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자동차 미국 수입 관세 25→15%로 완화
현대차·기아·GM 이익 개선될 듯, 경쟁은 여전
현대차·기아, 현지생산 확대···GM, 韓 생산 유지할 듯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한미 정상이 관세 협상을 체결함에 따라, 자동차 대미 수출에 영향받던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한숨 돌린 모양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이번 타결로 기존 경쟁 구도가 유지된 가운데 현지 생산, 한국산 수출 비중을 최적화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31일 한국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각각 양국의 관세협상을 체결했단 소식을 전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이날 미국과 관세협상을 실시한 결과 상호관세, 한국산 자동차 미국 수입시 관세 모두 15%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자동차 품목관세 12.5% 적용을 위해 적극 협상했지만 미국 제시안이 적용됐다. 그간 미국이 수입한 모든 종류의 한국산 자동차에 무관세(0%)가 적용됐지만 이번에 일제히 올랐다. 한국이 수입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무관세는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은 미국 교역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앞서 지난 4월 미국 행정부 결정에 따라 4개월째 한국산 자동차에 적용받아온 25% 관세 부담을 일부 덜었다. 현대자동차, 기아는 지난 2분기 관세 영향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이 각각 8282억원, 7680억원으로 집계됐다. 관세 부과 전 1분기 현지 재고를 최대한 확보했지만, 경쟁에 대응해 신차 판매가를 동결하는 등 인센티브를 확대한 결과 감소분이 커졌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등 소형차를 부평, 창원 소재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에 공급 중인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 2분기 실적에 반영된 한국산 자동차 관세 영향분이 20억달러(약 2조78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기아, GM 한국사업장(한국GM) 등 3개사는 향후 자동차 관세가 하락함에 따라 이익을 당초 전망보다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선 한국산 자동차에 붙는 미국 관세가 25%에서 15%로 하향 조정되면 영업이익 감소분이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율 25% 적용 시 현대차, 기아의 관세 영향은 올해 (합산) 영업이익 기준 4조9000억원이지만 관세율이 15%로 조정되면 1조6500억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日·EU와 출발선 같지만 경쟁 여전···현지생산 확대 추진
한국이 일본, 유럽연합(EU)과 동등한 대미 협상 결과를 도출했지만, 관세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점은 숙제다. 일본이 기존 2.5%였던 미국 수출 자동차 관세율이 이번에 12.5%p 오른 점에 비하면, 한국산 자동차 관세 증가폭(15%p)이 큰 점도 아쉬운 부분이란 평가다.
이에 더해 미국 행정부가 오는 10월 1일부터 미국에서 최고 7500달러인 전기차(BEV) 신차 구매 세제혜택을 철회한 점도 전기차 강자인 현대차·기아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미국 소형 SUV 시장에서 기존과 유사한 양상의 경쟁을 치를 전망이다. 경쟁사 모델인 현대차 코나가 동일하게 한국에서 생산되고 토요타 CX-30, 폭스바겐 타오스 등 모델이 한국과 같은 자동차 관세율을 적용받는 멕시코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산 GM 모델이 미주에서 생산되는 경쟁사 모델에 비하면 물류, 부품 공급망 등에서 불리할 수 있어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기아는 단기적으로 탄력적인 인센티브와 가격 전략을 실시하고 재료비·가공비 절감, 부품 소싱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산 신차에 대해선 트림이나 사양을 재구성하는 상품 전략으로 고객 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현대차는 하반기 중 출시할 대형 SUV 팰리세이드 완전변경모델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또한 오프로드 특화 트림 XRT-프로를 추가하고,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등 첨단 사양을 추가 적용했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팰리세이드를 울산공장에서 지속하되, 이 같은 상품성 재편을 통해 고객 선택지를 넓히고 흥행을 이어간단 구상이다.
양사는 중장기적으론 현지 생산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당초 설계했던 미국 조지아주 소재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 혼류 생산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GM도 관세 부담이 경감된 가운데, 현재 생산 계획 변동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GM 본사가 한미 협상 전부터 한국산 차량의 품질, 생산 타당성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은 한국 사업장에 우호적인 요소로 분석된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진행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한국 공장은 장기간 고품질 차량을 효율적으로 공급해왔다”며 “한국산 차량은 여전히 높은 수요를 유지하고 있고 회사 마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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