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시리즈 약 600대 차이로 S클래스 제쳐
연두색 번호판 적용 및 브랜드 평판 변화 등 영향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국내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BMW 7시리즈가 벤츠 S클래스를 누르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동안 7시리즈는 S클래스에 비해 계속해서 밀리는 양상이었으나, 올해는 7시리즈가 판매량에서 앞서나가며 왕좌를 차지할 전망이다.

17일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7시리즈 판매량은 3525대로 S클래스(2886대)보다 약 630대 더 팔렸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지난 수년간 벤츠와 BMW는 수입차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했으며, 대표 모델인 E클래스와 5시리즈도 서로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맞붙었다.

그러나 S클래스와 7시리즈의 경우 두 모델간 차이가 커서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선 항상 벤츠가 앞서나갔으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는 추세다.

앞서 S클래스와 7시리즈 간 판매량을 살펴보면 지난 2022년엔 S클래스는 1만1645대, 7시리즈 2996대, 2023년엔 S클래스는 9414대, 7시리즈는 3487대 등으로 2~3배 가까이 S클래스 판매량이 앞서갔다.

하지만 지난해 S클래스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7시리즈는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나며 두 모델간 격차가 급격히 줄었고, 올해엔 역전된 상황이다.

◇ 연두색 번호판 적용후 법인차 비중 줄며 타격

우선 S클래스와 7시리즈 판매 차이가 좁혀진 원인 중 하나로 법인차의 연두색 번호판 적용을 꼽는다.

지난 정부에서 고가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적용해 이를 식별토록 하면서, 법인차 비중이 줄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연두색 번호판 적용 전인 2023년 기준 7시리즈 법인차 비중은 84.3%, S클래스는 81.9%였던데 비해 올해엔 7시리즈는 72.8%, S클래스는 70.2%로 각각 11.5%p(포인트), 11.7%p 줄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두 차량 모두 법인차 비중 하락폭은 비슷하나, 기존에 S클래스 몸집 자체가 컸던 만큼 판매 대수 감소폭에서 차이가 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7시리즈는 자동차 시장 내 가장 큰 손인 40~50대 구매가 많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령대별 구매 현황을 살펴보면 7시리즈는 40~50대 비중이 64%에 달했고, S클래스는 52%에 기록했다. 60대 이상의 경우 7시리즈는 26%에 그친 반면, S클래스는 50%를 차지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한 중견기업 대표는 “최근 주변 기업들을 보면 젊은 대표들이 등장하거나, 세대교체를 하면서 40~50대 사장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벤츠 보다는 젊은 느낌의 BMW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플래그십 세단 시장 축소에 브랜드 평판 영향도

이 밖에도 최근 국내 세단 시장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면서 플래그십 세단 수요 층 상당수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 넘어간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SUV 수요가 갈수록 커지면서 벤츠와 BMW 플래그십 SUV 모델인 GLS, X7 등도 판매량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이른바 회장님 차라고 하면 플래그십 세단이 대세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젊은 CEO나 대표, 임원들 사이에서 고급 SUV를 타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BMW코리아가 수입차 1위 자리를 유지하면서 브랜드 평가가 상승한 점 등도 플래그십 세단 판매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BMW코리아는 지난 2023년부터 2년 연속 수입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올해에도 여전히 벤츠보다 앞서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벤츠의 경우 전기차 화재 사고와 중국산 배터리 탑재 사실 등이 알려지며 브랜드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한 점 등도 플래그십 판매 감소 배경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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