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구매·상담·A/S 모두 가능한 단독 시설론 처음
세계 3위 마이바흐 시장···투자의지 강조·브랜드 시너지 추구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럭셔리카 브랜드 메르세데스-마이바흐(Maybach)의 세계 ‘톱3’ 판매국인 한국에 브랜드 전용 대규모 시설을 세계 최초로 열었다. 마이바흐 신차의 판매 성장세에 부응해 투자를 강화하는 동시에, 선두권 입지를 유지 중인 벤츠 브랜드와 시너지를 노린다.
14일 벤츠 코리아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마이바흐 브랜드 센터 서울’ 오픈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에 진행된 간담회엔 마티아스 가이젠 벤츠 그룹 AG 이사회 멤버 및 마케팅&세일즈 총괄과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안성훈 HS효성 대표이사, 노재봉 HS효성더클래스 대표이사가 연사로 참석했다.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서울은 마이바흐의 신차 구매 상담, 브랜드 체험, 애프터서비스(A/S)를 한번에 진행할 수 있는 단독 시설이라는 점에서 최초 타이틀을 얻었다. 이 시설은 벤츠의 자체 심사 과정을 거쳐 선발된 공식 딜러사 HS효성더클래스가 운영한다.
벤츠, 벤츠 코리아, HS효성더클래스가 시설 구축·운영을 위해 총 470억원을 투자했다. 지상 4층, 지하 1층, 연면적 2795㎡ 규모를 갖췄다. 벤츠는 마이바흐 브랜드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최고급 패션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구역인 압구정에 시설을 마련했다.
벤츠 그룹 최고 디자인 책임자 고든 바그너가 전통 한복과 한옥을 모티브로 시설 외관을 디자인했다. 1층엔 마이바흐 차량 전용 전시 공간과 서비스 예약이 가능한 고객 라운지가 조성됐다. 2층은 차량 인도 공간(핸드오버 존), 3층에는 고객이 차량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프라이빗 살롱 프리베(Salon Privée)와 맞춤형 개인화를 위한 마누팍투어(MANUFAKTUR) 스튜디오가 마련됐다. 3층 중앙엔 ‘도심 속 오아시스’ 콘셉트의 정원이 조성돼 바리스타가 준비한 스페셜티 커피와 함께 서울 도심 속 고요한 휴식도 제공한다. 지하 1층에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전용 서비스센터가 자리해 있다. 4층은 운영 측 사무실로 쓰인다.
브랜드센터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방문 시 전담 세일즈 컨설턴트와 제품 전문가가 배정돼 고객을 맞이한다. 고객에게는 전용 멤버십 서비스, 전문 발렛 주차, 시그니처 식음료(F&B) 서비스, 개인별 맞춤형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가이젠 총괄은 “마이바흐 브랜드센터 서울은 고객 기대를 넘어선 것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의미하는 공간”이라며 “고객은 이 곳에서 마이바흐라는 꿈에 더욱 몰입하고 특별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투자 의지 강조
벤츠가 중국, 미국 다음으로 큰 마이바흐 시장인 한국에 브랜드 센터를 처음 짓기로 한 건 성장세를 고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 상반기 국내 마이바흐 신차 판매대수는 전년동기(435대) 대비 20.7%나 증가한 525대로 집계됐다.
2023년 국내 역대 최고 수준인 2595대를 기록하는 등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이 독립된 럭셔리 브랜드보다 훨씬 많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한국이 벤츠 그룹 전체 실적으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시장이란 점도 이번 투자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마이바흐 신차의 가격 장벽이 타 럭셔리 브랜드에 비해 낮아 더 많은 고객층을 끌어모을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2025년식 마이바흐 S-클래스 680 가격이 3억9360만원인데 비해 롤스로이스 팬텀은 최소 7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틀리 플라잉스퍼도 4억원대에 판매되고, 스포티한 감성을 겸비한 브랜드 모델이라는 점에서 마이바흐와 대조된다.
마이바흐의 점유율 확대는 벤츠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벤츠가 경쟁사 대비 강점으로 꼽히는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감성을 마이바흐 브랜드 입지로 더욱 강화할 수 있어서다.
벤츠는 지난 상반기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E-클래스(1만3428대)로 BMW 5시리즈(1만1958대)에 앞섰다. 벤츠가 고급감을 중시하는 법인 고객의 비중이 비교적 큰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벤츠는 최근 스포티하거나 고급스러운 신차를 차급별로 촘촘히 출시했단 평가를 받는 BMW에 판매 경쟁에서 밀리는 실정이다. 벤츠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BMW에 내줬고, 지난 상반기에도 바짝 뒤쫓았다.
벤츠는 브랜드 강점인 중후함, 고급감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로 더욱 부각시켜 브랜드 입지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벤츠는 마이바흐 브랜드 센터를 구축해 마이바흐를 더욱 널리 알릴 뿐 아니라 벤츠 그룹의 한국 투자 의지를 피력하는 중이다.
◇ 벤츠-마이바흐 연결고리 강조 “브랜드 구분보다 시너지 효과가 커”
벤츠의 마이바흐 운영 전략이 BMW 롤스로이스, 폭스바겐 벤틀리 운영 전략과 다른 부분은 두 브랜드 간 연결성을 드러내 보이는 점이다. 벤츠는 마이바흐의 공식 브랜드명에 ‘메르세데스’를 동일하게 붙이고, 마이바흐 신차 보닛 위 부착하는 엠블럼 가니쉬를 벤츠 삼각별(트라이스타)로 통일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에서 모그룹 색깔을 찾아볼 수 없는 것과 대조된다.
벤츠는 마이바흐와 연결고리를 노출해, ‘최고급을 추구한다’는 공통적 지향점을 소비자에게 어필한단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 때문에 마이바흐가 롤스로이스, 벤틀리에 비해 그룹 내 차별적인 럭셔리 브랜드 위상을 부각시키기 어렵단 업계 일각의 평가도 나온다. 벤츠 그룹은 마이바흐를 비롯한 하위 브랜드에 서로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고, 산하 브랜드 위계의 정점에 ‘벤츠’를 둬 고객에게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한단 방침이다. 이를 통해 브랜드 간 시너지를 일으키고 유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벤츠는 내년 한국 업력상 가장 다양한 종류의 신차 출시를 예고하는 등 입지 강화를 벼르고 있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벤츠는 마이바흐와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점을 강조하는 점에서 타 브랜드의 서브 럭셔리 브랜드 운영 전략과 다르다”며 “그룹 내 브랜드 간 끈끈한 관계를 지속하는 전략으로 낼 수 있는 시너지가 (브랜드 차별화 성과보다)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