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HL만도·한온시스템, 미주 공장으로 대응 가능
신차 수요 둔화 영향 불가피···중국·인도·유럽서 기회 모색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한국 자동차 부품사들이 미국의 수입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에 대응해 글로벌 사업 재편에 박차를 가한다.
25일 업계에선 지난 5월 미국 행정부가 현지 수입산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후 국내 부품업체들의 실적 감소가 예상된다.
미국은 현지 산업 보호 목적으로, 수입 자동차 부품에 단계적으로 관세를 추가 부과할 계획이다. 내년 4월 30일까지 1년간 현지에서 생산되는 차에 쓰이는 수입 자동차 부품에 해당 차 판매단가(MSRP)의 15%에 상당하는 부품만 25% 관세를 미부과(상쇄)한다. 이후 단계적으로 관세 상쇄 조치를 축소시킬 계획이다.
미국 관세 정책은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에 여파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전년(80억8700만달러) 대비 1.7% 증가한 82억22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산 부품 전체 수출액 가운데 대미 비중도 지난해 36.5%로 전년(35.1%) 보다 1.4%p 상승했다.
국내 업체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이번 관세로 인한 업체들의 실적 악영향도 점쳐진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에 따르면 미국 관세 인상으로 인한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비용 부담이 3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 현대모비스, 중국·유럽 영업 박차···인도엔 R&D센터 증설
현대모비스, HL만도, 한온시스템 등 국내 주요 부품사들은 미국에서 현지 생산이나 영업, 마케팅을 추진하는 한편 다른 해외 시장을 공략하거나 사업 효율 강화에 공들이고 있다. 현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 관세에 일정 수준 대응 가능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신차 수요 둔화에 영향받을 수 있어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 기아 진출국을 중심으로 영업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오토쇼에 참가해 부스를 운영하고 고객사와 적극 교류했다. 중국차 업체들이 포화한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중국 수주 성과를 토대로 글로벌 수주 성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같은 달 세계 3위 규모의 자동차 시장 인도에 통합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소하고 현지, 글로벌 양산차에 적용할 신기술 개발 역할을 맡겼다. 연구자 인재가 많고 차량 운행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는 인도에서 신차에 탑재할 소프트웨어 등 신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에 확대 적용한단 전략이다.
오는 9월엔 독일 모빌리티 전시회 IAA에 참가해 핵심 기술을 소개할 계획이다. 세계 3대 모터쇼로 알려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발전한 IAA는 업종별 세계 업체들이 참가하는 전시회로서 글로벌 영업의 장으로 분석된다. 현대모비스는 유럽, 인도 지역에서 전년(1억3200만달러) 대비 26배 이상 증가한 34억7200만달러를 수주한단 목표를 수립했다.
◇ HL만도, 튀르키예 거점 역할 눈길···한온시스템, 이태리 공장 존폐 논의
HL만도는 한국산 부품의 미국 수출 규모가 미미하고 현지, 멕시코 공장에서 주로 공급하기 때문에 관세 정책 영향을 덜 받는 상황이다. 다만 공급망 변화 움직임에 따른 시장 성장의 일시적 둔화를 고려해 해외 시장에 역량을 분산 투입하고 있다.
HL만도는 인도에서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마힌드라 등 현지 기업을 상대로 납품, 수주 성과 확대를 노리고 있다. 경쟁사 대비 강세를 보여온 중국에서도 고객사 신규 전기차에 탑재할 조향, 제동장치의 공급 성과 확대를 추진 중이다.
유럽, 아시아의 교두보 역할 수행이 가능한 튀르키예를 미국 관세에 대응할 요충지로 활용 가능한 상황이다. 튀르키예 합작사 마이산 만도(MAYSAN MANDO)는 지난 4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자동차 애프터마켓 정상회담(AFM’25)에 스폰서로 참석해 전기차용 쇼크 업소버 등 신제품과 기술을 소개했다. 1997년 출범한 마이산 만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28억원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실적 추이를 이어왔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1분기 미국 매출 비중이 30%로 유럽(32%)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현지 공장 4곳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공장을 가동 중이어서 현재로선 관세 사정권에서 비켜났단 분석이다.
한온시스템은 다만 세계 전기차 수요 둔화 추세 속에서 악화한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는 한편, 일부 해외 시설에 부분 투자하는 등 시장별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체코에 위치한 클라드노(Kladno) 공장에 태양광 패널을 추가 설치하는 등 현지 탄소중립 정책에 대응해 나간단 방침이다.
이밖에 한온시스템은 당초 구조조정 일환으로 지난달 말 이탈리아 베네벤토 공장을 폐쇄하려던 결정을 보류하고 현지 노동부, 노조 등과 사업 존폐 여부에 관해 논의하는 중이다. 한온시스템은 올해 수주 목표 15억달러 중 3분의 1인 5억달러를 신규 고객사 계약으로 창출한단 전략을 세웠다. 주력 시장인 미국뿐 아니라 중장기 신차 출시 계획을 세운 유럽, 중국 등 글로벌 고객 유치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차·기아, 美서 전기차 본격 양산···시장입지 굳힐까
- 현대모비스가 ‘세차용품’ 시장에 뛰어든 이유
- ‘올해 신공장만 2곳’···현대모비스, 유럽 ‘전동화 투자’ 결실 맺나
- 美, 車 부품에 25% 관세 부과 시작···업계 영향 주목
- “관세 파도 넘자”···韓 자동차부품사, 해외 생산지형 재편
- 정재욱 현대위아 대표 전격 사임···열관리 신사업 향방은
- [종목 UP&DOWN] ‘불장 속 목표가 하향’···현대차 운명은
- 현대차·기아, 美 점유율 10% 넘었지만···하반기 충격이 ‘진짜’
- 현대차, 美 관세에 꺾인 고속성장···日 관세인하에 하반기 ‘안개속’
- 현대모비스 “현대차 의존도 줄이고 美 생산 늘리고”···상반기 이익 40%↑
- 휴머노이드까지?···‘로봇’ 新사업 판 키우는 HL그룹
- ‘실적 개선 시급’ 한온시스템, 모그룹 인재 속속 영입
- 현대모비스, 로봇 사업 진출···“글로벌 고객 비중 40% 목표 고정”
- 한국타이어, 3.3조원 베팅···한온시스템 ‘영업이익률 9%’ 목표 이룰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