 인기 대형 세단을 중심으로 주요 차종별 모델의 판매고를 늘렸다.

제네시스가 지난 1월 고급감 상을 위해 검정 디자인 요소를 강화한 대형 세단 G80 블랙.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가 지난 1월 고급감 상을 위해 검정 디자인 요소를 강화한 대형 세단 G80 블랙.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가 국산 브랜드로서 가격, 가격 대비 상품성 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신차 가짓수가 부족하단 지적이다. 예를 들어 모델별 최저가는 G80 5990만원(가솔린 2.5 터보 엔진, 이하 후륜구동), 5시리즈 6980만원(2.0 가솔린 터보 엔진), E-클래스 7650만원(2.0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G80의 권장소비자가가 동급 독일차 2종에 비해 1000만원에서 1700만원 가량 저렴하다.

다만 독일차 2사는 자체 프로모션이나 딜러사별 재량 할인 혜택을 적용해 G80와 동등한 수준의 가격을 맞추고 고객 유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100년 넘는 업력을 지닌 BMW와 벤츠는 각각 1995년, 2003년 한국에 진출한 후 폭넓은 라인업과 탄탄한 고객 충성도를 바탕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단 평가를 받는다. 이는 출범한 후 올해 10주년을 맞은 제네시스가 넘보기 어려운 요소로 분된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2023년 7월~2024년 6월 기간 제네시스와 BMW, 벤츠 등 주요 수입차 업체의 신차를 최종 구매한 소비자를 설문한 결과를 담은 도표. 제네시스와 저울질하다 BMW, 벤츠 차량을 선택한 고객의 비율이 반대 선택을 한 고객 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 자료=컨슈머인사이트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2023년 7월~2024년 6월 기간 제네시스와 BMW, 벤츠 등 주요 수입차 업체의 신차를 최종 구매한 소비자를 설문한 결과를 담은 도표. 제네시스와 저울질하다 BMW, 벤츠 차량을 선택한 고객의 비율이 반대 선택을 한 고객 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 자료=컨슈머인사이트

제네시스 신차를 함께 고려하다 BMW나 벤츠 신차 구매를 결정한 고객의 비중이 반대로 제네시스를 선택한 고객 비중보다 높은 점에서 독일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확인된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2023년 7월부터 작년 6월까지 프리미엄 SUV 구입자 1294명을 설문한 결과 제네시스 대신 BMW, 벤츠를 각각 선택한 고객 비율이 3.7%, 2.9%에 달했다. BMW나 벤츠 대신 제네시스를 선택한 고객 비중이 각각 3.1%, 1.7%인데 비해 높다.

제네시스 대형 SUV GV80의 2026년형 모델.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대형 SUV GV80의 2026년형 모델. / 사진=제네시스

◇ 제네시스 개발 조직, R&D 본부장 직속으로 조정

제네시스는 국산 브랜드로서 지닌 가격, 서비스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현재 판매 중인 신차 가짓수가 전기차 3종 포함 9종으로, 수십여종에 달하는 독일차 2사에 비해 현저히 적지만 차량 구매장벽을 낮춰 고객을 끌어모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네시스는 이 일환으로 전날 GV80, GV80 쿠페 2종의 기본 사양을 고객 선호도 높은 구성으로 재편하고 최저가를 50만원씩 인하해 2026년형 모델로 출시했다. 제네시스는 이례적으로 연식변경모델을 기존 대비 인하한 가격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앞서 이달 들어선 모든 모델에 처음 1%대의 저금리 할부 금융 상품을 도입했다.

제네시스 신차를 구독 이용하는 서비스도 재편했다. 지난 1월 기존 구독 플랫폼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폐지하고 현대차 구독 서비스와 통합한 ‘현대 제네시스 셀렉션’을 론칭했다. 이와 함께 기존 제네시스 신차 구독자에게 제공되지 않던 요금, 결제, 장기 구독 혜택을 도입했다.

제네시스가 오는 11월 2일까지 제네시스 청주에서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청주시한국공예관과 공동 기획한 전시회를 진행하고 현장에 대형 전기 SUV GV90의 콘셉트카인 네오룬을 전시하고 있다.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가 오는 11월 2일까지 제네시스 청주에서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청주시한국공예관과 공동 기획한 전시회를 진행하고 현장에 대형 전기 SUV GV90의 콘셉트카로 알려진 네오룬을 전시한다.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는 향후 고성능 모델 마그마(MAGMA), 대형 전기 SUV GV90와 모델별 하이브리드 버전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고객 선택폭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제네시스 신차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담 조직도 올해 재편했다. 포르쉐 출신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이 고성능 브랜드 N과 함께 총괄하던 제네시스 개발 조직(제네시스개발담당)을 R&D본부장 직속으로 재배치했다. 제네시스개발담당 조직은 현재 현대차 상품본부장 출신인 김제영 현대차 전무가 이끌고 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앞으로 더 많은 고객이 합리적인 가격에 제네시스를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모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운전의 수고를 덜고, 여정에 여유를 더하는 기술로 고객에게 최고의 이동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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