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생산 확대에 힘입어 작년 대비 성과 개선
실적 ‘상저하고’ 경향에 전망 긍정적···수주 부진은 숙제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모비스가 지난 상반기에 역대 동기 최고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중국 실적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현대자동차, 기아 납품 성과에 힘입어 올해 중국에서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상반기 매출액 30조6883억원, 영업이익 1조64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23년 30조3519억원으로 처음 30조원대에 진입한 후 2년 만에 다시 넘어서 최고 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 1조5031억원을 기록한 후 9년 만에 1조5000억원을 돌파하고 신기록을 썼다. 글로벌 완성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모듈·핵심 부품 공급 성과를 늘린 동시에 A/S 부품의 판매가 상승, 수요 확대 덕분에 실적을 높였다.
현대모비스 중국 사업의 실적도 증가했다. 지난 상반기 현대모비스 중국 사업 실적은 매출액 1조5078억원, 영업이익 4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14.2%, 영업이익 62.2% 증가했다. 현대모비스의 중국 실적 규모는 해당 기간 매출액 9조원, 4조원을 각각 넘어선 미주, 유럽보다 작다. 하지만 매출액 증가폭은 미국(30.7%) 다음으로 크고, 영업이익 증가폭은 최대 수준이다.
이는 현대모비스 실적이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 여파로 급감했다가 차츰 개선되기 시작해 올해 기저 효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모비스 중국 실적의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 기아의 현지 생산 성과가 개선된 것이 성과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상반기 현대차, 기아의 중국 내 완성차 생산량은 9만4175대, 12만394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 13.1%씩 증가했다. 양사는 사드 사태를 계기로 현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아 판매 감소에 처했지만 중국 내 생산 물량을 아시아, 중동 등 권역 수출용으로 부분 전환하는 전략을 펼쳐 성과를 개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지난 상반기 중국 매출액 중 99.6%(1조5018억원)가 신차 공급에 관련된 모듈·부품 사업 부문에서 창출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기아 뿐 아니라 현지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납품 성과를 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연평균 5억달러 규모로 수주 성과를 내기도 했다.
◇ 현대모비스, 中 실적 ‘상저하고’ 경향 이어와
현대모비스가 현재 실적 추이를 유지하면 작년에 이어 올해 중국에서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중국에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높은 매출액을 기록해온 점을 고려하면 현대모비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전망치는 다만 한중 지정학적 갈등에 영향받기 직전인 2016년에 기록한 영업이익 358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현대모비스는 2023년까지 7년 연속 기록한 적자의 고리를 작년 끊고 올해 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어 주목받는 상황이다. 현대모비스 연간 매출액도 2020년(3조6574억원) 이후 5년 만에 연매출 3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실적 호조를 중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수주 성과를 키워야 한단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모비스의 중국 실적 전망을 가늠할 지표인 공급계약 수주 성과가 최근 수년간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모비스가 지난 상반기 기록한 중국 내 수주 성과는 1400만달러로 작년 연간 달성한 3000만달러의 절반에 못 미쳤다. 수주 성과가 수년 뒤 영업 실적으로 실현되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상반기 현대모비스 기록은 아쉽단 관측이다.
최근 현지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 과잉과 경쟁 격화에 시달리다 생산 능력을 재편하고 있는 점도 현대모비스엔 비우호적인 변수다. BYD는 지난 2분기 신차 생산량을 작년 동기 대비 줄였고, 길리(Geely)는 자동차 공장 신규 설립 중단을 선언했다.
혼다자동차는 최근 중국 공장 7곳 중 3곳의 운영을 중단했고 닛산은 생산량 축소, 미쓰비시는 중국 철수를 결정했다. 미국이 관세 정책을 앞세워 제조업 투자를 유인하고 있어 자동차 업계 자금 흐름이 미국으로 더욱 집중되는 양상이다.
◇ 美에 자금 쏠리지만···현대모비스 ‘최대 시장’ 中 공략 지속
반면 현대모비스 중국 사업상 호재도 존재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올해 경기 부양책 일환으로 신에너지차 전환 의무 대상인 내연기관차의 범위를 넓히는 등 수요 촉진 정책 ‘이구환신’을 확대 시행 중이다. 토요타, 폭스바겐 등 일부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중국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도 현대모비스 사업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대모비스는 중국 내 입지 개선을 위해 자체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 일환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큰 신기술 측면에서 특허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최근 투자자, 이해관계자들에게 전기차 열폭주 원천 차단, 후방 추돌 사고 방지 등 최근 확보한 신기술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현재 중국 채용 사이트 자오핀닷컴(智联招聘)에 수출 품질 관리, 영업 전문 인력의 신규 채용 공고를 게재하는 등 인재 확보도 진행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이 각광받는 중국에서 성과 확대를 노린단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분기 실적 설명(IR) 자료를 통해 “지난 상반기 관세, 전기차 수요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고객사 주요 프로젝트가 변경·이연돼 계획 대비 수주 실적이 부진했다”며 “이번 하반기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전동화, 핵심부품 주요 수주 계획이 집중돼 있어 연간 목표(74억4800만달러) 달성을 위한 수주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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