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관세에 부품사 직격타···작년 중소 부품사 이익률 2.2% 그쳐
정부의 관세 인하 협상 뿐 아니라 자금·인력·기술개발 지원 절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전국적으로 35도 안팎의 무더위 날씨가 이어지면서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시화공단에 위치한 한 자동차 부품 회사를 방문했을 때 공장 근로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을 이어갔다. 기계가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 내부는 바깥보다 더 후덥지근하며, 중소 공장들은 더위를 피할 방법도 마땅찮은 것이 현실이다.
공장에서 대형 선풍기를 돌려도 뜨거운 바람만 나와 열을 식히기엔 턱도 없으며, 자주 물을 마시면서 그나마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전부였다.
근로자들이 공장에서 더위로 고통 받고 있다면, 자동차 부품사 사장은 미국 관세에 숨통이 막히고 있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자동차 부품사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만들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상황상 관세 충격을 그대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부품사 사장은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해서, 전기 부품 설비 투자를 진행한 상황이라 해외에 공장을 지을 자본이 없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가 관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부품 조달 현지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자동차 부품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부품 소싱 다변화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200여개 부품에 대한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부품사 대표는 “관세로 인해 늘어난 비용 부담은 제조 단가를 줄이면서 상쇄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하청이 부담하는 식이 될 것”이라며 “우리도 살아남으려면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 회사들은 관세로 인해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만다 하고 있지만, 우리는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호소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한국 자동차 부품기업 영업이익률은 3.62%였으며, 이 중 중소기업은 2.22%에 불과했다.
현재도 중소 부품사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형국인데, 관세 충격까지 더해질 경우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들의 눈은 8월 1일 발표를 앞둔 트럼프 입으로 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 한국을 비롯해 주요 무역 대상국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협상단을 보내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그나마 정부가 관세율을 줄인다 하더라도 15% 관세는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국내 부품사 업계 피해는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에 업계에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품사들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미국 관세를 비롯해 한국 자동차 산업이 외부 충격에 대한 흡수력이 약하다는 것이 나타난 만큼,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세제 혜택, 보조금 등 자금적인 지원 뿐 아니라 인력 육성, 기술개발 등 장기적 성장을 위한 지원책도 동반돼야 한다.